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자살율 1위 불명예, 이유는 충분하다

2008. 11. 3. 17:3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김학현 기자]자살이란 무엇일까요? 쉽게 말해 '자신을 살해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람을 죽인다는 면에서 보면 살인이든 자살이든 다를 게 없습니다. 다만 죽이는 대상이 다를 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살은 그리 큰 잘못이 아니고 살인은 아주 큰 잘못이라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법에 의해 다스려지는 살인에 대하여는 죄악시하면서도, 정작 자살에 대하여는 그리 죄악시하지 않는 풍조가 있습니다. 자기 목숨을 자신이 맘대로 했는데 무슨 잘못이냐는 생각이죠. 그러나 자살이든 살인이든 똑같은 잘못임을 인식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는 작금에 연쇄자살로 이어지는 인명경시 풍조가 사라지기 힘듭니다. 굳이 기독교적 생명관인 '천하보다 귀한 생명'이란 논리를 끌어다 대지 않는다 하여도 모든 생명은 귀중합니다. 하물며 사람의 생명이야 더 말해 무엇 하겠습니까.

내 생명이든 남의 생명이든 다르지 않습니다. 꼭 법으로 규제되어 벌을 받아야 하는 살인죄에 대하여만 무서워할 게 아닙니다. 자살은 당사자가 주검으로 변하여 벌을 받지 못하는 상황일 뿐이라고 인식해야 합니다.

OECD 자살률 1위 국가

배우 최진실씨의 자살을 시작으로, 장채원, 김지후 등 연예인들이 잇따라 자살했다는 보도를 접했습니다. 유명 연예인의 죽음은 자살 도미노, 베르테르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고 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08년 6월 건강 자료(Health Data)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자살률 세계 1위국이며, 전체 사망자 중 51.4%가 자살로 죽은, 10년째 자살률 1위 국가입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민주당 백재현 의원은 "OECD 자살률 1위는 10년 전인 1998년(28.9)부터 시작됐음에도 정부는 무대책으로 일관해 왔다"고 지적하며 자살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대책을 질책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OECD 자료에 의하면, 2006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자살에 의한 사망률이 OECD 국가 평균의 2배에 달합니다. 이는 자살률 상승에 골치를 앓고 있는 일본이나 유럽을 뛰어넘는 수치인 것은 물론, 자살률이 높기로 유명한 헝가리보다도 높습니다.

우리나라의 자살자는 2000년 6437명에서 지난해 1만2174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지난 8년 동안 매년 평균 13%씩 늘었고, 8년 새 2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이렇게 자살이 늘어나고 있는데도 자살에 대한 경각심보다는 자살에 대한 흥미 위주의 보도가 난무하고 있습니다.

어린아이까지 경쟁으로 내모는 나라

지난 달 29일에는 '성적 비관 초등생 자살'이란 제하의 기사가 신문에 났습니다. 28일 광주 광산구에 사는 박아무개(43)씨의 집 작은방에서 박씨의 아들(10)이 목을 매 자살했습니다. 그런데 그 원인이 성적을 비관한 것이라니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박군이 최근 중간고사 성적이 1학기 때보다 떨어진 것에 대하여 비관하고 자주 울었다고 합니다. 자살의 근본원인은 그게 병이든 아니든 자기 정체성의 상실에서 옵니다. 하지만 그 정체성이란 게 사회 요소가 매우 강합니다.

어린아이의 자살은 사회의 경쟁 분위기가 한 몫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성적을 비관하여 자살을 하는 중고등학생들에 이어 이제는 초등학생까지 여기에 가담하고 있습니다. 그냥 개인의 문제라고 보아 넘기기에는 상황이 너무 비관적입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래 학생들을 성적순으로 줄 세우는 정책이 부활하였습니다. 경쟁적인 성적 위주의 교육정책과 학력지상주의가 낳은 부작용은 어린 생명까지 자살이라는 죽음의 덫으로 몰고 있지 않은지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할 때입니다.

일제고사라는 홍역을 치르면서 다시 살아난 학교현장의 경쟁주의는 그렇지 않아도 시험공포 속에 사는 학생들을 치열한 입시경쟁의 지옥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국제중이 설립된다면, 입시경쟁으로 인한 학생들의 고통이 초등학생들에까지 확대되게 됩니다.

어렸을 때부터 경쟁 위주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자라서 그것과는 다른 세계를 펼쳐주기를 기대한다면 그것은 난센스일 뿐입니다. 그러니 경쟁사회의 어른들의 자살률을 어린아이들에게까지 확대하고 있는 것입니다.

연예인 장례식 생중계, 어떻게 봐야 할까?

