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고 미안해요, 그리고 사랑합니다" 바보 노무현, 세상 이별하는 첫발 디디다

2009. 5. 28.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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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오마이뉴스 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와 아들 노건호씨 등 유족들이 29일 오전 경남 김해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의 사저를 한바퀴 둘러본 뒤 사저를 나서고 있다.

ⓒ 유성호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와 딸 노정연씨가 29일 오전 경남 김해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의 사저를 한바퀴 둘러본 뒤 영정사진과 유족 행렬이 사저를 나서자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유성호

노무현 전대통령 서거 7일째인 29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발인제에서 조문객들이 슬퍼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특별취재팀 : 봉하 현장]

취재 : 윤성효 황방열 최경준 김도균 박상규 안홍기 기자 / 총괄 : 김병기 기자

사진 : 유성호 기자 / 총괄 : 권우성 기자

동영상 : 김호중 기자 / 총괄 : 이종호 기자

[50신: 29일 오전 6시 10분]

노무현 전 대통령, 발인식 마치고 서울로 출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나보내야 하는 날이 밝았다.29일 오전 6시경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운구차가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발인제를 끝내고 서울로 향했다. 추모객들은 운구차를 향해 노란색 종이 비행기를 날려보냈고,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 등의 말로 그와의 마지막 인사를 고했다.

노 전 대통령의 운구차가 떠난 봉하마을에는 다소 적막한 분위기 속에 분향이 재개됐고,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운구차에 노란색 종이비행기 날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인제가 열린 29일 새벽 경남 김해 봉하마을 빈소에서 노 전 대통령의 관에 태극기를 덮고 있다.

ⓒ 공동사진취재단

노무현 전대통령 서거 7일째인 29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발인제에서 노건평씨와 노건호씨가 참담한 표정을 짓고 있다

ⓒ 공동사진취재단

새벽 4시 40분경, 분향이 중단됐다. 유족측과 자원봉사자들은 봉하마을회관 앞 공터를 청소하고, 추모객들을 통제하는 등 발인제를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새벽 5시 발인제가 시작됐다. 발인제를 보기 위해 남아 있던 3000~4000여명의 추모객들이 근처를 가득메웠고, 마을 입구 도로에도 발디딜틈 없이 추모객들이 줄서 있었다.

노 전 대통령 빈소가 마련돼 있는 마을회관 문이 열리고, 영정을 앞세운 아들 건호씨와 비서관의 부축을 받은 권양숙 여사의 모습이 나타나자, 곳곳에서 흐느끼는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한 여성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노 전 대통령의 이름을 부르며 통곡하기 시작했다. 노 전 대통령의 영정은 사위 곽상언 변호사가 들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와 아들 노건호씨 등 유족들이 29일 오전 경남 김해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의 사저를 한바퀴 둘러본 뒤 사저를 나서고 있다.

ⓒ 유성호

건호씨와 권양숙 여사는 매우 초췌해 보였고, 얼굴에는 눈물을 잔뜩 머금고 있었지만, 눈물을 보이지는 않았다. 상주 인사, 대축독축, 재배 등 발인제가 모두 끝나자, 유족들은 노 전 대통령의 영정을 앞세우고 사저로 향했다.

잠시 후 분향소 뒷편에서 노 전 대통령의 운구차가 나와 마을 입구에 자리를 잡았고, 추모객들의 설움에 찬 울음 소리가 더욱 커졌다. 추모객들은 자석에라도 이끌리듯 운구차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영정이 사저를 돌아보고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추모객들은 운구차를 향해 노란색 종이 비행기를 날려보냈다.

누군가가 노 전 대통령이 생전에 즐겨 부르던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기 시작했고, 곧 전체 추모객들이 합창을 했다. 흐느끼는 추모객들 사이에서 "사랑합니다, 잘 가세요", "당신은 영원히 살아계십니다" 등의 말이 터져나왔다. 한 추모객은 "안 되는데, 이렇게 가면 안 되는데~"라며 눈물을 흘렸다. 울분을 참지 못한 추모객들은 "살려내라", "이명박 나와!"라며 분노를 터뜨리기도 했다.

