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라 조회 수 조작 누리꾼 단속경찰, 언제부터 이렇게 친절했나

2009. 3. 17.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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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이경태 기자]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을 반대하는 학생과 시민들이 지난해 5월 3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촛불문화제를 열고 있다.

ⓒ 권우성

17일, 경찰이 인터넷 포털 다음의 토론방 '아고라'에 정부 비판글을 올리고 조회수가 높아지도록 조작한 혐의로 누리꾼 3명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사실이 밝혀지자 전문가와 누리꾼들이 "반정부 여론 통제"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다음은 조회수 조작과 관련해 조사 의뢰나 고발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은 '알아서'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하겠다고 밝혔다. 이에대해 전문가와 누리꾼들은 경찰이 다음에 '과잉 친절'을 베풀고 있다며 코웃음을 치고 있다.

이날 오전, 경찰은 브리핑을 통해 "누리꾼 3명은 아고라에 대통령을 비방하고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글을 작성한 뒤 특정 프로그램을 이용해 조회수를 올려 '베스트글'에 등재시켜, 비도덕적으로 인터넷 질서를 어지럽힌 혐의를 받고 있다"며 "이들의 혐의가 구체적으로 확인되면 업무방해 및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입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팀은 촛불시위 주동자 검거를 위해 지난 2일 다음에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하고 지난 2월부터 이달 초까지 아고라 토론방 접속기록 1500만 건을 압수했다. 경찰은 시위를 조장하는 글의 조회건수를 인위적으로 올린 IP 8개를 확인하고 IP와 로그인 기록 추적을 벌여왔다.

"경찰 사이버범죄수사대, 아침부터 제대로 웃겨주셨다"

민주노동당 홍보미디어실 장우식 홍보부장은 17일 오전 다음 아고라에 '경찰 사이버범죄수사대가 아침부터 제대로 웃겨주셨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경찰의 아고라 누리꾼 수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 이경태

그러나 전문가들과 누리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누리꾼들은 "이제 노골적으로 MB정권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잡아간다", "클릭질도 수사대상이냐"고 비판하고 있다. 또 일부 누리꾼들은 "정부를 옹호하는 글을 올리고 조작한 이들도 수사대상이냐"고 "경찰이 완전히 정권의 개가 됐다"고 비난했다.

민주노동당 홍보미디어실 장우식 홍보부장은 이날 다음 아고라에 '경찰 사이버범죄수사대가 아침부터 제대로 웃겨주셨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경찰의 수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장 홍보부장은 "조회수 조작은 특정 기업의 홍보담당자들, 연예기획사 등에서는 일상적으로 하는 행동"이라며 "일종의 '홍보팁' 정도를 처벌하려면 그런 곳부터 압수수색 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아고라에서 여론 조작을 하려면 조회수가 아니라 추천수를 올려야 한다"며 "조회수 1만건 올린다고 '베스트'에 가는 게 아니라 추천수 70이 넘어야 '베스트'에 가는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장 홍보부장은 "만약 이런 식으로 여론 조작이 가능하다면 그 용의자를 민주노동당 홍보실로 모시거나, (그로부터) 홍보 기법 전반을 전수받아야 할 듯하다"고 비꼬았다.

그는 "조회수 조작이 어떤 법, 어떤 조항에 저촉이 되어서 압수수색을 받는지 묻고 싶다"며 "최소한 크래킹을 해서 사이트를 엉망으로 만들거나 접속을 몇 분 동안이라도 느리게 하지 않았는데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누가 봐도 정부 비판 글 단속하겠다는 의도"

네티즌이 중심이 된 '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주최로 지난해 5월 2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한-미 쇠고기 협상을 규탄하는 촛불문화제에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 유성호

다음을 비롯한 인터넷 포털들은 누리꾼이 조회수를 조작하면, 해당 아이디 정지 등의 조치를 취한다. 따라서 굳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이유가 없다.

김정진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업무방해 혐의는 누가 수사를 요청하거나 신고를 해야 경찰의 조사가 시작된다"며 "이번 일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외국은 폭력행위와 협박 등이 있어야 업무방해혐의가 성립된다"며 "그러나 한국에선 노동쟁의 문제에 악용되는 등 원래 논란이 있어왔다"고 말했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학 NGO학과 교수도 "(기업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이용해 댓글도 달고 조회수를 높이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아고라 조회수 올리기만 업무방해로 보는 게 맞냐"며 "누가 봐도 정부 비판 글을 인터넷 공간에 올리는 것을 단속하겠다는 게 1차 목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경찰은 촛불 시위 이후 다음 아고라 공간 자체를 이른바 '반정부 세력'의 온상으로 인식하고 그곳에서 활동하는 누리꾼들을 다양한 형태로 제재하는 것"이라며 "누리꾼들에게 국가가 끊임없이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고 인식시켜 그들의 의사 표현 및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의도가 보인다"고 분석했다.

민 교수는 "아고라에서 정치 토론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며 "과거 독재시절, 공권력이 오프라인의 공론장 기능을 말살했듯이 인터넷 시민사회의 공론장을 공권력이 '온라인 버전'으로 말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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