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경찰 물갈이' 하위직 뿔났다
[한겨레] '비리 차단'용 강북 전출…선정 기준·방식 논란
"지휘부 책임없이 하위직에 고통 전가" 목소리
서울경찰청이 유흥업소와의 유착 비리를 차단하겠다며 대대적인 '강남 경찰' 물갈이에 나선 데 대해 일선 경찰관들의 반발이 거세다.
강남·서초·수서 등 강남권 3개 경찰서는 현재 형사과, 여성청소년계, 교통사고조사계 등 이른바 '민원 부서'에서 8년 이상 근무한 경위급 이하 직원들을 상대로 '강북지역 전출신청'을 받고 있다. 이는 서울경찰청의 지침에 따른 것으로, 대상자는 각 서마다 200여명씩 모두 600여명이다. 이번 인사는 지난 2003년 경찰관이 납치 사건에 연루된 '수사 비리'를 계기로 경찰관 230여명을 전보 조처한 이후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이런 지침이 내려진 이후 경찰청 사이버게시판에는 "강남권 경찰 전부가 비리에 물든 것처럼 연좌제를 적용하는 게 아니냐", "차라리 경찰청에서 '비리 전담팀'을 신설하라", "마치 조류독감 걸린 닭을 살처분하듯 일선 경찰을 솎아내는 거냐" 등 거친 반응들이 쏟아지고 있다. 강남서의 한 경사급 직원은 "지휘부가 책임지는 것 없이 하위직에게만 고통을 전가하고 있다"며 "매번 '새로워지겠다'는 경찰 표어가 무색한 게 위로부터의 개혁이 없어서 그런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보 대상자 선정 기준과 방식을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비리 혐의가 있다면 감찰을 통해 자체 징계나 형사처벌을 하면 되지만, '유착 가능성이 있는 자'를 어떤 기준으로 가려내느냐는 것이다. 서울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일선 직원들 사이에선 서로가 '누가 냄새가 나는지'를 잘 알고 있다"며 "이런 정보는 의지만 있다면 내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 안팎에선 '어느 서장이 자기 부하를 찍어내려 하겠느냐',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주상용 서울경찰청장은 이와 관련해 "경찰 지휘부가 인사불만에 흔들릴 정도로 허약하지 않다"며 "총경급 인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구체적인 인사 지침을 마련해 내려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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