하지만 추모객들의 울분과 슬픔으로는 노 전 대통령을 태운 운구차를 막지 못했다. 영정이 돌아온 뒤, 운구차가 서서히 움직이자, 추모객들은 노란색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조용히 운구차의 뒤를 따랐다.

발인제 참석 위해 새벽 추위와 싸운 추모객들

29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운구차량이 출발하고 있다.

ⓒ 공동사진취재단

29일 새벽 추모객들은 상당수가 돌아가지 않고 분향 뒤 발인제를 보기 위해 봉하마을에 남았다. 조문을 마친 추모객들은 봉하마을 골목골목, 건물 사이사이에 들어 앉아 길게는 몇시간씩 새벽 추위와 싸워야 했다. 일부 추모객은 스티로폼을 깔고 앉아 신문지를 덮어 추위를 버텼고, 미약하나마 3~4개씩 켜둔 촛불의 온기에 의지하는 이들도 있었다.

한 주민은 조문객들이 길바닥에 앉은 것이 딱했던지 문을 열어 자신의 집 옥상을 개방했고, 수십명의 조문객들이 옥상에서 발인제를 지켜보기도 했다.

부산에서 온 50대 후반의 이상림씨는 "발인을 보기 위해 더 일찍 오지 않고 어제 밤에 왔다"며 "노 대통령 가는 길을 봐야 하는데 영결식을 가려면 서울로 가야 해서 발인을 꼭 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노사모 카페에서 단체로 전세버스를 빌려 전날 밤 봉하마을에 도착한 김아무개(39)씨는 "더 빨리 조문을 오고 싶었는데 사정이 있어 이제 왔다"며 안타까워 했다.

김씨에 따르면 김씨 일행 80여명은 2대의 버스를 나눠 타고 왔는데, 당초 계획은 조문을 마치고 곧장 서울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봉하마을에 와서 조문을 한 뒤 일행들 사이에서 '발인을 꼭 보고가자'는 의견이 다수가 되는 바람에 2대 중 1대는 늦게 출발하기로 했다는 것.

그래서 늦게 출발하는 1대에 타기 위해 일행들이 제비뽑기를 했고 김씨는 운(?)이 좋게도 늦게 출발하는 차에 탈 수 있게 돼 발인을 직접 볼 수 있었다. 김씨는 "발인이 끝나면 곧장 서울로 출발해 영결식과 노제에도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 전 대통령을 태운 운구차는 5시간 20분 동안 고속도로를 달려 영결식이 열리는 서울 경복궁 앞에 도착할 예정이다. 오전 11시에 시작하는 영결식이 끝나면, 오후 1시부터 서울광장에서 서울역까지 노제가 진행된다. 이후 오후 3시에는 수원 연화장에서 화장을 하고, 밤 9시경 다시 봉하마을로 돌아와 정토원에 임시 안치된다.

[49신: 29일 새벽 1시]

이제 이별... 29일 0시 봉하마을에 울려퍼진 '상록수'

ⓒ 유성호

노무현 전 대통령 발인을 앞둔 29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 분향소를 찾은 추모객들이 자정을 기해 노 전 대통령의 애창곡 '상록수'를 합창하다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유성호

"저 들에 푸르른 솔잎을 보라 돌보는 사람도 하나 없는데~"29일 0시, 경남 김해 봉화마을 분향소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전 즐겨부르던 노래 '상록수'가 울려퍼졌다. 분향소 뒷편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서는 넥타이를 매지 않은 모습으로 직접 통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노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이 상영됐다. 유족들과 조문객들은 분향을 멈춘 채 '상록수'를 합창하며 노 전 대통령을 추모했다.

