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정부 '오프더레코드'로 "외환시장 개입" 브리핑

입력 2009. 1. 9. 19:21 수정 2009. 1. 10. 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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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미네르바 체포 파문]

'대정부 긴급공문발송' 글 시비

검찰이 문제삼고 있는 지난해 12월29일치 미네르바의 글은 중대범죄에 해당할 만큼 허무맹랑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일까?

미네르바는 당시 글에서 "정부가 긴급업무명령 1호로 7대 금융기관 및 수출입 관련 주요 기업에 달러 매수를 금지하라고 긴급공문을 전송했다"고 썼다. 금융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 방식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정부가 결코 그런 공문을 보냈을 리 없다고 생각하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정부가 당시 외환시장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었던 건 분명한 사실이다. 미네르바의 글이 나오기 전, 외환당국은 수출입 기업과 금융기관 등에 달러 매수를 하지 말도록 협조를 요청했다고 스스로 밝힌 바 있다.

기획재정부 외환정책 당국자는 지난해 12월24일 '비보도'(오프 더 레코드)를 전제로 기자들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정부는 연말 환율 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달러 수급 조절을 위해 수출입 기업, 공기업, 금융기관에 협조를 요청했다. 환율이 떨어질 경우 싼값에 달러를 사려는 수요가 커질 수 있는 부작용도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

어느 정도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은행과 기업들의 회계처리에 기준이 되는 12월30일 시장평균환율을 낮추기 위해 정부가 나섰으니, 언론이 보도하는 과정에서 협조해 달라는 것이었다.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움직임은 눈치빠른 시장 참가자들이라면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언론은 정부 당국자의 말을 직접 인용하지는 않았으나, 외환당국의 개입을 내비치는 기사를 썼다. 정부의 노력으로 실제 원-달러 환율은 12월23일 달러당 1338원에서 12월30일 1259.5원까지 떨어졌다. 기획재정부가 미네르바의 글을 부인하는 자료를 내고 법적 조처를 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지만, 실제 고소나 고발은 하지 않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당시 미네르바의 글을 두고, 정부의 무리한 외환시장 개입을 비판하는 '패러디'라는 해석도 나왔다. 한 인터넷 매체는 미네르바의 글이 나온 날 재정부가 이를 반박하자 "미네르바 '패러디 공문'에 강만수·기재부 낚이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네르바의 '대정부 긴급 공문'은 정부의 환율시장 개입을 경고하고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내부 스파이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한 '패러디 공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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