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린에바디 "가부장 문화는 민주주의의 혈우병"

2009. 8. 10.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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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의전화 주최 특별세미나(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가부장제 문화는 민주주의의 '혈우병'입니다. 이 병은 어머니의 유전자가 아들에게 전이되는 일종의 유전병입니다. 이 문화는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억압을 주고 있습니다. 모든 여성은 이 문화에 맞서 싸워야 합니다."

이란 최초의 여성판사이자 이슬람권 최초의 여성 노벨상 수상자인 시린 에바디(62) 변호사는 10일 오후 서울 은평구 녹번동 한국여성의전화와 아시아기자협회가 공동 주최한 '노벨평화상 수상자 시린 에바디와 함께하는 여성인권 특별세미나'에 참여해 여성인권신장에 대해 강연하고, 한국의 여성인권 활동가들과 만남을 가졌다.

그는 강연을 통해 "이란을 비롯한 이슬람권 국가들에 여성차별적 제도가 있는 이유는 이슬람 율법 때문이 아니라 가부장적 전통 때문"이라며 "사회주의 국가였던 중국과 힌두교가 지배하는 인도, 아프리카의 기독교권 국가들에서도 여성차별적 제도와 문화는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때문에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종교와 정치를 분리해 정부가 종교를 빌미로 여성을 탄압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가부장적 문화는 가정에서 어머니가 자녀들에게 옮기는 문화적 '혈우병'"이라고 전제하며 "어머니가 아들과 딸을 서로 평등하게 대하는 등 양성평등적인 가정교육을 통해 가부장적 관습을 없애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란의 현재 상황을 염두에 둔 듯 "평화란 전쟁이 없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전쟁에서 포로로 붙잡혀 수용소에 가는 것이나 여성운동을 하다 정권에 잡혀 감옥에 가는 것은 차이가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자신과 함께 활동하던 두 명의 기자가 현재 감옥에 있다고 덧붙였다.그는 이란이 UN의 여성차별철폐협약을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비준하지 않은 데 대해 "이란 여성들의 상당한 노력에도 정부가 (협약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이란의 경제 상황이 어렵기 때문에 수출 봉쇄 등 제재는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에바디 변호사는 이란의 첫 여성 판사로 임용됐으나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여성은 감정적이므로 법 집행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강제 퇴직됐다. 이후 1992년 인권 변호사의 길에 들어선 그는 여성과 어린이를 차별하는 제도의 개정을 이끌었다.

그는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2003년 이슬람권 여성 최초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그는 현재 지뢰반대 운동가 조지 윌리엄스, 케냐의 환경운동가 오아 가리 마타이 등 여성 노벨상 상자들과 함께 이란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이는 한편, 여성의 참정권을 제한하는 이란의 법 개정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번 세미나는 만해 평화상 수상을 위해 방한한 에바디 변호사가 한국의 여성인권 활동가들을 만나보고 싶다고 요청해 성사된 것이다.

세미나는 에바디 변호사가 자신을 상징하는 하얀 장미꽃 한 다발을 선물받는 것으로 시작해 곧바로 그의 강연으로 이어졌다.

세미나에는 ㈔한국여성의전화연합 정춘숙 상임대표와 강은숙 공동대표, 국가인권위원회 최경숙 상임위원과 신혜수 전 UN 차별철폐위원회 위원, 양성평등교육진흥원 문숙경 원장, 아시아기자협회 이상기 회장 등 한국의 여성인권 활동가들과 한국에 살고 있는 이란인들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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