울먹이며 노래를 따라 부르던 일부 조문객들은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끝내 굵은 눈물을 뚝뚝 떨궜다. 한 여성은 손수건에 얼굴을 파묻은 채 어깨를 들썩이며 서럽게 울었다.

"우리들 가진 것 비록 적어도 손에 손 맞잡고 눈물 흘리니 우리 나갈 길 멀고 험해도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

노래가 끝난 뒤, 조문객들은 새벽으로 넘어가는 밤 하늘을 향해 함성을 내질렀다. '노무현!', '노무현!' 연호가 터져나왔다. "노무현 대통령 존경합니다", "대통령님 고맙습니다" 노 전 대통령을 마지막으로 떠나보내는 조문객들의 인사가 이어졌다. 그리고 또 울었다. 한동안 봉하마을에 무거운 침묵과 깊은 슬픔이 내려앉았다.

그렇게 봉하마을과 조문객들은 노 전 대통령을 떠나 보낼 채비를 하고 있었다. 새벽 5시 30분이 되면 노 전 대통령의 육신은 영결식을 위해 서울로 떠난다. 그리고 노 전 대통령은 '영혼'이 되어 다시 봉하마을로 돌아올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한 '상록수' 합창이 끝나고 분향이 재개됐다. 장의위원회측은 이날 발인을 준비하기 위해 새벽 3시까지만 조문객을 받을 예정이지만, 이미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조문객의 숫자를 본다면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시간이 갈수록 조문객들의 행렬이 줄어들기는커녕 계속 늘어나고 있다. 현재 봉하마을 입구에서부터 줄을 선 조문객은 최소 1만여명이 넘는다.

장의위원회측은 최대한 조문객들의 분향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적지 않게 난감해 하고 있다. 일단 새벽 3시부터 프레스센터 철수를 시작으로 주변 정리 및 발인 준비를 시작할 예정이다. 노 전 대통령과의 작별의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봉하마을의 움직임도 긴박해지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발인을 앞둔 29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 분향소를 찾은 추모객들이 자정을 기해 노 전 대통령의 애창곡 '상록수'를 합창하다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유성호

노무현 전 대통령 발인을 앞둔 29일 새벽 경남 김해 봉하마을 분향소를 찾은 추모객들이 애도의 뜻을 표하며 촛불을 들고 지나가고 있다.

ⓒ 유성호

[48신: 28일 밤 11시 45분]

정세균 "장례 뒤 책임 분명히 묻겠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28일 장례가 끝난 뒤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묻겠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이날 밤 10시 30분쯤 봉하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 장례가 끝난 뒤의 민주당 행보에 대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현 정부를 겨냥, "확실하게 따질 것은 따질 것"이라며 "책임 있는 사람들이 책임을 지지 않고, 사과해야 할 사람들이 사과하지 않는 현상에 대해 분명히 잘못됐다는 점을 지적하겠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날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진 않은 채 "국민 여러분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치권이 어떻게 반성하고 미래를 준비하고 힘을 모아갈 것인지, 종합적인 것은 일단 대통령님을 잘 모시고 나서 시간을 마련해 국민 여러분들께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6월 국회 운영에 대한 질문에는 "장례 이외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빠른 시간 내에 말씀을 드리겠다"고 말을 아꼈다. 또 현 정부의 반대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결식 추도문 낭독 무산과 노제 만장 깃대가 대나무에서 PVC 파이프로 교체된 일 등에 대해서는 "그래도 (장례를) 잘 치뤄야죠"라고만 답했다.

정 대표는 또 "민주당은 지금의 (노 전 대통령 서거)사태를 막지 못한 것에 대해 자책과 많은 반성을 하고 있고 스스로를 질책하고 있다"며 "앞으로 민주당은 노 대통령이 추구한 가치를 '노무현 정신'이라고 표현하고 싶은데 이를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광재 의원이나 이강철 수석, 정상문 비서관 등이 대통령님 가시는 길에 동참할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며 "국민 여러분이 왜 이렇게 모두가 귀중한 시간을 내서 봉하마을을 찾고 전국에 차려진 분향소를 찾는지 그 뜻을 잘 파악해 받들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민중예술 작가, 대형 초상화 헌정... 조문객 끊이지 않아 '난감'

노무현 전 대통령 발인을 하루 앞둔 28일 밤 경남 김해 봉하마을 분향소에 임영선 화백이 영정에 바치는 대형 초상화가 옮겨지고 있다.

