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임수빈 부장검사 '검찰권력, 언론자유 침해할 수 있나'

입력 2008. 12. 29. 08:16 수정 2008. 12. 29.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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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피디수첩' 주임검사 사의 왜?

정부·검찰 수뇌부 '촛불세력' 강경대응 기조와 마찰

정치권 조기 종결 요구…조직에 부담 우려 사직결심

'피디수첩'의 광우병 보도를 수사해 온 임수빈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검사의 사표 결정은 법률가로서의 소신이 '촛불 세력'에 대한 강경 대응을 주문하는 정부나 검찰 지휘부의 방침과 마찰을 빚은 것이 주된 요인인 것으로 보인다.

임 부장검사가 피디수첩 수사를 두고 특정 언론사의 문제가 아니라 검찰 권력이 헌법에 보장된 언론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 본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검사로서 자신의 법리적 판단을 벗어난 결정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피디수첩 수사는 보수적 법학자조차도 "법적 불가능성에 대한 도전"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애초부터 무리한 것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지난 6월 말 농림수산식품부가 수사의뢰를 할 때만 해도 검찰 안에서는 법률적으로 개입할 영역이 아니라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한 회의에서 피디수첩 보도를 두고 "심각한 문제"라고 의견이 모아지고,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일벌백계" 발언이 나오자 검찰은 곧바로 특별전담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들어갔다. 검찰은 수사 초기에는 "형사처벌보다는 진실 규명 차원의 수사"라며, 기소를 전제로 한 일반적 검찰 수사와는 다른 모호한 태도를 취하다가, 중간 수사결과 발표에서 피디수첩의 오역 부분 등을 자세히 밝히며 처벌을 염두에 둔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임 부장검사는 사실관계 파악과 법률 검토를 거쳐 피디수첩 제작진을 처벌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검찰 간부는 "임 부장은 피디수첩 보도가 정부 비판에 모아졌기 때문에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가 약하다고 보고 있다"며 "법리 적용에 이견이 있다"고 말했다. 주임검사가 뚜렷한 입장을 지닌 상태여서, 기소를 주문하던 검찰 지휘부도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임 부장검사와 지휘부 사이의 의견 충돌이 일부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도 사표 결정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로서는 자신의 소신 때문에 수뇌부와 전체 검찰 조직에 부담을 지울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피디수첩 수사가 길어지자, 정치권과 보수 언론은 소환을 거부하는 피디들을 체포하는 방식으로 수사를 조속히 마무리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 검찰총장 교체설이 나올 때도 이유로 피디수첩 사건의 장기화가 들먹여졌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를 끌면 수뇌부에 큰 짐이 된다"며 검찰 내부 기류를 전하기도 했다. 피디수첩 사건은 이런 면에서 '검찰이 강제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는 정권 쪽의 비판에 직면하다, 사퇴 뒤 전격적으로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정연주 전 한국방송 사장의 배임 혐의 사건과 비교되기도 했다.

검찰의 다른 관계자는 "솔직히 위에서도 책임지고 지시를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 괴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임 부장검사는 그동안 "피디수첩 수사는 내가 주임검사다. 내 책임 아래 수사가 진행됐고, 그 결과는 온전히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태도를 유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임 부장검사는 1987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법무부 국제법무심의관실 및 검찰1과 검사, 대검 공안1·2과장 등 요직을 거쳐 지난 3월 인사에서 현직을 맡았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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