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이 햄버거로 끼니 때우는 까닭

2009. 1. 15.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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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하진 기자]

초등학생들은 햄버거를 아주 좋아한다. 그러나 햄버거를 매일 밥처럼 먹어서 이제는 질려버린 아이들이 있다.

지난 14일 대치동 M 패스트푸드점은 학원 수업을 막 끝내고 햄버거를 먹으려는 어린 학생들로 가득했다. 100m²쯤 돼 보이는 건물 1·2층에는 어린 학생들이 50명 이상 있었다.

올해 11살인 박아무개(초등학교 4학년)군도 이 패스트푸드점을 자주 이용하는 '고객' 가운데 한명이다. 박군은 "햄버거가 예전에는 맛있어서 좋아했는데… 이제 햄버거가 질린다"고 말했다. 보통 초등학생들은 햄버거라면 사족을 못 쓰는데 햄버거가 질린다니 어찌 된 일일까?

"학원은…(손가락으로 세어본다) 하루 7개쯤 해요. 영어랑 수학이랑 미술·피아노…. 그리고 '방과 후 특강 로봇 만들기'도 가고요. 과외도 3개 해요. 한자·수학·국어 이렇게요. 보통 오전 7시에 일어나서 집에는 오후 6시쯤 들어가요."

학원 수업을 끝마친 초등학생이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혼자 햄버거를 먹고 있다.

ⓒ 김하진

학원→학원→학원... 점심과 저녁은 햄버거로

대치동 학원가의 한 편의점. 컵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초등학생들로 가득하다.

ⓒ 김하진

이렇게 바쁜데 밥이나 제대로 먹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집에서 먹을 때도 있긴 하지만 시간이 없으면 햄버거를 주로 먹거나 가까운 마트에서 김밥을 사먹기도 해요. 예전에는 햄버거를 참 좋아했는데…. 요즘엔 자주 먹어서 물려요. 그래도 어쩔 수 없어요. 한 수업이 끝나면 바로 또 다른 학원에 가야 하거든요." 패스트푸드점 관계자는 "저녁에는 학원을 마친 더 많은 학생들이 이 곳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패스트푸드점 뿐만 아니라 인근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먹는 초등학생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편의점은 보통 학원이 입주한 건물 1층에 있어서 아이들은 짧은 시간동안 배를 채우고 다시 수업을 듣기위해 올라갔다. 초등학생들은 편의점에 일하는 점원과는 낯이 익은지 "아저씨, 아저씨" 하면서 친근하게 굴었다.

수업 시작 전 학원에 도착해 강의실 앞에서 수업이 시작하길 기다리던 문아무개(대치초5) 군은 영어학원을 다니고 국어와 수학은 과외를 한다. 문군은 "친구들 중에는 학원을 6개 이상 다니는 아이들이 있다"고 귀띔했다.

"학원 수업이 오전 9시부터 있고 오후 1시 넘어서는 점심시간이라서 다들 편의점 가서 사먹는 친구들이 많아요. 왜냐면 수업이 끝나도 숙제하러 다시 올라와야 되거든요." 문군은 집이 학원과 가까운 편인데도 가끔 편의점에서 식사를 한다. 그는 "집이 멀어서 버스를 타고 학원에 다니는 친구들은 매일 편의점에서 먹어요"라며 "그 친구들은 저를 부러워해요…, 집에서 밥 먹고 다닌다고 말이죠"라고 말했다.

"성장기 아이들에게 패스트푸드는 좋지 않아"

▲ "숙제하느라 바빠 햄버거 먹을 시간도 없네요."

한 여중생이 햄버거 세트를 옆에 놓고 학원 숙제를 하고 있다.

ⓒ 김하진

올해 중학교 2학년이 되는 김아무개 양은 아예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를 먹으며 학원 숙제를 하고 있었다. 김양은 "오늘 영어학원 가는 날인데 2시부터 시작되는 학원 숙제를 해야 한다"며 바삐 햄버거를 한 입 베어물었다. 같이 있던 친구도 마찬가지였다.

김양은 학원을 3군데 다니고 있었다. 월·수·금은 영어학원, 화·목·토는 수학학원, 일요일은 국어학원에 간다. 김양은 "나는 적게 다니는 편이에요, 6개 이상 다니는 친구들도 있어요"라며 "학원 수업과 숙제가 많아 점심은 보통 굶거나 간단하게 해결해요, 친구들 중에는 패스트푸드로만 끼니를 해결하는 친구도 있어요"라고 말했다.

다른 것을 떠나 한창 성장기에 패스트푸드를 과도하게 섭취하면 성장에 필요한 영양소를 충분히 공급받을 수 없다.

성장클리틱을 운영하는 박기원 S 한의원 원장은 "성장기 아이들에게 라면과 패스트푸드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며 "이런 음식들은 성장호르몬을 감소시켜 섭취할 때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라면과 스낵에 들어있는 포화 지방은 뇌세포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초등학교 3학년 된 딸을 두고 있는 강남 주부 이아무개(38)씨는 밥도 제대로 못 먹고 학원에 다니는 주변 아이들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끼니를 제대로 때우지 못할 만큼 우리 아이들을 많은 학원에 보내고 싶지 않다"며 "아이의 건강을 더 많이 생각하고 싶다"고 말했다.

"친구 아이가 9살인데 학원을 너무 많이 보낸다. 수영에다 논술에다…. 친구가 '내가 널 생각해서 이렇게 시키는 거야' 라고 말하니까 애가 '저보다는 먼저 엄마의 인생을 생각하세요' 라고 했단다. 세상에 9살 짜리가…." [☞ 오마이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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