ⓒ 유성호

이날 정 대표의 기자회견 직전에는 민중미술 계열의 작가가 그린 대형 초상화가 노 전 대통령 영전에 바쳐졌다.

이 그림을 바친 이는 부산민족미술인협회 부산지부 회원인 임영선 화백. 그는 이 그림을 분향소에 가져다 바치고는 "존경하는 대통령님이 서거해 너무 비통해서 정성을 다해서 그렸다"며 "남아있는 후배들이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좀 더 노력해야겠다"고 말했다.

임 화백이 노 전 대통령 서거 직후부터 3일 동안 그린 196 X 259㎝ 크기의 초상화에는 와이셔츠에 타이를 매지 않은 차림의 노 전 대통령이 살짝 미소짓고 있는 얼굴이 사실적으로 표현됐다. 이 초상화는 봉하마을 사저에 보관될 계획이다.

한편 28일 밤 11시 30분 현재에도 봉하마을 분향줄은 마을 밖까지 길게 늘어서 있다. 장례 주최측에서는 29일 새벽 5시에 시작될 발인 행사에 쓰일 스피커 등의 설치를 위해 새벽 3시 30분까지만 분향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히고 분향을 최대한 빨리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조문행렬은 전혀 줄어들고 있지 않아 장례 주최측은 다소 난감한 상황이다. [47신 : 28일 저녁 7시]한명숙 "소요사태 운운은 저질적인 정치적 의도가 있는 발언"고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가 조금씩 기운을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 노무현 대통령 장의위원회' 공동위원장인 한명숙 전 총리는 28일 오후 5시경 김해 봉하마을 분향소 옆 기자석에 들러 이같이 밝혔다.

한 위원장은 "조금 전 권양숙 여사를 만났는데, 조금씩 기운을 찾아가고 있다"면서 "자발적으로 분향소를 설치하고 자원봉사에 나선 국민들에게 심심한 사의를 표해 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뒤 권 여사는 한때 실신하기도 했다. 권 여사는 지난 25일 새벽 봉하마을회관에서 입관식에 참석하기 위해 휠체어를 타고 들어갔으며, 28일 아침 분향소에 나와 분향한 뒤 조문객과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역 광장에 들러 조문 온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맞이했으며, 이후 서울역사박물관과 덕수궁에 마련된 시민분향소에 들러 조문객과 자원봉사자들을 위로 격려한 뒤 봉하마을로 내려왔다.

한 위원장은 "국민 여러분께 고맙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면서 "진정성과 열정을 가진 조문을 보고 이 물결이 저희들에게 큰 힘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위원장은 "가신 분의 유지를 받들어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지 숙연하게 되돌아본다"고 덧붙였다.

