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 삼키는 함안보..학계 "수위 낮춰도 4.1㎢ 침수"

2010. 3. 8.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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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집중점검 4대강 사업]

수공, 관리수위 5m로 낮춰 "침수피해 우려 없다"

학계 "정부 계산 잘못…침수면적 줄이려는 의도"

정부가 낙동강 함안보 건설에 따른 주변지역 침수피해를 막기 위해 함안보 관리수위를 해발 7.5m에서 5m로 2.5m 낮추기로 했으나, 이것만으로는 피해를 막을 수 없다는 주장이 관련 학계에서 거듭 제기되고 있다. 애초 함안보 건설을 책임진 한국수자원공사가 "침수 우려가 없다"며 학계의 주장을 묵살하다 뒤늦게 침수피해 사실을 시인하고 관리수위를 낮추기로 한 터여서, 학계의 주장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박재현 인제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8일 지하수 흐름을 평가하는 프로그램인 모드플로(MODFLOW)를 이용한 분석 결과를 토대로 "관리수위를 5m로 낮추면 피해면적이 많이 줄어드는 것은 맞지만, 침수 우려 면적은 여전히 4.1㎢(124만2000여평)에 이를 것"이라며 정부의 '피해면적 0.744㎢(22만5000여평)' 주장을 반박했다.(그림 참조) 박 교수는 "배수시설 확충 등으로는 근본적 해결이 되지 않기 때문에 함안보의 위치를 옮기거나 관리수위를 더 낮추는 등 새로운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 등 대한하천학회 교수들도 같은 주장을 펴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수자원공사 4대강사업본부 기술지원센터의 이한구 팀장은 "현재의 배수체계를 고려하지 않고 계산한다면 침수 우려 면적이 4.1㎢까지는 아니더라도 0.744㎢보다는 넓어질 것"이라면서도 "함안보 주변지역은 예전부터 저지대였기 때문에 배수로, 제방, 배수시설 등 침수에 대비한 배수체계가 굉장히 잘 갖춰져 있어 우리는 계산할 때 현재의 배수체계를 현실성 있게 반영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땅속에서 물이 이동하는 속도를 계산할 때 사용하는 계수인 투수계수를 박 교수는 전 지역을 균일하게 보고 하나만 적용해 계산했다"며 "하지만 우리는 지역별 흙의 제각각 특성에 맞게 184개의 투수계수를 적용했기 때문에 우리의 계산이 더 정확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박재현 교수는 "침수될 면적을 정확히 계산해야 그에 맞는 대책을 세울 수 있을 텐데, 수자원공사는 낙동강에 해발 5m로 물을 채웠을 때 전혀 쓸모없게 될 수 있는 현재의 배수체계까지 고려 대상에 포함시켜 침수 우려 면적을 계산했다"며 "실제와 달리 외부에 공개하는 피해면적을 가능한 한 줄이려는 의도"라고 반박했다. 박창근 교수도 "배수시설이 아무리 잘돼 있어도 지표면 위의 물을 빼내는 것이지 땅속에 스며 있는 물까지 빼낼 수는 없는 것"이라며 "한국수자원공사의 주장대로 하더라도 함안보 주변지역이 침수돼 연못처럼 되지는 않더라도 광범위하게 습지화되어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될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몇개의 투수계수를 적용하느냐의 문제는 물이 땅에 스며드는 시간 차이만 나타낼 뿐 침수 여부까지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며 "전혀 엉뚱한 투수계수를 적용하지 않았다면 함안보 주변지역이 언제 침수 또는 습지화될지는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10월 박재현 교수가 대한하천학회 세미나에서 "관리수위를 해발 7.5m로 할 경우 함안·창녕·의령군의 40.0㎢가 침수 위험 지역"이라고 밝힌 뒤, 한국수자원공사와 경남도 관계자들은 "박 교수가 투수계수를 잘못 적용해 계산했다" "학자의 아이디어 수준"이라며 연구결과를 깎아내렸다가 뒤늦게 침수 가능성을 인정한 바 있다. 이후 지난 1월19일 함안보 관리수위를 2.5m 낮춰 5m로 조정하기로 하면서 이 문제와 관련한 정부의 신뢰도에 커다란 흠집이 난 바 있어 이번 수공의 주장에 대해서도 지역민들은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창원/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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