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중인 '1박2일' 나영석 PD, "11일 방송 보기 싫었다"

임지영 2010. 7. 12.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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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중인 KBS 〈1박2일〉의 나영석 PD는 7월11일 저녁, 자신이 맡았던 〈해피선데이-1박2일〉 방송을 보지 않았다. 정확히는 차마 볼 수 없었다. 사측에서 현재 파업중인 예능 PD들을 대신해 대체인력을 투입해 편집했기 때문이다. 수십명 스탭이 고생해 찍은 촬영분을 다른 사람이 편집한 것이다. 나 PD는 시사IN과의 전화 통화에서 “기분이 안 좋았다. 보기가 싫었다”라며 불편한 심경을 밝혔다. 그는 “시청자께 가장 죄송하다. 그렇게밖에 안 된 걸 보게 해 드린 게 정말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나 PD는 지난 7월1일부터 파업에 돌입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새노조) 결의대회에서 “여기까지 왔는데 끝이 어딘지 가보자”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파업이 잘 해결되어, 평소처럼 여섯 남자의 좌충우돌 ‘야생버라이어티’를 만들고 싶은 바람이 크다.   〈1박2일〉 뿐만 아니라, 〈남자의 자격〉, 〈천하무적야구단〉 등 KBS 예능 프로그램들이 파업 2주 만에 ‘정상 방송’되고 있다. 지난 주엔 기존 방송 분량이 재편집되어 방송에 차질이 생겼다. 외부인력 투입으로 프로그램은 나갔지만 시청자들은 재미가 떨어진다며 홈페이지에 항의글을 남겼다. 주말동안 대체인원이 투입된 제작 방송이 나간 뒤 새노조 예능제작국 조합원이 성명서를 발표했다. 새노조는 7월12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체인력 투입은 불법이라며 회사에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시사IN 윤무영 지난 5일 결의대회에서 파업중인 한 기자가 'KBS를 살리겠습니다'라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예능국은 성명서에서 ‘예능 프로그램에 있어서는 단 한번도 하던 방송이 중지된 적이 없었다. KBS 한국 방송의 역사에서 예능국이라는 공장이 멈춰 선 것은 이번 파업이 최초였다. 지난 2년 간 KBS는 국민의 방송은커녕 정권의 방송이었다’라며 이번 파업에 임하는 결의를 밝혔다. 사측의 대체인력 투입에 대해서는 ‘방송은 자동차가 아니다. 수많은 스탭과 연기자들을 고생시켜 촬영한 노고의 결정체다. 단 한 장면도 허투루 편집될 수 없는 소중한 창작물을 최초의 기획의도와 구성의 방향성조차 알지 못하는 대체 인력이 편집한다는 건 프로그램의 제작과정 전체를 단지 생산공정으로 환치시키는 행위이며 창작자인 PD들을 그저 조직의 부속품으로 만들어버리는 무지한 폭력이다’라고 밝혔다. 예능제작국의 성명서는 예능 PD들답게 버라이어티 정신을 강조하며 맺고 있다. ‘KBS의 공익적 예능은 지난 수십년간 숱한 예능 PD들이 숱한 밤을 지새우며 버라이어티 정신 하나로 구축해 온 성과다. 우리의 독하고 끈질긴 버라이어티 정신이 투쟁 현장이 아닌 방송 현장에서 발현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바이다.’ 엄경철 새노조 위원장은 “대체인력을 투입해도 기존의 질적 수준을 담보할 수 없다. 이것이 예능 피디의 자존심 심하게 건드렸다. 더욱 결의가 높고 강해지고 있다. 예능·드라마국 PD들이 그 어느 때보다 싸움 전선 전면에 나서고 있다. 파업 역사상 전례가 없다”라고 말했다. 새노조 측은 이번 결정을 파업 장기화에 대비해 경영능력과 장악력을 보여주기 위한 사측의 의도라고 분석했다. 파업 중에 중단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대체인력을 투입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노동법에 따라 강경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시사IN 윤무영 지난 5일 결의대회에서 마이크를 잡은 '1박2일' 나영석 PD

사측은 새노조의 파업을 불법파업으로 간주해 업무복귀명령, 인사위 회부 등 강경조치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새노조는 최근 영상제작국, 스튜디오 카메라 협회 등의 조합원 가입으로 파업 이전 840명에서 7월11일 현재 937명으로 늘었다. 노조는 15일 예정된 사측의 단체협상 가처분 소송에 대한 고등법원의 판결이 파업 정국에서 중요한 기점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새노조는 최근 KBS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사측이 지난 4월 임원회의에서 출연진의 선정 기준이 편파적이라고 문제 삼은 적이 있다. 우리는 블랙리스트라는 실제 문건을 본 적이 없지만 회사가 어떤 출연자는 되고 어떤 출연자는 안 되고 식의 무형의 블랙리스트 가 있다는 느낌을 자꾸 들게 만든다”라고 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지난 7월1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지난 해 김인규 사장 선임에 반대하는 총파업이 부결된 뒤 기존 노조를 탈퇴한 조합원 50명의 제안으로 시작해, 12월 언론노조 KBS 지부가 창립됐다. 그간 단체협약을 맺기 위해 24차례, 사측과 협상을 벌였지만 결렬되고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중지결정에 따라 단체 행동권을 부여받았다. 단체협상 체결과 공정방송 쟁취를 목표로 파업 중이다. 새 노조는 파업의 분수령이 되는 오는 15일 오후 7시 대규모 시민문화제를 열 예정이다. 

임지영 tot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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