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 이중잣대, 언론자유지수 보도

신호철 기자 shin@sisain.co.kr 2009. 10. 29.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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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민주주의가 후퇴했다는 주장이 쏟아지고 있지만, 이를 객관적 지표로 증명하기는 쉽지 않다. 보수와 진보가 모두 인정하는 근거를 대려면 해외 조사를 인용할 수밖에 없는데 예를 들어 국제사면위원회(국제 엠네스티) 인권보고서를 들 수 있다.

언론 자유에 관해서는 좀 더 체계적인 기준이 있다.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국경 없는 기자회'가 매년 10월 발표하는 '언론자유지수'다. 지난 10월20일 국경없는기자회는 2009년도 언론자유지수 순위를 발표했다. 이 순위에서 한국은 조사 대상 175개국 가운데 69위를 차지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22위 떨어진 것이고 노무현 정부 말기와 비교하면 30계단 하락했다.

1985년 세워진 국경없는기자회(RSF)는 세계 곳곳에 조사원을 두고 언론인 보호와 언론 환경 감시 등의 일을 하고 있다. 국제기자연맹(IFJ)과 함께 세계 2대 언론인 조직으로 꼽히는데 2002년부터 언론자유지수를 발표해왔다.

RSF의 언론자유지수는 한때 보수 언론에 자주 인용되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 순위가 다소 하락하자 조선·중앙·동아 등 보수 언론은 "대통령이 메이저 신문을 공격했기 때문"이라며 크게 보도했다. 한편 이들 신문은 2009년 언론자유지수에 대해서는 보도를 하지 않았다.

언론자유지수에서 한국의 순위는 해마다 오르락내리락하며 부침이 있다. 이번 22계단 하락이 어떤 의미인지 제대로 알려면 지난 2002년부터 지금까지의 변화를 시간순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02년 첫 조사에서 한국은 39위였는데, 당시 일본은 26위, 프랑스는 11위였다. 이를 두고 같은해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정부는 한국 언론의 자유를 어디까지 후퇴시키려는가"라며 정부 비판 자료로 인용했다. "경제 규모 12위에 걸맞지 않은 부끄러운 수준"이라는 것이다. 순위 상위권을 차지한 국가는 대부분 한국보다 경제규모가 작은유럽 소국이었다.

이듬해인 2003년 한국은 49위로 내려앉았다. 그러자 보수 언론의 공세는 더 커졌다. 조선일보는 RSF 아시아 국장 뱅상 브로셀의 말을 인용해 "노무현 대통령이 조선일보를 비롯한 메이저 신문들을 향해 공격적 발언을 발표했기 때문"이라며 정부를 공격했다.

2006년에는 프랑스보다 높아

물론 대통령과 언론이 불편한 관계에 있던 것이 순위 하락에 기여를 했을 수 있다. 하지만 RSF 언론자유도 순위 조사의 근거가 되는 기준에는 대통령의 발언 여부는 중요하게 취급되지 않는다. RSF 언론자유도 순위에 중요하게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기자에 대한 체포·구속·보도 금지·자료 강탈 등이다. 같은 조선일보 기사에서 뱅상 브로셀은 양길승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 향응 파문과 관련해 검찰이 SBS에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사례를 언급했다.

무엇보다 2003년 순위가 하락한 가장 큰 이유는 RSF가 이때부터 조사 대상 국가를 139개국에서 166개국으로 늘렸던 것이 컸다. 이 때문에 라트비아·슬로바키아 등 10개국이 한국보다 앞선 순위에 올라 상대적으로 한국은 순위가 밀렸다. 이 해에 일본(44위)?프랑스(26위) 등도 상대 순위가 밀렸다. 오히려 절대지표인 언론부자유지수(숫자가 높을수록 나쁜 상황을 뜻한다)에서 한국은 9.17로 개선됐다.

2004년 48위를 기록한 한국은 노무현 정부 집권 중반기부터 크게 언론 자유가 증진되기 시작했다. 2005년 34위로 아시아 국가 가운데 가장 언론자유도가 높은 나라가 된 것이다. 일본은37위였다. 언론부자유지수는 7.5로 역대 최소점이었다.

2006년은 지표상으로 보자면 한국 언론의 르네상스 시기였다. 한국은 언론자유 분야에서 31위로 역사상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일본(51위)을 크게 앞섰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프랑스(35위)보다 더 언론 자유가 만개한 나라로 평가된 것이다. 2005년과 2006년 한국이 국제사회로부터 받은 언론 자유 평가는 건국 이래 최고 수준이었다.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7년 한국 언론자유 순위는 39위로 다소 하락했다. 국정홍보처가 공공기관 기자실 폐쇄·통합을 주장하며 언론사들과 마찰을 빚던 때였다.

매년 10월 발표되는 RSF 언론자유 순위는 그해 8월까지 접수된 전문가 설문조사를 기반으로 한다. 2008년 2월에 시작한 이명박 정부 상황이 일부 반영된 2008년 순위에서 한국은 47였다. 순위는 나빴지만 언론부자유지수는 9점으로 아주 나쁜 편은 아니었다.

이런 지난 맥락에 비춰보면 올해 언론자유도 지수 결과는 충격적인 것이다. 집계 대상 국가(175개)가 지난해 173개국, 재작년 169개국에 비해 크게 늘지도 않았는데 순위는 각각 22계단, 30계단 하락했다. 한국보다 바로 위는 불가리아·토고·탄자니아·세르비아 등이며 바로 아래(70위)는 부탄이다.

무엇보다 절대지표인 언론부자유지수가 15.67이었다. 상대 순위·절대 점수 모두 과거 6년간 오르락내리락하던 범위를 크게 벗어나 악화됐다.

언론인 체포, 해고가 결정적

올해 한국 언론자유도에 대한 평가가 심각하게 저하된 이유는 국경없는기자회의 설문 조사 방식을 알면 쉽게 이해될 수 있다. 국경없는기자회가 각국의 언론전문가·기자·교수 등에게 보내는 설문지는 40개 문항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에는 "정부의 탄압에 못 이겨 언론인이 외국으로 몸을 피하는 사례가 있습니까?(4번 문항)" "민영 미디어에서 일하는 기자가 강제로 일을 그만두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까?(8번 문항)" "국영 방송사에서 기자가 부당하게 해고되는 경우가 있습니까?(21번 문항)" "48시간 이상 언론인이 구속되는 일이 있습니까?(34번 문항)" 등이 포함되어 있다.

해고·체포 등 직접적인 탄압 사례가 있느냐는 국제 언론계에서 그 사회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올해 평가에는 미네르바 사건과 YTN?KBS 사태가 반영됐다. RSF 아시아 국장 뱅상 브로셀은 2009년 언론자유도 조사 결과에 대해 "한국 순위가 떨어진 이유는 기자와 블로거들이 구속되고 보수파 정부가 비판 언론을 통제하려고 시도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신호철 기자 / shi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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