한명숙 위원장은 오후 5시 기자들과 별도로 식당에서 만나 "김대중 전 대통령한테 추도사를 부탁해서 하기로 했는데, 관례상 추도사는 없는데 특별히 김 전 대통령한테 부탁했던 것은 노 전 대통령이 김 전 대통령을 특별히 존경한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그분도 건강이 좋지 않지만 쾌히 승낙해 주셨는데, 정부에서는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그는 또 "어젯밤 정부에서 '관례도 없고 전직 대통령에 대한 형평성 문제도 있다'며 문제를 제기해서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 오늘 오전 11시에 김 전 대통령이 서울역광장 분향소에 문상 오셔서 생중계로 말씀을 하셨는데, 이 말씀이 추도사에 갈음할만한 이야기이기에 추도사로 받아들이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오늘 김대중 전 대통령이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해 언급했는데, 실제 정부의 추도사 반대나 서울광장을 열지 않은 것 등에 대해 여론이 좋지 않다. 향후 전망을 어떻게 하는가?"란 기자의 질문에는 "영결식이 질서 있고 평화롭게 진행될 것"이라며 "국민을 믿는다"고 답변했다. 한 위원장은 또 "이번에 국민들이 보여준 자발적인 추모가 갖는 의미는, 가슴속에 맺혀 있는 슬픔, 분노, 한을 표현하고 나타내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또 "국민장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변질시켜 소요사태가 일어날지 정말 걱정"이라고 한 지난 27일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서는 "저질적인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라며 "이것은 고인에게 다시 한 번 돌을 던지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한 위원장은 "우리나라의 정치는 너무 후진적"이라며 "정치권은 이번 노 전 대통령의 장례과정에서 보여준 국민들의 진실성과 성숙성을 본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봉하 마을에는 조문객들의 발길이 계속되고 있다. 동화사 주지 허운 스님을 비롯해 은해사?고운사 등 대구?경북지역 사찰 소속 승려 300여 명이 봉하마을 분향소를 찾아 조문한 뒤 분향소 옆에서 독경하고 있다. 장의위 측은 이날 오후 5시 40분경 분향소 제물을 바꾸기 위해 10여 분 동안 분향을 중단하기도 했다.

[ 46신 : 28일 오후 5시 10분]

'바보 노무현' 모자 쓰고 1km 땡볕 분향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엿새째인 28일 오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마련된 노 전 대통령의 분향소를 찾은 어린이와 조문객들이 조문하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 유성호

"바보 노무현, 당신의 뜻을 잊지 않겠습니다."노무현 전 대통령의 연결식을 하루 앞둔 28일 오후 봉하마을 하늘 위에는 구름 한 점 없다. 한 마디로, 땡볕이 내리 쬐고 있다. 가끔 바람이 불어 거리의 만장이 나부끼지만 무척 무더운 날씨다.

노무현 전 대통령 발인을 하루 앞둔 28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 분향소로 가는 길목에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는 만장과 추모객들이 길게 줄지어 분향소로 향하고 있다.

ⓒ 유성호

하지만 추모객들의 발길은 계속되고 있다. 추모객들은 빈소에서부터 약 1km가 넘게 길게 줄을 서 있다. 100여 명씩 동시에 조문을 하지만 시민들의 행렬은 줄어들 기미가 없다. 참가하면서 약 1시간을 땡볕 아래에서 기다려야 한다.

이 때문에 자원봉사자들은 시민들에게 종이 모자를 나눠주고 있다. 종이 모자에는 '바보 노무면, 당신의 뜻을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자원봉사자들은 물도 나눠주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추모곡 '바보연가'를 만든 작곡가 윤민석씨도 이날 봉하마을을 찾아 조문했다. 윤씨는 '바보연가'가 담긴 CD를 노 전 대통령 영정 앞에 헌정했다. 추도객들은 이 모습을 보고 "추모곡을 받기에는 너무 젊고 안타까운 분이 우리 곁을 떠나갔다"며 혀를 찼다.

또 봉하마을 마을회관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불렀던 < 상록수 > < 타는 목마름 > 등이 반복해서 흘러나오고 있다. < 상록수 > 는 28일 밤 자정에 전국민들이 동시에 부를 곡이기도 하다. 이 때 봉하마을 주민은 물론이고 추도객들도 함께 합창할 예정이다. 가수 양희은씨 역시 29일 노제에서 이 노래를 추모곡으로 부를 계획이다.

