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하면서도 눈을 떼지 못하는 막장 캐릭터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 2010. 4. 10.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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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말하는 한국 드라마의 두드러진 특징은 선악 구도이다. 선(善)이 주인공의 코드라면, 선을 돋보이게 하는 악행은 악역의 담당이겠다. 통속 드라마의 시청률에서 악당이 중요한 구실을 하는데, 이른바 막장 드라마에서는 더욱 진가를 발휘한다. 지난 3월31일 시청률 조사기관 TNS가 발표한 < 2010년 1사분기 시청률 동향 보고서 > 에서 올해 시청률이 가장 높은 프로그램은 KBS < 수상한 삼형제 > 였다. < 수상한 삼형제 > 는 막장과 시청률의 상관성을 다시 한번 보여준 드라마다. 막장에는 막장 캐릭터가 큰 역할을 하기 마련이다. 막장 캐릭터는 이른바 악역 혹은 악당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KBS < 수상한 삼형제 > 의 캐릭터는 역시 이름부터 만만치 않다. 시어머니의 이름은 '전과자'(이효춘·사진 왼쪽)이며, 며느리 이름은 '엄청난'(도지원·사진 오른쪽)이고 '사기꾼'이라는 닉네임이 붙었다. 전과자가 막장 드라마 속에서 어느새 전형이 된 독살스러운 시어머니의 계보를 잇고, 막돼먹은 며느리의 계보는 주어영(오지은)이 맡았다. 틈만 나면 며느리들을 트집잡고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전과자에 대응해서 시어머니의 요구에 짜증을 내는 주어영은 말 그대로 '나쁜 며느리'다.

막장 드라마에서 불륜 캐릭터가 빠질 수는 없다. 자신에게 도움을 준 김현찰(오대규)에게 유혹의 몸짓을 취하고도 당당한 이혼녀 태연희(김애란)와 자신의 아들을 지키려고 태연희에게 일격을 가하는 전과자는 악인의 대전(大戰)이었다. 그들이 벌이는 하나의 대전 타이틀 매치는 영화 < 글래디에이터 > 와 이종격투기를 보는 관중의 심리와 동일하다. 그들에게는 오직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만이 있다.

막장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공영방송의 기준에서 보았을 때 악인이며, 보통 시청자에게는 도덕적 윤리적 안온감을 준다. 자신이 그들보다 나은 존재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장의 악역은 실제 현실에서 누구나 사회적 시선을 넘어서 한번쯤 열망하는 말과 행동을 과감히 실현하는 캐릭터이다. 적어도 자신의 본능적 욕망을 가감 없이 내뿜는다는 점에서 말이다. 그러니 악역을 욕하면서 눈을 떼지 못한다. < 수상한 삼형제 > 속 그 악인들이 바로 자신의 또 다른 본질이기 때문이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 /- 정직한 사람들이 만드는 정통 시사 주간지 < 시사IN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시사IN 구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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