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개최국 남아공의 '신 노예제'

2010. 1. 11.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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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신매매 성행...아동 3만8천명 성 노예 전락(서울=연합뉴스) 남아프리카공화국 이스턴 케이프 주의 빈민가에서 태어난 신디스와(17)는 16살 때 고아가 된 뒤 학교를 그만두고 일을 찾아 주겠다는 한 여자의 말을 믿고 이웃 도시 블룸폰테인으로 향했다.

하지만 신디스와가 그 곳에 도착하자마자 그 여자는 "너는 거리로 나가 몸을 팔아야 한다"며 신디스와를 나이지리아 마약 및 인신매매 조직에 120달러에 팔았다.

신디스와를 산 성매매업자 주드는 신디스와에게 매일 밤 12시간 내내 시내 중심가에서 매춘을 강요하면서 신디스와가 번 돈을 매일 아침 빼앗아 갔고, 도주를 시도했던 신디스와의 친구를 구타하기도 했다.

신디스와가 에이즈에 감염되자 주드는 그녀를 거리에 버렸고, 버려진 신디스와는 결국 국가가 운영하는 한 호스피스에서 지난해 숨을 거뒀다.

올해 월드컵 개최국인 남아공에 '새로운 노예 매매'가 성행하고 있다고 시사주간지 타임 인터넷판이 11일 전했다.

타임은 21세기판 '신 노예제'의 희생자들은 주로 남아시아 빈곤 지역의 빚에 묶인 극빈자들이지만, 개발이 한창인 지역에서도 인신매매가 이뤄지고 있다며 아프리카 부국인 남아공도 그 중 한 국가라고 지적했다.

타임은 남아공 어린이 수만 명이 이미 성 노예로 전락했다며 남아공이 월드컵에 대비해 수십억 달러를 들여 기반시설을 마련하고 있는 가운데 아동 성매매업자들 역시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3주간 남아공 경기장 두 곳 인근에서 인신매매 조직의 활동을 조사한 저널리스트 E. 벤저민 스키너는 45달러에 팔린 아이들이 하룻밤 600달러 이상 벌어들일 수 있다며 인신매매 조직들은 "월드컵 기간 벌이가 더 좋을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고 전했다.

현재 남아공에는 나이지리아인, 중국인, 인도인, 러시아인 등이 대부분인 인신매매 조직 500여 개가 활동 중인데, 이들은 모집책과 부패한 경찰 관리 등 남아공 현지 파트너와 결탁해 현지인을 노예로 전락시키고 있다.

남아공은 1996년 헌법에서 노예제 금지를 명시했지만, 현재 인신매매를 막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

국제 구호단체들은 남아공 아동 약 3만8천명이 성 매매의 덫에 걸려든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남아공 정부는 피상적이고 단편적인 대응에 그치고 있다.

남아공 당국은 국회가 올해 초 인신매매를 막는 포괄적인 법률을 통과시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인신매매 단속에 적극 나서려는 경관들이 쓸 수 있는 법적 수단이 별로 없는 상태다.

인신매매 관련 범죄로 유죄를 선고받아도 감옥에 아예 가지 않거나 아주 짧은 형을 선고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인신매매 담당 특사로서 남아공을 방문했던 루이스 시데바카 씨는 "착취로부터 자유로운 월드컵이 되려면 남아공 정부와 국제 사회의 정치적 의지와 재원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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