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엣가시' 인권위 힘빼기..조직 '반토막' 현실로

2008. 12. 12.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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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인수위 시절부터 전방위 압박…촛불 이후 '속도'

인권연석회의 "인권위 무력화 의도 저지" 반발

행안부 '조직개편안' 통보

정부가 국가인권위원회 인력을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인권위 무력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12일 인권위 인력을 지금보다 49% 줄이고 조직을 대폭 통폐합하는 검토안을 인권위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효율성 제고 차원에서 실무진이 검토한 단계"라고 설명하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눈엣가시로 지목된 인권위를 사실상 무력화하려는 수순이라는 우려와 비판이 제기된다.

이명박 정부의 '인권위 옥죄기'는 대통령 취임 전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시작됐다. 인수위는 올 1월 독립기구인 인권위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려다 인권위와 인권·시민단체의 거센 반발로 물러섰다. 한 인권단체 활동가는 "새 정부는 애초부터 인권위를 '좌파 정권의 유산'쯤으로 여겼을 뿐 인권위의 독립성은커녕 존재 자체도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여왔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정부·여당은 인권위의 편향성과 효율성 논란을 제기하며 지속적으로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특히 지난 10월 인권위가 촛불집회 진압에 대해 인권침해 결정을 내린 뒤로 '인권위 축소론'이 속도를 냈기 시작했다. 인권위 결정이 나오자 법무부와 경찰청은 물론 한승수 국무총리까지 나서 일제히 "균형감을 잃은 결정"이라며 반박했다. 때를 맞춘 듯, 감사원은 "인권위 예산 편성·집행이 방만하다"며 조직 축소론에 힘을 실었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국정감사에서 인권위의 효율성과 편향성을 집중 거론하며 통폐합 여론을 부추겼다. 청와대는 통상 8월께 해오던 인권위의 대통령 업무보고를 여태 받지 않았고, 행안부는 관행적으로 승인해 온 인권위의 인권상 후보 추천을 일방적으로 유보시켰다. 안경환 위원장이 지난 10일 "인권위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움직임에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발언한 것은, 이런 전방위 압박에 대한 '저항과 경고'의 의미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의 한 간부급 활동가는 "인권 문제는 보수정권한텐 일종의 '아킬레스건'이어서 그동안 정면으로 건드리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촛불집회 진압에 대한 인권침해 결정 이후, 더는 눈엣가시인 인권위를 이대로 둘 순 없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권·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인권위의 위상은 물론 정체성과 독립성 훼손이 불 보듯 뻔하다고 우려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각국 인권위들의 모임인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 부의장국이다. 출범 이후 7년여 동안의 왕성한 활동과 독립적 위상을 인정받은 결과다. 곽노현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법학)는 "미국의 경우 고용평등위(EEOC) 직원만 1500여명이며, 이 밖에도 시민권·정보·경찰·교정시설 감시 등 다양한 인권 관련 위원회가 많다"며 "우리나라는 인권 관련 사항을 인권위 한 곳이 총괄하는 상황에서 이를 축소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인권단체연석회의는 이날 성명을 내어 "인권위 축소 방안은 인권위 무력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며,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인권위 사수'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권위의 '보수화' 또한 예정된 수순이다. 올해 들어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공안검사 출신과 보수 성향 목사를 새 인권위원으로 임명했다. 내년 10월 교체되는 새 위원장도 인권과는 무관한 보수성향 인사들이 주로 거론되고 있다. 최현준 권오성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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