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이자만 6천만원 "하루하루가 지옥입니다"

2010. 3. 18.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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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하3지구 보상 지연..은행빚 1조2천억→연 이자 600억

중기.자영업자 자금난 '부도' 위기, 농민 "일할 의욕도 없다"

(파주=연합뉴스) 최우정 기자 = "한달 이자만 6천만원으로 하루 하루가 지옥입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저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파산할겁니다"

경기도 파주 교하신도시 3지구 토지주들이 보상 지연으로 말로 다할 수 없는 고통을 받고 있다.

문발리 농민 이모(63)씨는 2007년 6월 자신의 땅이 택지개발지구에 포함됐다는 소식을 확인한 뒤 이 땅을 담보삼아 은행에서 5억원을 대출, 인근 교하읍 송촌리에 같은 크기의 땅(6천600㎡)을 샀다.

본격적으로 보상이 진행되면 대토하려는 토지주가 크게 늘며 주변 땅값이 오르는 경험을 한 그로서는 미리 사는게 나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 보상금 15억원을 받으면 즉시 대출금부터 갚을 요량이었다.

하지만 보상이 늦어지면서 지금까지 이자로만 7천만원을 날렸다.

퇴직 후인 1999년 문발리에 농지를 구해 농사꾼이 된 그가 지금 올리는 연 수입은 2천여만원. 1년 은행 이자가 3천여만원으로 지난 2년간 힘들여 농사를 지었지만 해마다 1천여만원을 손해보고 있다.

이씨는 "이제 추가 대출을 받아야 버틸 수 있는 상황"이라며 "농사를 지으며 노후를 보내려던 계획이 신도시 때문에 다 망가졌다"고 한숨지었다.

교하읍 동패리에서 3대째 농사를 짓는 류모(55)씨도 이씨와 비슷한 처지.

류씨는 동패리 땅을 담보로 2005년 은행에서 20억원을 대출해 적성면 개천리 땅 2만6천㎡를 샀다.

보상금이 5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보상이 지연되면서 한달 1천500만원씩 지금까지 보상금의 10%를 훨씬 넘는 6억7천만원이 은행 이자로 나갔다. 영농철이 다가 오지만 "일할 의욕도 없다"고 류씨는 하소연했다.

박모(47)씨는 평생 꿈꿔오던 사업을 접기 일보 직전이다.

파주 문발단지에서 가구공장을 임대 운영하고 있는 박씨는 2004년 자신의 공장을 갖고자 동패리에 땅을 사 가구공장 5동을 짓기 시작했다. 자금이 충분치 않아 공사 진척이 지지부진하던 2006년 10월 교하신도시 지구 지정을 위한 주민공람이 진행되며 개발행위가 제한돼 건물 1동만 지은 채 그나마 중단되고 말았다.

박씨는 2007년 8월 보상금이 1년내에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은행에서 50억원을 대출해 수용지 인근에 다시 공장을 짓기 시작했지만 또 다시 중단했다. 뜻하지 않게 보상이 미뤄지며 월 4천만원이라는 은행 이자를 대느라 자금난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멀쩡히 공사를 하고 있는 땅을 뺏어가서 지금까지 보상을 안해주고 있다"며 "보상시점을 먼저 얘기만 해줬어도 이렇게 어려운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교하읍에서 골프연습장을 운영하는 양모(57)씨는 이중 고통을 당하고 있는 케이스.

양씨는 2004년 70억원을 대출받아 그 해 골프연습장을 완공했다. 하지만 2년 뒤 주민공람이 진행되며 개발행위가 제한돼 추가 투자를 하지 못하게 되자 손님이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는 현재 월 6천만원의 이자를 부담하면서 지금까지 20억원을 날렸다. 그는 지금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

수용보상대책위원회는 교하3지구의 토지보상 대상자는 총 2천625명으로, 이들이 지고 있는 빚이 무려 1조2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연리 5%만 따져도 1년에 600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이 은행 이자로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대책위 허 염 위원장은 "대출이자 문제로 중소기업들은 연쇄부도 위기에 놓여있고 농민들은 농사 지을 의욕조차 잃었다"며 "빠른 시간내에 해결되지 안되면 택지지구 개발 백지화를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해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LH공사는 "어찌할 방법이 없다"고 손을 놓고 있다. 토지주들은 힘들다고 아우성이지만 보상계획조차 없다.

LH공사 손용진 과장은 "주민들의 고통을 잘 알고 있"며 "하지만 지난해 주공과 토공이 LH로 통합한 후 겪고 있는 경영난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올해 안에 교하3지구 보상은 없다"고 말했다.

대책위 백호진 부위원장은 "LH공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정부라도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며 "보금자리 주택에만 신경쓸 게 아니라 우리처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긴급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하3지구는 695만㎡(약210만평)에 3만2천여가구를 수용할 예정으로 현재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교하 1.2지구(955만㎡)와 함께 인구 20만명이 넘는 거대 신도시가 될 전망이지만 토지주들의 고통은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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