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족족, 인도에 있어도 공격적으로 검거해!"

2009. 10. 13.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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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박상규 기자]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 1주년을 맞아 5월 2일 저녁 서울광장에 모인 촛불시민들을 경찰이 강제 연행하고 있다.

ⓒ 남소연

"상당 시간 가두시위가 예상됩니다. 초기에 검거를 많이 하는 게 해결책이기 때문에 보는 족족, 보는 족족 검거하기 바란다!"

촛불 1주년 행사와 집회가 예정됐던 지난 5월 2일 오후 6시 52분. 주상용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시위 진압에 나선 일선 지휘관들에게 무전으로 이런 지시를 내린다. 이어 일선 지휘관들의 무전기에서 다시 주 청장의 음성이 흘러나온다.

"설사 (시민들이) 인도에 산재돼 있더라도 공격적으로 쫓아가서 검거를 해! 오늘 집회관리가 조기에 마무리될 수 있게 최선을 다하도록!"

촛불 1주년 행사 기간(4.30~5.2)에 주상용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이러한 '적극적 검거' 지시로 200명 이상의 연행자가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13일 서울경찰청 국정감사에서 강기정 민주당 의원은 주 청장과 일선 지휘관의 무전 녹취록을 분석해 일부 공개했다. 녹취록에는 주 청장과 일선 지휘관들이 지난 5월 1일부터 2일까지 서울 시내 곳곳에서 벌어진 집회·시위를 진압하며 나눈 대화와 명령 등이 담겨 있다.

녹취록에 따르면 주 청장은 "잔당 소탕", "보는 족족 검거", "공격적으로 쫓아서 검거" 등의 수사를 사용하며 적극적인 강경진압을 주문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5월 1일 19시 55분 : 주 청장이 기동본부장에게 지시

"기동본부장은 고생 많이 하는데, 지금 마지막 이거는 잔당 소탕이나 다름없어. 경력을 펼쳐 가지고 구석구석 수개하고, 검거를 열심히 했지만 지금 검거는 작으니까 검거를 많이 하도록 해요! 특히 깃발 든 시위대는 반드시 검거를 하도록!"

녹취록을 보면 주 청장은 서울광장, 청계광장 그리고 광화문 주변으로 향하는 지하철 출입구 봉쇄를 직접 엄명한다.

5월 2일 17시 44분 : 주 청장 지시

"각 지하철을 차단하고 있는 경력은 차단 경력을 조금 증가해서 (시민들이 지상으로) 절대로 올라오는 일이 없도록 완전 차단에 만전을 기해주기를 바랍니다!"

5월 2일 18시 50분 : 주 청장 지시

"청계광장이나 광화문으로 이동을 하려고 할 거예요. 그러면 이동로를 선점해서 삼삼오오 올라오는 것을 검문하고 검거를 철저히 하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지시합니다. 책임 수비에 전방만 보지 말고 후방에도 순찰조나 점거조를 편성해서 삼삼오오 이동하는 것을 철저히 차단해 주세요!"

촛불시위 1주년을 기념하려는 촛불시민들의 집회를 막기 위해 5월 2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으로 통하는 시청역 출구를 경찰이 셔터까지 내린 채 완전 봉쇄하고 있다.

ⓒ 남소연

"오늘은 검거 인원 많아야 해... 시위대 좀 많이 잡아"

이어 곧바로 주 청장은 "보는 족족 검거하고 설사 인도에 있더라도 공격적으로 쫓아가 검거를 해서 집회관리를 조기에 마무리하자"고 독려한다. 또 주 청장은 이날 저녁 8시부터는 검거 인원을 늘려야 한다고 지시한다. 시간대별로 주 청장 지시를 보자.

5월 2일 20시 18분

"오늘은 지금 시청행사가 다 엉망이 됐기 때문에 검거 인원이 많아야 합니다. 초반부터 검거를 많이 하라고 했는데, 오는 족족 검거해서 검거인원이 많도록 하세요!"

5월 2일 20시 27분

"4기동단장은 말이야, 지금 시간부터는 작전이 검거 위주로 해서 시위대들을 좀 많이 잡아야 돼. 오늘 시위대들은 지난번에 촛불집회 주도했던 사람들이고 오늘 시청 행사를 완전히 방해했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검거를 철저히 기할 수 있도록!"

5월 2일 20시 39분

"시청 쪽에 있는 사람들은 차단시켜서 검거하는 걸로 조치하자고!""호송차량 방해하는 장소에서 검거해요. 채증하고 무조건 검거해!""시청 부근서 호송차량 방해하는 사람들은 시위대들이니까 검거하세요!" 5월 2일 21시 48분"기동본부장하고 4기동단장, 5기동단장 부대가 충분하니까 둘러싸서 말이야 골목길 안에 경력을 집어넣어 대대적으로 검거하라고! 그리고 기동본부장은 좀 빨리 좀 해, 신속하게!"

지시대로 연행자가 200여 명에 이른 것이 흡족했던 것일까. 모든 집회가 마무리될 즈음 주 청장은 일선 지휘관들에게 흡족한 치하의 말을 무전으로 날린다.

5월 2일 23시 32분

"금일 상황에 지원된 경력들에게 청장이 치하지시합니다. 전 경력 여러분이 잘 대처해줘서 2박 3일간의 5월 1일 노동절 행사가 잘 마무리됐습니다. 2~3일간 우리 진압이 아주 잘됐다고 청장이 평가합니다. 대단히 수고하셨습니다!"

국감장에서 이런 내용이 모두 공개되자 주 청장은 불편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강기정 의원이 녹취록을 공개하며 "이런 말을 한 게 사실이냐?"고 묻자 주 청장은 "기억이 안 난다", "내가 안 했다" 등등의 말로 변명했다.

또 주 청장은 일부 질문에 답변을 하면서 목소리를 높이는 등 격앙된 모습도 보였다. 이에 위원장은 "주 청장은 목소리를 낮추고 답변 자세를 공손히 해주길 바란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주상용 서울경찰청장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서울지방경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과잉진압 지시와 무차별 검거에 대한 의원들의 지적이 계속되자 언성을 높이며 답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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