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정현수기자]
결국 소설가
이외수씨가 악성댓글(악플)을 작성한 누리꾼을 고소했다. 자신과 가족의 명예를 실추했다는 것이 고소의 배경이었다. 이 과정에서 누리꾼들의 교묘한 악플 행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외수씨는 30일 새벽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그(필명 학생맨)는 자신의 잔머리를 믿고 두 번의 실수를 자행했다"며 "두 번의 우연은 필연이라는 말이 있다. 과연 저게 우연일까"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외수씨가 지적한 글은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서 필명 '학생맨'으로 활동하는 누리꾼의 사과문이었다. 학생맨은 이외수씨가 고소 의사를 밝혔던 누리꾼이기도 하다. 이외수씨의 고소 방침에 학생맨은 사과문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 사과문이 화근이 됐다. 두 차례에 걸쳐 올라온 사과문은 겉보기에는 일반적인 사과문과 다를 게 없이 평범한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실상을 파헤쳐보면 교묘한 수법이 녹아 있었다.
학생맨이 올린 사과문은 "어른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가 결여되어 있었던 점에 대해 반성합니다. 이번 상황도... 없었던가... 내일도..."와 같은 식으로 정리됐다. 앞글자만 떼서 읽을 경우 전형적인 악플이 된다.
이른바 '세로읽기' 수법인 셈이다. 학생맨은 두 차례에 걸친 사과문에서 이 같은 방법을 잇따라 사용했다. 두 번째 올린 사과문에는 앞글자만 거꾸로 읽었을 경우 입에 담기도 힘든 욕설이 된다.
이 같은 형태의 악플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 등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방법이기도 하다. 겉보기에 명예훼손 여지를 줄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때는 "OOO사랑해"의 앞글자를 이용한 게시글이 인기를 끌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주로 악플에 많이 이용된다.
특히 긍정적인 말들을 늘어 놓으면서 상대방을 안심시키다가 뒤통수를 때리는 식이 많다. 실제로 "
마 음씨도 참 고운 거 같아요.
귀 엽고 깜찍하시고"와 같은 게시글이 앞글자만 떼서 읽을 경우 순식간에 '마귀'로 변해버린다.
또 "
반 드시 이 일은 이뤄져야 한다.
대 안이 없기 때문이다.
한 국에서 이처럼 좋은 정책은 없다.
다 시 한번 생각해도 이 정책에는 찬성할 수밖에 없다"처럼 게시글과 '세로읽기'의 의미가 전혀 다른 경우도 있다. 비슷한 사례는 수없이 많다.
정치인 등 유명인의 미니홈피 방명록이나 기사 댓글 등에 외면적으로는 칭찬과 찬성의 글이지만, 이같이 머릿글자만 세로로 읽으면 욕이 되는 문구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외수씨는 "처음 학생맨이 사과문을 올렸을 때 난 내용을 액면 그대로 믿었다"며 "(그러나) 이건 사과문도 아니고 반성문도 아니다. 나에 대한 조롱과 멸시와 냉소가 들어있다"며 고소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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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수기자 gustn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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