[45신 : 28일 오전 8시 30분]

권양숙 여사, 가시는 길에 국화 한 송이 올려

노 전 대통령 영정에 헌화... 추모객에게도 감사 인사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여섯째 날인 28일 오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분향소에서 권양숙 여사가 헌화를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28일 오전 7시 24분경, 권양숙 여사가 봉하마을 분향소에 모습을 나타냈다. 전혀 예고되어 있지 않던 갑작스런 행보였다. 권 여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입관식 때 휠체어를 타고 사저 밖으로 나온 적이 있다. 최근에는 사저 뒷편에 있는 봉화산 인근에서 노 전 대통령의 장지를 둘러보는 모습이 눈에 띄기도 했다.

권 여사는 이날 오전 일찍 마을회관에 마련된 빈소에서 아침제를 지낸 뒤, 갑자기 '나가봐야겠다'며 밖으로 나올 채비를 했다고 한다.

비서관의 부축을 받으며 나온 권 여사는 여전히 수척한 얼굴이었지만, 이전보다는 건강이 호전돼 보였다. 분향소로 들어가는 권 여사의 손에는 국화 꽃 한 송이가 들려 있었다. 그는 노 전 대통령 영정 앞으로 조심스럽게 걸어가더니,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고는 들고 있던 국화를 영정 앞에 올려놓았다. 권 여사는 다시 영정을 향해 깊이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권 여사는 조문을 기다리던 추모객을 향해서도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한 뒤, 상주 역할을 하고 있는 노 전 대통령의 참모들에게도 인사를 했다. 그러면서도 권 여사는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 분향소를 나온 권 여사는 빈소에 잠시 들렀다가 다시 승용차를 타고 사저로 돌아갔다.

노 전 대통령측 관계자는 "어제(27일) 한명숙 전 총리(국민장 공동장의위원장)를 통해 자원봉사자와 조문객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던 것의 연장선상이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전날 한 전 총리는 분향소 주위에서 국밥을 나눠주고 청소를 하는 등 일손을 돕는 자원봉사자 수십 명의 손을 일일이 잡으며 "권양숙 여사께서 자원봉사자와 추모객들에게 고마움을 전해 달라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한편 28일 새벽 봉하마을 추모객은 환하게 동이 틀 무렵까지 꾸준히 이어졌다. 지난 26일과 27일에는 새벽 3시를 넘어서면서 추모행렬도 수십 명가량으로 급격하게 줄어들곤 했지만, 이날 새벽 추모행렬은 봉하마을 밖 200여 미터까지 뻗은 채 줄어들 줄 몰랐다.

이날 새벽 추모객들의 특징은 큰 소리로 오열하는 이가 많이 줄었다는 것. 이에 대해 봉하마을에서 장례를 지원하고 있는 노 전 대통령측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은 노 전 대통령을 열렬히 지지하는 이들의 추모가 많았다면 어제(27일) 밤부터는 일반 시민들의 조문이 많아졌다는 신호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고 노무현 저 대통령의 서거 6일째인 28일 아침 권양숙 여사가 빈소에서 나와 사저로 향하고 있다. 비서관 손을 잡고 걸어나온 권 여사는 승합차를 타고 사저로 갔다.

ⓒ 안홍기

정의구현사제단 "노 대통령 추모는 민주주의 추모"봉하마을에서 위령미사... "몸 부서졌지만 영혼 높이 들릴 것"

28일 새벽 5시 30분경 전국 각지에서 모인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신부 50여 명과 수녀와 신도 등 300여 명이 봉하마을을 찾아 위령미사를 드렸다.

기도를 맡은 김영식 신부는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을 추모하는 것은 지난 1년간 이명박 정권에서 민주주의가 말살되고 죽었기 때문"이라며 "오늘의 추모는 이 땅에서 죽어간 민주주의를 추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사회 민주주의의 부활을 하느님께 간절히 기원했다.

김인국 신부는 때마침 '주님승천대축일'을 맞아 예수의 부활과 승천을 노 전 대통령 죽음과 연결시켜 강론을 펼쳤다.

