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대통령 영정 '전리품'처럼 뺏어가

입력 2009. 6. 24. 19:50 수정 2009. 6. 25.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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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새벽엔 보수단체, 오후엔 구청·경찰

두번 철거당한 분향소

"경찰의 직무유기 정도가 아니다. 보수 성향 단체와 경찰, 서울시의 합동작전이다."

24일 오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시민분향소가 모두 철거된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시민상주단과 자원봉사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하루 동안 분향소 기습철거와 잔해 청소, 분향소 재설치 통제 등이 잘 짜인 '작전'처럼 진행됐다는 것이다.

'시민상주단' 대표 황일권(45)씨는 "보수단체 회원들이 기습적으로 분향소를 무너뜨리고, 전리품인 양 노 전 대통령의 영정을 탈취해 갔다"고 말했다. 국민행동본부 회원들이 자리를 뜬 뒤 경찰은 분향소가 있던 자리 주변에 폴리스라인을 치고 시민들의 접근을 막았다.

오후 2시가 되자 경찰과 서울시의 본격적인 '청소'가 시작됐다. 경찰 9개 중대 700여명이 분향소 일대를 둘러싸고 시민들의 접근을 막았다. 경찰의 '보호' 아래 서울시와 중구청 직원 등 60여명이 나타나 무너진 천막과 집기들을 트럭에 실었다. 시민들이 항의하면서 몸싸움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이계덕(24)씨 등 8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중구청 관계자는 "분향소 철거 잔해를 계속 놔둘 수 없어 서울시와 경찰의 협조 아래 치웠다"고 말했다.

분향소의 잔해가 치워지는 1시간 남짓한 동안, 상주로 활동중인 엄아무개(28)씨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노 전 대통령의 또다른 영정을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다.

이날 오후 4시께 분향소 잔해는 말끔히 치워졌지만 대한문 앞은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경찰은 시민들이 분향소를 다시 설치하지 못하도록 200여명의 병력을 동원해 분향소가 있던 자리를 빙 둘러싸고 완전히 봉쇄했다. 이에 일부 시민들은 저녁 7시께 대한문 바로 앞 길바닥에 은색 돗자리를 깔고 다시 영정을 앉힌 뒤 임시분향소를 만들었다. 시민 150여명이 그 현장을 지켰다. 운영진 김아무개(40)씨는 "어제(23일)부터 경찰이 유난히 분향소 쪽을 자극하기 시작했다"며 "어떤 방법으로든 49재(7월10일)까지 분향소를 차려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저녁 7시30분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토론회를 열려던 문화·인권단체 회원 9명을 불법시위 혐의로 연행했다. 밤 10시35분께에는 현장 주변의 시민 15명을 '도로 위에 서 있었다'는 이유로 다시 연행했다. 이날 밤 11시까지 연행된 시민은 모두 32명에 이른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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