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검찰의 '공무집행방해죄' 남발에 제동
<아이뉴스24>
검찰의 지나친 공무집행방해죄 남발에 대해 사법부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특히 음주소란자 등과 같이 비이성적인 상태에 있는 자의 경우 경찰이 폭행을 당했더라도 경찰의 소극적인 대처가 원인이 될 수 있다면서 공무집행방해죄 적용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을 사법부가 제기한 것이다.
또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정국 이후 검찰 개혁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법부의 판단이 검찰의 향후 수사·기소 방식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춘천 지방법원은 최근 검찰의 음주 난동자에 대한 공무집행 방해죄 기소 사건에 대해 이 같은 논리를 근거로 벌금형으로 형량을 낮추거나 실형을 요구하는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사례 1. 파출소 난동
2008년 7월 술에 만취한 상태에서 차량을 파손한 A씨는 현장에 출동한 모 경찰서 둔내 파출소 소속 김모 경장에게 "니들이 뭐냐, 경찰이면 다야 XX들아"라는 욕설을 하고 경장의 가슴 등을 밀치며 폭행했고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A씨는 파출소로 끌려온 뒤에도 화가 난다는 이유로 김모 경장의 이마를 들이받고 파출소 바닥에 소변을 보는 등 1시간 반 가량 소란을 피워 직무집행을 방해했다.
◆사례 2. 술집 난동
2008년 11월 만취 상태로 술집에서 난동을 부린 B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모 경찰서 중앙지구대 소속 경사가 제지하려 하자 "X할XX야, 니가 경찰이면 다냐"며 양쪽 어깨를 2회 밀어 바닥에 넘어뜨렸다. B씨는 유사한 폭력전과 11회가 있었지만 최근 5년간은 유사한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
◆춘천지법 "공무집행방해죄 재검토 필요"
위의 2개의 사안에 대해 춘천지방법원은 폭력·상해 등의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했지만, 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공무집행방해죄의 재검토 필요성'을 이유로 들어 검찰의 주장에 문제를 제기했다.
춘천지법 제1형사부는 판결문을 통해 "공무원은 그 대상자에 비해 우월한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그 권한과 강제력을 적절하게 행사하지 못한 채 폭행을 당했다"며 "공무집행방해죄로 의율한 사안에서도 동죄의 성립이나 그 양형을 일률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타당한지 현실 속에서 재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현행 경찰관직무집행법은 강제력 사용의 요건과 적용범위에 대한 기준이 모호한 점을 들어 이에 대한 개정의 필요성은 인정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경찰관은 비이성적 반응이 충분히 예상되는 주취자에 대해서는 만반의 경계를 갖추고 대비해야 한다"며 "만일 소극적인 제지만 시도하다 주취자로부터 폭행을 당한 데 대한 처리를 공무집행방해죄에 의존한다면 경찰관의 임무에 비춰 오히려 부적절해 보인다"고 공무집행방해 혐의의 지나친 확대적용을 경계했다.
한편, 이번 판결을 두고 일각에서는 검찰의 지나친 공무집행방해 혐의 기소 남발에 철퇴가 내려졌다며 환영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경찰의 강제력 동원 기준이 강화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어 향후 검찰 측의 대응이 주목된다.
/박정일기자 comj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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