'죽음의 먼지' 석면까지 투입된 4대강 사업

장일호 2010. 7. 14.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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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이 기자에게 방진 마스크를 건넸다. 4대강 살리기 한강8공구 현장에 쌓여 있는 석재 위에 올라선 환경단체 회원들의 손에는 ‘석면 위험 지역’, ‘석면공해 심각하다’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들려 있었다. 최 소장은 “여기 지금 엄청나게 위험한 지역입니다”라고 말했다.  7월14일 환경운동연합과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 등 환경단체는 “4대강 사업 현장에서 석면이 검출됐다”라며 충북 충주시 금가면 유송리에 위치한 4대강 살리기 한강8공구(충주2지구)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7월12일 환경단체는 석면이 함유된 석재가 4대강 살리기 사업 일부 구간의 생태하천 조성 사업의 조경용 석재로 쓰이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이들은 제보 받은 한강8공구 현장을 방문해 쌓여 있는 석재 중 20개에서 고형시료를 채취해 분석했다. 분석한 결과 20개 중 모두 16개의 고형시료에서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검출됐다. 한강8공구(충주2지구)는 남한강 지류인 제천지구 현장과 달리 본류가 흐르는 곳이다. 석재는 주로 강둑에 놓여 있었다. 일부 석재는 이미 물에 잠겨 있기도 했다. 지난 7월10일에는 충북 제천시 수산면 한강15공구(제천지구)에서 석면 석재를 사용한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시사IN 윤무영 파문이 일자, 시공사는 한강8공구에 투입된 1500톤 가량의 석면 바위를 부랴부랴 회수했다.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소장은 “4대강 사업을 여러 가지로 우려했지만 가장 큰 걱정은 식수원 오염 문제였다. 그 문제가 이번에 증명됐다. 수도권 시민 2000만 명의 식수원이 오염 위기에 놓였다”라고 경고했다.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장은 ‘사전예방원칙’을 내세웠다. 백 교수는 “물이나 음식물에 의한 석면 노출 건강 영향 여부는 위장계를 포함해 다양한 암을 일으킨다는 학계 보고가 있다. 건강을 위해서는 사전예방원칙에 의해 노출을 최대한 통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4대강 사업, 환경과 건강에는 관심 없어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과 김영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변호사는 석면 바위가 쓰이고 있는 곳이 ‘4대강 살리기’ 사업 현장이라는 것에 주목했다. 유 의원은 “정부가 가장 많은 법을 어기면서 강행하고 있는 것이 4대강 사업과 관련한 것이며, 석면과 관련해서 국회에서 반드시 문제제기를 하겠다”라고 말했다. 4대강사업위헌·위법심판을 위한 국민소송단을 담당하고 있는 김 변호사 역시 “석면사용에 대해 즉시 고발조치를 할 것이다. 4대강 살리기를 하겠다면서 석면 덩어리를 사용하는 것은 공포스러운 일이다. 본질은 졸속공사·속도전이며 이는 4대강 사업이 환경과 건강에는 관심이 없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석면은 ‘죽음의 먼지’,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리는 1급 발암물질로 현재 국제적으로 52개 나라가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석면은 주로 호흡기를 통해 발병되며 폐암과 악성중피종암 등을 일으킨다. 국내에서도 지난 2009년부터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모든 종류의 석면에 대해 제조와 사용을 원천 금지해 왔다. 특히 이번 현장에서 발견된 트레몰라이트 석면은 날카롭고 구부러지지 않는 성상으로 폐부 깊숙이 침투해 발암독성이 매우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강15공구(제천지구)와 한강8공구(충주2지구)에서 사용된 ‘석면 바위’는 모두 충북 제천시 수산면 전곡리에 소재한 채석장에서 공급됐다. 이미 지난해 2월부터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 등 환경단체가 여러 차례 석면 문제를 지적했던 채석장이었다. 백도명 교수는 “문제가 된 채석장은 일제 때 석면 광산이었던 자리가 있었던 곳이다. 석면 광맥이 있기 때문에 그냥 묻어둬야 할 곳에서 석재를 캐낸 것이다. 현장에 쌓여 있는 석재 대부분이 석면에 오염됐다고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시사IN 윤무영 환경단체 회원들이 4대강 사업에 석면이 포함된 석재가 쓰인데 항의하고 있다.

파문이 확산되자 시공사측인 김동혁 책임감리요원은 “환경단체들이 석면이 검출됐다고 해서 작업을 중지시켰다. 양해해주셔야 할 건 기술자들이 돌에 대한 성분분석을 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이런 문제가 생길 줄 몰랐다. 생태하천 조성이 목적인만큼 전량 회수해 채석장으로 돌려보내겠다”라고 말했다. 한강8공구에 투입된 1500톤 가량의 석면 바위는 이날 오전 25톤 트럭 세 대가 투입되어 회수됐다. 김동혁 책임감리요원은 “일하는 사람들이 피해가 없도록 가장 안전한 방법으로 적어도 내일까지는 모두 회수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방진 마스크 등으로 무장한 환경단체들이 기자회견을 마치자 시공사의 포클레인과 덤프트럭이 분주하게 석재를 옮겨 담았다. 하얀 먼지가 일었지만 일하는 사람 중 어느 누구도 방진마스크조차 걸치지 않았다.  최예용 소장은 “안전장치 하나 없이 문제가 된다니까 옮기는 데만 급급하다”라고 지적했다. 환경단체들은 석면 오염 자재를 생산한 채석장을 폐쇄하고, 4대강 사업 전 구간에서 석면 골재 사용 여부를 조사할 것, 석면 오염 석재가 사용된 현장 노동자에 대한 석면건강영향조사를 실시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장일호 ilhosty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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