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엄마들 '핼러윈 스트레스'

2009. 10. 30.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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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러윈 망토랑 마녀 고깔모자, 마법지팡이, 호박, 사탕바구니 등 소품까지 10만원이 훌쩍 넘어버렸어요."

지난 29일 박연희 씨(가명ㆍ33)는 서울 강남 영어유치원에 다니는 다섯 살 딸과 함께 서울 압구정동 모 백화점 핼러윈 소품매장에 들렀다가 혀를 내둘렀다. 1년에 한 번 사용하고 마는 핼러윈 소품인데도 가격이 적잖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박씨는 학부모 의견을 묻지 않고 일방적으로 핼러윈 파티를 진행하는 유치원이 원망스러웠지만 마법지팡이를 자꾸 만지작거리는 딸을 보고 눈물을 머금고 지갑을 열었다.

이곳 핼러윈 소품 입점주는 "마법사나 공주 등 인기 의상들은 금세 재고가 빠져나간다"며 "압구정동 백화점에서 판매를 시작한 일주일 전부터 손님이 하루 평균 150여 명 왔고 동대문 다른 매장에는 매일 400여 명씩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10월 말일이면 귀신을 쫓는다는 서양 명절 핼러윈. 수년 전만 해도 일부 계층에서만 즐기던 핼러윈 파티가 최근 영어유치원가에서 열풍처럼 번져나가고 있다.

웬만한 키즈클럽이나 영어유치원은 물론이고 심지어 일반유치원과 놀이학교까지 핼러윈 파티를 하는 곳이 점점 늘고 있다.

일반유치원 관계자는 "열성적인 학부모들이 찾아와 '핼러윈 파티를 안 하면 우리 아이들이 문화적으로 뒤처진다'며 강력하게 파티를 희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부모들은 핼러윈 파티 준비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다. 경기 성남시 한 영어유치원은 지난 26일 핼러윈 의상을 비롯해 사탕 초콜릿 등 준비물까지 모두 챙겨서 핼러윈 당일 아이들을 등원시켜 달라는 통지문을 보냈다.

학부모 김 모씨(35ㆍ서울 서초구)는 "강남 일부 지역에서는 엄마들이 직접 나서서 핼러윈 음식까지 손수 장만하느라 등골이 휜다"며 "호박파이, 고스트빵, 당근케이크, 브레첼, 햄, 젤라틴 등을 준비하다 보면 추석명절 스트레스 저리 가라 할 정도"라고 토로했다.

이러한 극성에 발맞춰 상업주의가 판을 치고 있었다. 올해 유행인 핼러윈 복장은 바로 '소녀시대' 의상. 이 의상을 8만9000원에 팔고 있는 핼러윈의상 온라인쇼핑몰 관계자는 "불티나게 주문이 밀려 바쁘니까 전화 끊자"고 말했다.

소품들 중에는 마녀, 악마, 해골 등 소름 끼치는 것들도 많았다. 아이들 정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아무런 제지 없이 버젓이 팔리고 있었다.

[임태우 기자 / 정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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