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야간집회금지 위헌제청' 박재영 판사 사직서

입력 2009. 2. 2. 08:01 수정 2009. 2. 2.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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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금 정부 모습 진정성 안보인다"

"촛불 두둔" 보수언론 공격 받기도

지난해 벌어진 촛불집회 직후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한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조항의 위헌법률 심판을 제청해 주목받았던 서울중앙지법 형사7단독 박재영(41·사진·연수원 27기) 판사가 사직서를 냈다.

박 판사는 "내 생각들이 현 정권의 방향과 달라서 공직에 있는 게 힘들고 부담스러웠다"며 "이달 말로 예정된 법관 인사를 앞두고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1일 밝혔다. 그는 이어 "나는 판사인 동시에 공직자로서 정부가 하는 일에 함께 책임을 져야 하는 입장"이라며 "지금과 같은 정부의 모습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고,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듯해서 공직을 떠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박 판사는 지난해 10월 촛불집회 주도 혐의로 기소된 안진걸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조직팀장의 신청을 받아들여 "집시법 10조는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지며 이들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헌법 21조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위헌적 조항"이라며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 심판을 제청했다. 집시법 10조에 대한 헌법소원은 그동안 여러 차례 있었지만, 재판 중에 판사가 피고인의 신청을 받아들여 위헌법률 심판을 제청하기는 처음이었다. 박 판사의 제청으로 촛불집회 관련 일부 재판이 중단됐고, 헌법재판소는 오는 3월 야간 옥외집회 금지 조항의 위헌 여부를 두고 공개변론을 연다.

앞서 지난해 8월에도 박 판사는 안 팀장의 공판에서 "야간집회 금지 조항의 위헌성 논란이 있는 만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수도 있지만, 풀어주면 촛불집회에 다시 나가겠냐?"고 물었다가 보수 언론의 비판을 받았다. 당시 <조선일보>는 기사와 사설을 통해 "재판장이 피고인을 두둔하고 재범을 방조했다", "박 판사는 법복을 벗고 이제라도 시위대에 합류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박 판사는 "언론의 '공격'이 힘들었다거나 사직의 이유가 된 건 아니다"라며 "보통 그런 일이 있으면 자기 생각에 더 확신을 가지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박 판사는 오히려 "촛불집회 재판 등을 통해 개별 사건의 정의를 찾는 판사 업무도 의미 있는 일이지만, 사회 전체의 큰 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판사가 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도 느꼈다"며 "변호사 생활과 동시에 헌법과 관련된 연구를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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