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불황에 영화관 웃고,공연장 울고

2009. 7. 31.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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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범(36·서울 우면동)씨는 요즘 공연 할인 티켓을 봐도 관심이 없다. 지난해까지는 공연 예매 사이트나 신용카드 회사에서 제공하는 할인 행사를 챙겨서 3∼4개월에 한 번 뮤지컬을 보러 갔다. 하지만 올 들어 임씨는 공연장 대신 영화관을 더 즐겨 찾는다.

쓸 수 있는 돈이 줄어서다. 경기 하락으로 월급은 물가상승률이 반영되지 않고 동결됐다. 당장 생활에 큰 어려움은 없지만 경제가 안 좋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쉽게 지갑을 열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다른 것보다 문화생활 비용을 대폭 줄였다. 월 소득 250만원 가운데 10만원을 문화 비용으로 쓰던 임씨는 이제 5만원 내에서 문화 욕구를 충족시킨다. 공연장에 발길을 끊은 대신 월 2회에서 3회로 영화 관람 횟수를 늘렸다. 그는 "외국 뮤지컬은 구석 자리도 5만원이 넘는 걸 감안하면 공연장에 한 번 가는 게 큰 행사를 치르는 것처럼 느껴진다"며 "입장료가 9000원 이하인 영화는 여러 편 봐도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시작된 경기 한파로 문화 콘텐츠 소비 양식이 바뀌고 있다. 문화생활 비용을 대폭 줄인 관객들이 고가의 공연장 대신 저렴한 비용으로 즐길 수 있는 영화관으로 몰리고 있다.

영화 관객은 지난해 1∼6월 7014만명에서 올해 같은 기간 7217만여명으로 2.9% 늘었다. 올 상반기 관객은 역대 최다였던 2006년(7739만여명) 이후 두 번째다. 올 1분기 민간 소비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4% 준 것을 생각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반면 공연장 관객은 급격히 줄었다. 서울·경기권의 5대 공연장을 대상으로 올 상반기 유료 관객과 전년 동기를 비교한 결과 국립극장은 36.4%, 성남아트센터는 29.1%, 고양아람누리·어울림누리는 14.5%, 세종문화회관은 7.2% 하락했다. 예술의전당만 29.5% 증가했다. 2007년 말 화재로 지난해 영업을 하지 않은 오페라하우스를 제외하더라도 음악당 관객 증가율은 9.3%였다. 2만∼3만원대로 즐길 수 있는 대학로 소극장은 최대 50% 할인 전략으로 관객을 동원하는 실정이다.

공연 장르마다 경기 민감도도 다르게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마니아 계층이 확고한 클래식 등 순수예술 관람객보다 뮤지컬 관객이 대폭 줄었다. 클래식 관객층이 두터운 예술의전당 관객이 줄지 않은 점도 이런 이유다.

영화, 공연 예매가 가능한 티켓링크의 정철 이사는 "공연 시장의 약 70%가 뮤지컬인데 관객이 20∼30% 줄어드는 바람에 전체적으로 공연계가 불황"이라며 "예전부터 뮤지컬이 호황이면 영화관이 불황인 것으로 볼 때 서로 대체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26일 메가박스를 시작으로 관람료를 1000원 인상한 극장가는 저가의 문화생활을 즐기려는 고객으로 순항 중이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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