그의 장례식은 온라인 오프라인으로 생중계 되었습니다. 물론 애도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러나…. 그는 자살한 사람입니다. 그렇게 국상을 치르듯 중계방송을 해야만 했는지 물어봤어야 합니다. 3M흥업 블로그 화면 갭쳐

ⓒ 3M흥업

지난 10월 2일 오후 4시. 기자는 마이크를 들고 카메라 앞에 섰다. … 케이블 방송 tvN <E-news>에서 고 최진실의 죽음과 관련한 특집 생방송 프로그램을 준비했는데 기자는 빈소 주변 상황을 전하는 기자 역할로 섭외됐다. … 장례 절차 일체가 실시간으로 생중계되는 이런 상황을 고인이 어떻게 여길지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웠다.

<tvN>의 한 기자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입니다. 고 최진실씨의 장례식을 중계하는 매스컴의 보도를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다 접했을 겁니다. 톱스타 고 최진실의 장례식이 지난달 4일 오전 서울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치러졌습니다.

그의 장례식은 온라인-오프라인으로 생중계 되었습니다. 물론 유명 연예인의 죽음이니 애도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러나…. 그는 자살한 사람입니다. 그렇게 국상을 치르듯 중계방송을 해야만 했는지 물어봤어야 합니다. 그 상황을 보도하는 기자조차도 고인에 대해 무거운 마음을 가졌다고 합니다. 간단히 장례소식을 전하는 것으로 그쳤어야 합니다.

자살을 보도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자살한 방법, 자살한 도구 등을 매스컴들은 앞 다투어 보도했습니다. 무슨 특종이라도 되는 듯. 그리고 모방 자살도 일어났습니다. 자살은 드러내놓고 얘기할 게 아닙니다. 그렇게 떳떳하게 드러내놓고 얘기하면 할수록 '자살하기 좋은 나라'는 튼튼하게 건설될 것입니다.

자살은 문제해결의 종착역이 아니다

대부분 자살은 당사자에게 문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자살률이 높은 것이 단지 개인의 문제라고, 우울증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그 도가 지나칩니다. 사망자의 50%가 넘는 사람이 극단적인 자살을 택한다면 사회구조의 문제를 짚어봐야 합니다. 국가의 대책 또한 필요합니다.

서울 장안동 일대 불법 안마시술소에 대한 경찰의 집중 단속이 4개월째 이어지며, 이를 비관해 지난 8월 29일 자살한 업주 최아무개(49)씨에 이어, 10월 31일 여종업원 오아무개(36)씨, 1일 이아무개(26)씨도 자살을 했습니다. 어떤 이들은 주식투자로 돈을 많이 잃고 자살했습니다.

자살자들이 문제해결의 종착역이 자살이라고 믿는 게 문제입니다. 거기에는 '나만 없어지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짙게 깔려 있습니다. 사회를 바꿀 수 없으니 자신이 희생하겠다는 뜻입니다. 고 최진실씨는 물론 초등학생도, 주식투자를 비관한 사람도, 업주도, 종업원도…. 소수자의 의견이나 인간존엄성이 사회의 경쟁논리에 밀리게 되면 이런 현상이 일어납니다.

자신의 논리가 사회보편의 진리와 배치될 때도 이런 현상은 일어납니다. 사회구성원 대부분이 받아들일 수 없는 직업의 종사자임에도 사회와 정부를 상대로 자살이라는 극한 방법으로 싸우려고 하는 겁니다. 그러기에 당국은 선대책 후단속이라는 방법을 택했어야 합니다.

한두 가지 처방으로 우리나라의 자살률을 낮출 수는 없습니다. 복잡하고 다양한, 얽히고설킨 사회구조가 만든 상황입니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어서도 안 됩니다. 자살률 OECD 1위라는 부끄러운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합니다. 세 가지 정도로 짚어보고 싶습니다.

먼저, 개인의 우울증에 관한 관심입니다. 개인의 아픔과 슬픔을 외면하는 사회구조는 바뀌어야 합니다. 정신병원에 가는 게 곧 미친 사람들의 짓이라고 치부하는 사회분위기는 쇄신되어야 합니다. 정신과 치료는 육체의 병을 치료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인식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둘째, 매스컴의 역할입니다. 매스컴은 자살한 사람 이야기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면 안 됩니다. 차라리 자살을 유도하는 사회 병리현상에 대하여 비판해야 합니다. 자살을 방치하는 제도나 국가의 역할에 대하여 계도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국가의 역할입니다. 안해도 되는 경쟁을 굳이 하도록 만드는 교육제도 등은 하루 속히 사라져야 합니다. 생존의 문제나 더 갈 데 없는 낭떠러지로 내몰리는 서민들에 대한 복지를 체계화해야 합니다. 20% 부유층의 활성화가 아니라 80% 서민에게 눈 돌려야 합니다.

정부는 자살에 대한 정확한 자료를 공개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하루 속히 마련해야 합니다.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죽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특히 자살에 대해서는 국가가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차분한 대책을 내놓아야 할 때입니다.

[☞ 오마이 블로그]

[☞ 오마이뉴스E 바로가기]

- Copyrights ⓒ 오마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