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세 판사가 69세 원고에 "버릇없이.."
인권위 "재량권 넘어선 인권침해" 주의조치 권고
젊은 판사가 재판 도중 나이 든 원고에게 "버릇없다"고 지적한 것은 인권침해라는 판단이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이 같은 발언을 한 판사에게 주의조치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도록 서울중앙지법원장에게 권고했다고 4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A판사(40)는 지난해 4월 민사소송 재판 때 진정인 B씨(69)가 허락받지 않고 발언했다는 이유로 "어디서 버릇없이 툭 튀어 나오느냐"고 질책했다. A판사는 "진정인이 법정 예절을 잘 아는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인데도 예절에 어긋나는 행동을 해 엄하게 주의를 줬다"면서 "정확한 발언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시 법정에 있던 B씨의 변호사는 "판사가 손아랫사람에게나 사용하는 말을 해 충격 받았다"며 "재판 당시 바로 대응하지 못한 자책감에 사건 소송 대리를 사임했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진정·피진정인, 참고인의 증언과 사건 발생 전후 정황을 종합할 때 진정인이 제기한 내용이 사실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통상 '버릇없다'는 표현은 손아랫사람이 예의를 지키지 않을 때 어른이 나무라는 말"이라며 "피진정인이 재판장으로서 법정 지휘권을 갖고 있더라도 사회 통념상 진정인에게 쓸 수 있는 말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정 지휘권도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행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판사 재량권 범위를 넘어선 법정 발언은 누구에게나 인권침해 소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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