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무상급식 1위 '전라북도의 힘'

2010. 3. 11.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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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재정자립도 15위지만 교육청의 의지와 지자체의 협조로 가능

16개 시·도(특별, 광역시 포함) 지방자치단체에서 전북은 재정자립도 15위다. 재정자립도는 지자체의 세입에서 자체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여 주는 잣대다. 재정자립도가 낮으면 정부나 상급 자치단체의 지원에 의존해야 하고, 재정활동의 자율성은 낮아진다. 그런데 전북은 무상급식 비율 1위를 차지했다. 이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전북 지역은 2005년 전국에서 최초로 농·산·어촌 지역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시작으로 2007년 농·산·어촌 지역 중학교, 2008년 고등학교까지 무상급식이 확대 실시됐다.

"상처 받았던 아이들이 밝아졌다"

전북 장수군에 있는 장수중을 찾아갔다. 낮 12시20분 점심시간이 되자 학생들이 모두 식당으로 내려간다. 교사와 학생 모두 줄을 서서 배식을 받고 점심을 먹게 된다. 어느 누구 하나 급식비를 내지 못했다고 수돗물로 배를 채우지 않아도 된다. 이주희양(3학년)은 초등학교 5학년 때 경기도 포천에서 장수군으로 전학왔다. 이양은 "포천에서 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급식비를 낸 기억이 있다. 애들이 급식비 걱정 없이 밥을 먹을 수 있으니까 좋은 것 같다"면서 "포천에서는 가정 형편 때문에 물로 배를 채우는 친구도 있었다"고 말했다. 김연희양(2학년)은 "급식비를 내고 먹을 때나 무상급식을 실시한 이후에나 급식의 질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만족했다.

김인봉 장수중 교장은 "무상급식을 실시하기 전에 급식비를 내지 않고 밥을 먹는 학생을 골라내기 위해 몇몇 학교에 지문인식기가 설치된 적이 있다. 급식카드를 잃거나 훔쳐서 밥을 먹는 학생이 있다는 이유였다. 급식비 때문에 학생의 인권침해 현상이 발생한 것"이라면서 "무상급식이 실시된 이후에는 가정형편 때문에 주눅이 들거나 상처받던 아이들이 무척 밝아졌다. 점심 때 모든 학생이 차별받지 않고 밥을 먹으면서 다음 세대에게 무상으로 점심을 제공해야 한다는 사회적 책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수중 학생들이 무상급식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은 급식비 2500원을 장수군과 전북교육청이 50대50으로 지원하는 덕분이다. 장수 지역에서 나오는 친환경 쌀을 사용하는데 드는 173원은 전북교육청에서 10%, 장수군에서 50%, 전북도청에서 40%를 각각 지원하고 있다. 장수군의 1년 예산은 2000억원 정도. 이 가운데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무상급식을 실시하는데 사용되는 예산은 5억원이다.

무상급식 지원비는 장수군 전체 예산의 0.25%다. 장수군 예산과 임민규씨는 "초등학교 무상급식을 실시할 때는 1억3000만원 정도가 필요했고, 고등학교까지 실시하면서 5억원 정도 지원하고 있다"면서 "무상급식에 필요한 재원이 최대 5억원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준비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5억원이 넘어가면 무리가 올 수 있다. 무상급식으로 인해 다른 사업을 못하는 것도 생기지만 만족도는 어느 것보다 높다"고 설명했다. 특히 장수 지역에서 생산되는 친환경 쌀이 무상급식에 사용되면서 지역경제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초·중·고생 9만1000명에 혜택

전북 지역의 무상급식 비율을 높이는데 기여한 또 다른 한 축은 전북교육청이다. 전북교육청의 2009년도 본예산(추경예산이 포함되지 않은 예산)은 2조141억1500만원이다. 이 가운데 451억원을 농·산·어촌 지역 무료급식, 저소득층 자녀 급식비 등에 지원했다. 농·산·어촌 무료급식 지원비는 217억원이다. 1년 예산 가운데 무상급식 지원비가 2.2% 비중을 차지한다. 올해 무료급식비로는 503억원을 확보했다. 전북교육청 민득기 예산담당 사무관은 "현재의 무상급식비 지원 예산 때문에 나오는 불만이나 비판의 목소리는 없다. 기초생활 보장을 위해서는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전북 농·산·어촌 지역 무상급식이 가능했던 이유는 지난 2004년 14대 전북교육감으로 당선된 최규호 교육감의 공약사항이기 때문이다. 최 교육감은 무료급식에 대해 추진력을 보여 줬다. 반대를 하는 지자체장과 수개월에 걸쳐 의견교환을 하면서 협조를 얻어낸 것이다. 지자체장의 협조가 없으면 농·산·어촌 지역의 전면 무상급식은 불가능했다. 전북교육청 김성화 학교급식담당 사무관은 "처음에는 호응하는 지자체도 있었지만 반대하는 지자체도 있었다. 지자체장을 설득하는 과정이 수개월 걸렸다"면서 "당시에도 무상급식에는 모두 공감했지만 예산 분배를 어떻게 하느냐 때문에 결론이 쉽게 나지 않았다. 14개 시·군에서 무상급식 예산을 지원받은 것이 큰 힘이 됐다"고 설명했다.

2009년 현재 전북의 경우 초·중·고 751개 학교 가운데 484개 학교가 무상급식을 하고 있다. 학교 비율로 따지면 64.4%나 된다. 학생 수로 계산하면 초·중·고 28만7000명 가운데 9만1000명(31.7%)이 무상급식 혜택을 받고 있다.

전북교육청은 내년에 도시 지역의 초등학교까지 무료급식을 시작으로 모든 중·고등학교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전북도 내 6개 시 지역의 초등학교 무료급식에 필요한 재원은 311억원. 이 예산을 교육청과 지자체가 어떻게 부담하느냐가 관건으로 남아 있다. 김성화 사무관은 "지자체와 교육청은 무상급식을 확대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돈 문제도 중요하지만 서로의 공감대가 확인됐으니 시행될 것이다"면서 "사춘기에 접어든 학생들이 지원을 받는 게 창피하다고 밥을 먹지 않는 학생들이 있지만 무상급식을 실시하면 교육적 차원에서도 보이지 않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전북에 이어 무상급식 비율이 두 번째로 높은 경남의 경우도 교육감의 의지가 중요했다. 권정호 교육감은 지난 2007년 선거 때 2010년까지 초·중학교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채택했고, 무상급식 추진기획단을 꾸렸다. 20개 시·군과 함께 추진협의체를 구성해 교육감이 직접 20개 시·군을 방문해 필요성을 알리고 지원을 요청하면서 10개 군의 초·중학교가 무상급식을 실시할 수 있었다.

<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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