그는 강론 내용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은 육신은 부서졌지만 혼과 정신은 국민들 마음에 살 것이라는 의미에서 부활, 몸은 부서졌지만 그 정신은 높이 들어올려질 것이라는 의미에서 승천이라는 신학적 개념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미사 뒤 장의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명숙 전 총리는 "노 대통령님께서도 여러분들이 보낸 애정과 추모의 뜻을 잘 보고 계실 것이다. 정말 고맙다"며 허리를 굽혀 감사를 표시했다.

다음은 이날 김 신부의 위령미사 강론 전문이다.'부엉이바위는 부활과 승천의 자리였습니다'사람들이 존엄사 문제로 시끌벅적 논쟁을 벌이다 잠든 그 시간, 대한민국 제 16대 대통령님은 세상 아무도 모르게 '외롭고 슬픈 작별'을 준비하고 계셨습니다.

'아래로 떨어지셨다'는 비보를 들으며 주님승천대축일을 맞이한 우리는 예수님께서 하늘에 '올라가신' 승천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 지 몰라 참 난감하고 괴로웠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 역시 존엄사라고 할 수 없는 비참한 최후였습니다. 우리 주님이야말로 슬프고 외롭게 가셨습니다. 우리 주님이야말로 사람들의 미움을 받고 별자리에서 쫓겨난 '착한 별'이셨습니다. 또 주님께서 고독하게 하직을 고하실 때 우리는 모두 그분을 두고 아주 멀리 도망쳤습니다.

하지만 부활 승천의 감격은 이런 모든 부끄러움과 아픔 후에 벌어진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하느님의 역사였습니다.

벌써 엿새째 복잡한 도심이나 고요한 산골을 가리지 않고 잠시도 쉼 없이 도도하게 이어지는 백만의 추모 물결과 이 땅 구석구석 높이높이 피어오르는 분향의 향기는 부활승천의 저 장엄했던 장면을 상상하게 해줍니다. 흩어졌던 사람들이 일제히 한자리에 모이던 바로 그날 말입니다.

우리는 오늘 국민들의 뜨거운 눈물 속에서 희망의 싹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영혼을 정화시키는 슬픔의 놀라운 힘을 새삼 경찬하게 됩니다. 죽어서 더 크게 산다는 생명의 신비를 생생하게 체험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하느님의 부드러운 손길입니다.

사랑하는 노무현 대통령님.당신의 최후에서 투신과 봉헌의 의미를 깊이 깨달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생전 당신께서 보여주신 희망과 또 놀랍게 마련해 주신 새로운 희망에 대해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 옛날, 나는 달릴 길을 다 달렸노라 하시던 사도 바오로처럼 당신께서도 이승의 수고를 훌륭히 마치셨으니 승리의 월계관을 쓰고 부디 인자하신 하느님 아버지의 품에서 편히 쉬십시오.

당신이 꿈꾸던 '사람 사는 세상'은 예수님의 하느님 나라를 꼭 닮았습니다. 님의 간절했던 소망을 향하여 공손히 경배 드리며 삼가 저희의 분발과 헌신을 약속합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여섯째 날인 28일 오전 봉화마을 분향소에 조문행렬이 줄을 잇는 가운데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신부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44신 : 28일 새벽 0시 40분]

"그 나라엔 바보 같은 노무현이 있다네", 조문객 사로잡은 어린이들의 추모곡

"가자~ 아름다운 나라로. 그 나라엔 미움이 없다네. 그 나라엔 거짓이 없다네. 전쟁이 없다네. 만들자 아름다운 세상. 정의의 뜻을 모아 만들자, 아름다운 세상을~"

27일 오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가 있는 봉하마을 하늘에 합창곡이 울려퍼졌다. 눈물을 훔치며 조문을 마친 추모객들의 발길을 붙잡은 주인공은 '밀양 아름나라' 어린이예술단. 6살부터 12살까지 12명으로 구성된 이들의 맑고 카랑카랑한 목소리는 슬픔으로 고개 떨군 조문객들에게 잠시나마 위안을 주는 듯했다. 아이들은 계속해서 '바보 노무현'을 노래했다. ( ☞ [동영상 바로가기] 어린이합창단 노래)

