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섬 '단양쑥부쟁이 군락' 환경평가도 없이 훼손

2010. 4. 14.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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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4대강' 포클레인, 생태공원 만들려 마구잡이 공사

세계적 멸종위기종…현재 20m옆까지 파헤쳐

환경부가 실시한 '4대강 살리기 사업'의 환경영향평가에서 세계적 멸종위기종인 단양쑥부쟁이의 서식 사실이 누락된 것으로 밝혀졌다. 사정이 이런데도 시공업체는 공사를 강행하고 있어 종 보전이 위태로운 상태다.

지난 12일 경기 여주군 점동면의 도리섬. 남한강과 청미천이 합수하는 곳에 쌓인 높이 7m의 이 섬을 포클레인 대여섯 대가 깎아내고 있었다. 준설 지점을 표시한 녹색 깃발 주변에는 멸종위기종 2급인 단양쑥부쟁이 수천 개체가 4~5개 군락을 이루며 분포하고 있었다. 멸종위기종 2급인 표범장지뱀도 이날 2마리가 관찰됐다. 현진오 동북아식물연구소장은 "도리섬은 바위늪구비와 함께 세계에서 유일한 단양쑥부쟁이 집단 서식지역"이라며 "이렇게 대규모로 발견된 곳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4대강 사업을 허가한 환경영향평가서를 보면, 이곳에 단양쑥부쟁이와 표범장지뱀이 서식한다는 내용은 없다. 이 때문에 원형 보전이나 대체 서식지 마련 등의 보호 지침이 없어, 공사가 마구잡이로 이뤄지고 있다. 이날 단양쑥부쟁이 군락지에서 불과 20m 떨어진 곳에서 포클레인은 땅을 파며 밀고 들어오고 있었다. 황민혁 녹색연합 활동가는 "2~3일이면 단양쑥부쟁이들은 포클레인에 실려 버려지고 표범장지뱀은 삶터를 잃을 것"이라며 "불과 넉 달 만에 진행된 엉터리 환경영향평가 때문에 멸종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4대강 사업이 끝나면 이곳은 산책로와 자전거도로가 어우러진 생태공원으로 단장된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 관계자는 "지난해 환경영향평가 때 일일이 현장조사를 하기가 어려웠다"며 "나중에 이의가 제기되면 현장 확인을 하는 등 사후 조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때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단양쑥부쟁이는 2005년 남한강 중·하류에서 발견됐다. 홍수가 발생하는 자갈과 모래밭이 많은 남한강 일대가 세계에서 유일한 삶터다. 환경부는 지난해 환경영향평가에서 여주 바위늪구비(강천면 강천섬)와 점동면 삼합리 일대의 단양쑥부쟁이 군락지에 대해서만 원형을 보전하거나 대체 서식지에 옮겨 심으라고 지시했다.

환경부는 새 멸종위기종이 확인되면 환경청과 협의해 보전대책을 마련하라고 규정했지만, 시공업체는 이를 발견하고도 보고하지 않은 상태다. 한남섭 한강유역환경청 자연환경과장은 "도리섬에 새 군락지가 발견됐다는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삼합리 일대에서 이뤄진 단양쑥부쟁이 이식 작업도 졸속 논란을 낳고 있다. 환경영향평가에 따라 수자원공사 강천보사업단은 이곳에 사는 단양쑥부쟁이를 강천면 굴암리로 옮겨 심고 있다. 하지만 지난 10일 4대강사업 범국민대책위원회가 촬영한 동영상을 보면, 일용직으로 추정되는 아주머니 40여명이 목장갑을 끼고 한 손으로 쑥부쟁이를 뽑고 있었다. 김성만 녹색연합 활동가는 "멸종위기종을 비전문가가 아무렇게나 다룬다"고 말했다.

한동욱 피지에이습지생태연구소장은 "대체 서식지로 옮길 경우 처음 1~2년은 살 수 있을지 모르지만, 다른 경쟁종에 밀려 군락 특성이 바뀔 가능성이 높다"며 "단양쑥부쟁이는 식물학회지에 보고된 적이 없을 정도로 연구가 미비한 종으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주/글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사진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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