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손에 끼워준 벙어리 장갑..이희호 여사의 '뜨개질 순애보'
[CBS사회부 조은정 기자]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위급한 상황 속에서도 아내는 묵묵히 뜨개질을 했다.유난히 추위를 많이 타던 남편의 손발에 따뜻한 덧신과 벙어리 장갑을 씌워주기 위해서다.김대중 전 대통령이 폐렴 증세로 장기간 입원 중인 가운데 이희호 여사의 '뜨개질 순애보'가 알려지면서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
이 여사는 김 전 대통령의 병세가 위독해진 지난 6일부터 남편 곁을 지키며 털실과 코바늘을 가져와 손수 뜨개질을 시작했다.
최경환 비서관은 "손발이 차진 것 같다면서 뜨개질을 시작하시더니 며칠 전 덧신을 만들어 김 전 대통령의 발에 씌워 줬다"고 전했다.
남편의 병세가 극도로 악화됐던 지난 9일, 세상은 떠들썩했지만 아내는 코바늘을 놓지 않았다.
한땀 한땀 기도하는 마음으로 정성스레 뜨개질 해 수시간 만에 뚝딱 벙어리 장갑을 만들었다.
다음날 새벽 남편의 얼음장 같은 손에 벙어리 장갑을 씌워 주고는 아내는 한참을 고개숙여 기도했다.
이같은 아내의 세심한 관찰과 정성어린 간호 덕분인지 김 전 대통령은 벙어리 장갑을 낀 이날 오전부터 튜브로 영양공급을 받는 등 상당한 차도를 보이고 있다.
의료진들도 "혈압이 떨어지면 손발이 차가워지는 증상이 생긴다"면서 "이같은 뜨개질 처방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희호 여사의 순애보는 위기 때마다 남편에게 큰 힘이 됐다.평소에도 유난히 추위를 타는 편이었던 김 전 대통령이 70년대 민주화 운동을 하다 진주교도소에 수감됐을 때 이 여사가 남편 생각에 추운 겨울에도 방에 불을 떼지 않았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감옥살이와 납치, 감금 등 어떠한 시련도 함께 극복해왔던 기억 때문인지 이 여사는 슬픔에 젖기보다 측근들이 눈물을 보일 때면 오히려 다독이고 위로하며 병실 분위기를 밝게 이끌어가고 있다고 한다.
올해 88세인 이희호 여사는 지난 62년 마흔의 나이로 두 살 아래이자 두 아이의 아버지인 김대중 전 대통령과 결혼했으며, 남편의 파란만장한 정치 인생 내내 평생의 동지로서 함께 해왔다.aori@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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