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조현준 사장 미국 호화 별장, 비자금 은닉 창구?

정희상 기자 minju518@sisain.co.kr 2009. 10. 19.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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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검찰이 일개 누리꾼만 못하다는 말이냐."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장에서 야당 의원들이 효성그룹 비자금 부실 수사 문제로 서울중앙지검장에게 핀잔을 준 말이다. 대체 한국 검찰의 자존심을 구긴 이 누리꾼은 누구이며, 왜 그런 비유가 나왔을까.

그는 전직 언론인 출신으로 현재 미국에서 프리랜서 블로거로 활동하는 안치용씨(43)다. YTN 기자를 거쳐 미국 한인방송 TKN에서 최근까지 일해온 안씨는 10월 초 자신의 블로그 '시크릿 오브 코리아'(Secret of Korea)에 '이명박 대통령 사돈 총각의 비리'를 폭로하는 글과 사진을 올렸다. 바로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 장남으로 효성의 무역부문을 총괄해온 조현준 (주)효성 사장이 2002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시가 450만 달러짜리 호화 별장을 사들인 사실을 밝히고, 계약서와 집 사진 등 근거 서류를 공개한 것이다. 또 조 사장은 2006년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 있는 란초 발렌시아라는 빌라 두 채를 90만 달러에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안씨가 10월5일과 6일, 9일 잇따라 블로그에 올린 조 사장의 호화 빌라 관련 내용은 '이명박 사돈 총각 조현준 효성 사장, 로스앤젤레스에 54억 주택 매입' '조현준 사장 호화주택 구입에 효성 상무 개입' '조현준 사장, 2006년에도 호화 콘도 2채 동시 매입 확인' 등이었다.

호화 별장 구입자금 출처는?

때마침 효성그룹 해외 비자금 부실 수사 국감이 벌어지던 와중에 안씨가 블로그를 통해 폭로한 이 내용은 큰 파문을 일으켰다. 당장 검찰이 면죄부를 준 효성 오너 일가의 비자금 수사 결론이 부실 수사라는 질타가 쏟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2002년과 2006년에 조 사장이 효성아메리카라는 현지법인을 통해 각각 450만 달러와 90만 달러의 고가 주택을 매입했다는 것은 비자금을 통한 해외 재산도피 혐의를 받기에 충분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검찰은 수년간 수사를 벌이고도 이런 사실조차 몰랐을 뿐 아니라 효성그룹 오너 일가의 해외 비자금에 대해 공소시효 등을 핑계로 면죄부를 준 것이다. 더구나 2002년 조 사장이 로스앤젤레스에 450만 달러짜리 호화 주택을 구입할 때는 외환관리법상 국외체류자에 한해 30만 달러 한도 내에서 해외 부동산 구입이 허용되던 시점이었기에 그의 호화 주택 구입은 불법 외화유출 및 해외 재산은닉 혐의를 비켜가기 힘들다.

이에 대해 효성그룹 측은 조 사장의 개인 거래로 회사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조 사장은 호화 주택을 산 지 두 달 만에 이 집 소유권을 자신이 설립한 별도 법인 '펠리칸 포인트 프로퍼티'에 넘겼다. 말이 별도 법인이지 주소지도 효성아메리카와 똑같다. 법인 설립도 유 아무개 효성아메리카 상무가 조 사장을 대행해 이뤄졌다.

효성그룹의 미국 현지법인인 효성아메리카가 의심받는 해외 비자금 조성 의혹은 이 사건만이 아니다. <시사IN>이 지난해 봄부터 검찰에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며 폭로한 효성 오너 일가의 방위사업 비리도 효성아메리카를 매개로 이뤄졌다. 1998년부터 지금까지 약 500억원대의 국고가 나간 효성 오너 일가의 방위사업에는 조 사장의 이모인 송진주씨, 이모부 주관엽씨가 깊숙이 개입해 있었다. 정치학도 출신인 조 사장은 난데없이 '야간표적지시기'라는 군사기술 특허 발명자로 특허청에 이름을 올렸다. 또 이들의 주 활동무대도 조 사장이 간여하고 있는 효성아메리카 로스앤젤레스 사무소다.

문제는 이들이 지난 10여 년간 국방당국을 상대로 국내 자체 연구개발 납품을 약속하고는 실제로는 효성아메리카를 통해 미국에서 방산 제품을 수입해 여러 단계의 유령 가공회사를 거쳐 마치 국내에서 납품하는 듯한 편법을 썼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납품 가격 부풀리기가 이뤄졌고, 국가를 상대로 실제 수행하지도 않은 연구개발비까지 타냈다. 수사 결과 드러난 이들의 허위 세금계산서만도 64억원에 이르렀다. 하지만 검찰 수사는 거기에서 그쳤다. 마땅히 자금 흐름을 추적해 부당하게 지급된 돈을 환수 조처해야 하지만 이를 방기하고 있다.

미국에서 주관엽씨 신병 인도받아야

검찰에서는 이렇게 유출된 국고가 흘러들어간 효성아메리카와 조현준씨, 주관엽씨, 송진주씨 등에 대해 전혀 조사하지 않았다. 효성아메리카가 자리한 미국 로스앤젤레스 주소지에 주관엽씨가 설립한 회사 마이크로세로닉스와 송진주씨의 회사 ZN테크놀러지가 같이 들어 있다는 점에서 이들은 국고 불법 유출과 비자금 조성 과정에 깊숙이 연결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조석래 회장의 처제인 송진주씨가 방위사업에 개입한 제이송연구소의 설립지는 효성그룹 2세 형제인 조현준·조현문·조현상씨가 지분을 나눠가진 부동산 매매회사 유신암면(현 트리니티)과 주소지가 똑같았다.

조 사장의 해외 호화 빌라를 폭로한 안치용씨는 "<시사IN>의 주관엽씨 방위사업 비리 기사를 검색해 효성아메리카 비자금 단서와 연결된다고 보고 블로그에 올렸으나 '효성에서 다음(daum)에 요구해' 모두 접근 금지시켰다"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미국 현지에서는 주관엽씨가 효성그룹 오너 일가의 현지 비자금과 연관 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검찰이 현재 기소 중지해둔 주관엽씨에 대해 미국 정부로부터 범죄인 인도협정에 따라 조속히 신병을 인도받아 조사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희상 기자 / minju518@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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