"그 나라엔 희망이 있다네. 그 나라엔 믿음이 있다네. 그 나라엔 바보같은 노무현이 있다네. 대통령이 있다네~"

"사랑해요. 반짝이는 눈물까지도~"

이 노래는 동요작곡가인 고승하(62) '아름나라' 문화학교장이 작곡한 '가자, 아름다운 나라'라는 노래를 개사한 것이다. 고승화 교장은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회 경남지회장도 맡고 있다. 80년대 노동계에서 즐겨 불렀던 '고백'을 작곡하기도 했다. 고승화 교장은 "이 노래가 얘기하고 있는 나라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 철학과 같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아이들은 고승화 교장이 전교조 해직교사들을 위해 만든 '선생님 사랑해요'라는 노래도 불렀다. 역시 '선생님' 자리에 '노무현'을 집어넣어 개사한 것이다.

"우리들의 밝은 웃음 나누며 사는 세상, 서로서로 도와가며 올곧은 세상을 위해, 노무현 사랑해요. 반짝이는 눈물까지도. 노무현 사랑 새기며 두 발로 굳게 서겠어요~"

'아름나라' 어린이예술단은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참석한 5.18 민주화 운동 24주년 기념식에서 '선생님, 광주의 5월을 아세요?'라는 노래로 기념 공연을 하기도 했다. 고승화 교장은 "아이들의 부모들이 대부분 노무현 대통령 지지자여서 지난 2002년 대선 때는 전국에서 선거운동을 돕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노래를 부르면 안되는 자리여서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무겁기만 한 자리에서 아이들의 목소리가 울려퍼지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겠느냐"며 "단순히 한 사람의 장례식이 아니라 역사에 새로운 획을 긋는 중요한 자리이기 때문에 슬퍼만 할 것이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희망을 노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래를 부른 윤혜림(11)·예주(9)양의 어머니인 박순정(40)씨는 "예전에 봉하마을에 왔다가 (노 전 대통령을) 직접 뵌 적도 있는데, 이렇게 되셔서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며 "아이들의 맑은 목소리를 들으며 노 전 대통령이 좋은 곳으로 가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대희 "원칙 지켜려 애썼던 분인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닷새째인 27일 오후 노 전 대통령의 분향소가 마련된 경남 김해 봉하마을 찾은 안대희 대법관이 분향소로 들어가고 있다. 안 대법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고시 동기생이다.

ⓒ 사진공동취재단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법시험 동기생인 안대희 대법관이 분향소를 찾아 눈길을 끌었다. 안 대법관은 27일 밤 9시 30분경 조문을 마쳤고, 기자들과 만나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도 "(노 전 대통령은) 원칙을 지키려고 애쓰고, 노력한 분인데, 슬프게 가시니 너무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앞서 분향을 하면서 눈물을 내비쳤던 안 대법관은 봉하마을회관에 있는 노 전 대통령 빈소에 들렀다가 떠나면서도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좀 울었다"고 짧게 말했다.

안 대법관은 참여정부 시절 대검찰청 중수부장직을 맡아 16대 대선 불법자금 수사를 지휘했다. 당시 안 중수부장은 노무현 캠프와 이회창 캠프를 수사했고, 노무현 캠프측 안희정씨를 불법 대선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시킨 바 있다.

한편 장의위원회 운영위측은 27일 오후 4시 현재 봉하마을 분향소 방문자가 78만4000명(전국 방문자 299만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 5일 동안의 분향소 방문 추이를 보면, 주로 오후 6시 이후 추모객이 몰리고 있기 때문에 28일 오전까지 추모객이 1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실제 28일 0시 30분 현재도 1킬로미터 떨어진 봉하마을 입구까지 추모객 행렬이 길게 늘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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