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신일 "MB 뜻"..민간기업 인사 '쥐락펴락'

2009. 4. 23.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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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포스코 회장인사 개입

박영준 차장도 '야인' 신분으로 관여 의혹

2000년부터 민간기업…정부지분 전혀없어

우제창 민주당 의원의 22일 폭로는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정권의 포스코 회장 인선 개입 의혹에 관한 것이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우 의원의 폭로는 무엇보다 그 내용이 만남의 장소·일시 등과 관련해 매우 구체적인데다, 개입 정황이 지난해 연말과 올해 초 이구택 당시 포스코 회장 사퇴설이 나오던 상황과도 맞아떨어져 눈길을 끈다.

실제 지난해 연말·연초 포스코에는 이 회장 교체설이 나돌았다. 참여정부 출범 직후 부임해 '노무현 사람'이란 시선을 받던 이 회장이 이명박 대통령 친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과 우호적인 관계가 아니어서 잔여임기 1년을 채우기 어렵다는 얘기가 흘러다녔다. 검찰이 이 회장을 겨냥해 포스코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을 조사한다는 소문도 파다했다. 당시 검찰은 지난 2005년 포스코가 1700억원의 세금을 추징받고도 세무당국에 로비를 벌여 검찰에 고발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갖고 대구국세청을 압수수색하는 등 전방위 수사를 벌였다. 이 의원의 직계 인사인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과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의 움직임은 바로 이 시기에 집중됐다.

이 회장은 박 차장 등이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과 윤석만 당시 포스코 사장, 정준양 포스코건설 사장 등을 접촉한 뒤인 1월14일 갑자기 사의를 표명했다. 이후 검찰의 수사는 흐지부지됐고, 정 사장의 회장 취임은 일사천리로 이뤄진다. 1월29일 시이오 추천위원회에서 후임 회장으로 결정되고, 2월27일 주총에서 회장으로 정식 선출된다. 포스코는 정 회장 취임 뒤 박원순 희망제작소 대표 등이 물러난 사외이사 자리에 '이명박 캠프' 출신 인사 2명을 합류시킨다.

민간인 신분인 박 차장이 포스코 고위 관계자들을 만난 것도 정권 핵심의 인사 개입 의혹을 부추긴다. 당시 박 차장은 지난해 6월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으로 일하다 여권 내부의 '권력 사유화' 논란으로 잠시 야인으로 물러나 있던 상태였다. 그럼에도 이들이 포스코와 관련이 없는 박 차장을 만난 것은 박 차장이 정권 핵심의 의중을 전달하는 구실을 맡았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추정을 가능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번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파장이 예상된다. 포스코는 무엇보다 2000년 민영화 이후 정부 지분이 전혀 없는 순수 민간기업이다. 외국인과 외국기업의 지분이 50%를 넘는다. 정부가 포스코에 영향력을 행사할 법적 근거가 전혀 없다. 게다가 이 회장은 2003년 취임 이후 경영실적 등에서 시장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친시장', '시장원리'를 내세우며 집권한 정권이 순수 민간기업의 인사에 개입한 꼴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번 의혹을 지난해 공공기관장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의 연장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정부는 그동안 임기가 보장된 공공기관장에 대해 "정권이 바뀌었으니 재신임을 받으라"며 사퇴를 요구했다. 이런 논리에 비춰 참여정부 시절 선임된 이 회장을 그대로 두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구명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천 회장이 이번에 다시 의혹의 대상이 된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송호진 이형섭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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