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에 대한 맹세, 매일 아침 시켜라"

2010. 3. 15.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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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부산교육청 '시대착오 지침'…교원단체 "군사정권 시대냐"

부산시교육청(교육감 설동근)이 관내 초·중학교에 공문을 보내 매일 조회 때마다 학생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국기에 대한 맹세문'을 낭독하도록 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사단체 등은 '학생들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빼앗는 구시대적 발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14일 <한겨레>가 입수한 부산시교육청의 '2010학년도 국가정체성 교육 계획' 공문을 보면, 시교육청은 관내 초·중학교(469개 학교, 학생 34만5802명)가 3월3일부터 매일 학급별 조회 시간 때 대표학생이 '국기에 대하여 경례!'를 외치면 학생들은 오른손을 왼쪽 가슴께에 얹고, 그사이 대표학생이 '국기에 대한 맹세문'을 낭독하도록 했다.

시교육청은 이어 "각 학교가 운동장이나 강당에서 매달 1회 이상 전체조회를 갖고, 이때는 '국민의례 정식절차'를 실시하라"고 했다. 정식절차는 국기에 대한 경례(경례곡 연주·맹세문 낭독) → 애국가 제창(1~4절 또는 1절) →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의 순서로 진행된다.

시교육청은 지난달 24일 내려보낸 이 공문에서 "가정, 학교에서의 자기정체성·국가정체성 교육이 미흡해 최근 각종 의식행사에서 학생들의 참여 태도가 진지하지 못하고 국기와 애국가에 대한 기본 예절교육이 확립돼 있지 않다"며 "학생들이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길러 국가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밝혔다.

국기에 대한 맹세는 1968년 3월 충남도 교육위원회가 처음 작성해 보급한 뒤, 1972년 당시 문교부가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했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국기 애국주의'와 '국가주의 훈육'이라는 비판이 제기돼 지금은 각급 학교에서 조회 때 실시하지 않고 있다. 맹세문은 1972년, 2007년 두 차례의 개정을 거쳐 현재는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로 돼 있다.

시교육청은 앞으로 국가정체성 교육 관련 조례도 제정할 예정이라고 공문에서 밝혔다.

시교육청 방침에 따라 부산의 학교들은 지난 10일 교육청에 실행 계획을 보고했으며, 조만간 집행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문재경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산지부 정책실장은 "교육 관료들이 21세기를 살아가는 학생들을 1970년대 군사정권 시절로 돌려보내려는 것"이라며 "교사, 학생, 학부모 누구의 동의도 얻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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