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실 자살..'베르테르 효과' 우려(종합)

2008. 10. 2.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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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인으로서 엄청난 스트레스받은듯자살 고위험자에는 각별한 관찰 필요(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지난해 초 가수 유니와 탤런트 정다빈이 잇따라 목숨을 끊은 데 이어 탤런트 안재환씨가 자살한 지 채 1개월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톱탤런트 최진실(40)씨가 자살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전문의들은 이들 탤런트의 자살 동기야 어찌 됐든 이들의 자살이 사회적으로 미칠 영향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최씨나 안씨의 경우 대중적 인기가 높은 유명인이라는 점에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이나 우울감을 가지고 있는 일반인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문의들은 보고 있다.

이는 자살하는 일반인들의 상당수가 자살방법 등을 택하는 과정에서 탤런트들을 모방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찾을 수 있다. 모방범죄가 그렇듯 모방자살이 불러 일으키는 '자살 도미노'가 우려된다는 게 대다수 전문의의 시각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자살 도미노 현상을 '베르테르 효과'라고 말한다.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나온 18세기 말 유럽에서 극 중 주인공 베르테르를 흉내 낸 모방자살이 급증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실제로 고(故) 안재환씨의 자살 이후 연탄가스로 자살하는 사람이 생긴 것은 우려됐던 베르테르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연세대의대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민성길 교수는 "일반인들의 경우 자신이 좋아하는 유명인이 자신과 비슷한 문제로 갈등하고, 이로 인해 자살을 하게 되면 자신 또한 그 문제를 해결 할 수 없다고 생각한 나머지 같은 방법을 택하게 된다"면서 "두 명의 연예인이 잇따라 자살을 택한 만큼 자살 고위험군에 대한 각별한 관찰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젊은 사람들일수록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워 하고, 유명 인사를 닮고 싶어하는 젊은 습성이 강하기 때문에 모방 자살 확률이 높아진다는 게 민 교수의 설명이다.

민 교수는 "이러한 자살을 막기 위해서는 당사자가 개인적으로 어려운 점을 누구에게 의논하고 표현하고 적극적인 치료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세창 성대의대 정신과 교수도 "우울증을 앓고 있거나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공인(公人)의 자살 때문에 자살에 대해 친밀감을 가지게 될 위험성이 있고, 자살한 공인의 정서적 경험이나 자살 동기에 대해 동질성을 쉽게 느껴 모방자살과 같은 일이 일어날 위험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최씨의 자살만 놓고 보면 마음 속 갈등을 누구에게 털어놓기 힘들고, 걱정을 감추고 살아야 했던 유명인으로서의 삶이 자살에 이르게 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홍진표 교수는 "최씨의 자살 동기는 다양하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 연예인으로서 살아가는 일거수일투족이 대중의 관심거리가 되다 보니 사실상 생활 자체가 엄청난 스트레스 속에 있었을 것"이라고 추론했다.

홍 교수는 최씨 같은 경우 경증의 '외상후 증후군'에 노출돼 있었을 가능성도 점쳤다.더욱이 최근에 대중들로부터 마치 자신이 '사채업자'처럼 오해받는 것이 매우 큰 정신적 충격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는 게 홍 교수의 분석이다.

홍 교수는 "실제 자살하는 사람의 80% 이상이 우울증상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자살을 자행한다"면서 "최씨도 최근 우울한 증상을 보였을 가능성이 매우 크고, 이러한 일련의 상황이 피해망상으로까지 치달았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가정불화, 경제적 파탄과 같은 스트레스가 발생했을 때 연예인들이 일반인들에 비해 좌절의 정도를 훨씬 크게 느끼게 점도 최씨가 자살을 택하게 만든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얼굴이 알려진 스타인만큼 고통을 쉽게 드러내기 어렵고, 주목을 받는 직업이다 보니 주변을 의식하는 것에 대해 민감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똑같은 일에도 일반인보다 몇 배나 많은 부담을 느낀다는 분석이다.

또한 인기를 얻는 순간 프라이버시를 보호받지 못하게 되는 점도 연예인에게는 커다란 심적 부담으로 작용한다. 연예인들은 인기를 얻고 유지하기 위해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까지 속속들이 대중에게 드러내야 하기 때문이다.

홍 교수는 "연예인들의 가족사, 성형수술 내력까지 공개하는 토크쇼 형태의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연예인들의 사생활은 더욱 없어졌다"면서 "연예인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타인에 의해 자신들의 사생활이 '까발려지는' 경우에 받는 상처는 더 말할 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최근에는 인터넷의 악플(악성 댓글)이 새로운 흉기가 됐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다수의 사람들에게 근거 없는 사실에 대해 언어적 공격을 받으면서 연예인들은 억울함과 함께 극심한 우울감과 분노를 갖게 된다는 게 홍 교수의 설명이다.

심한 경우 피해의식을 갖게 되고 모든 사람들이 뜬소문을 진실로 받아들인다고 믿게 되기도 하며,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충동적으로 자살로 이어진다는 분석도 가능하다고 홍 교수는 덧붙였다.

홍 교수는 "더욱이 정신과 치료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인식도 대중의 시선에 민감한 연예인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게 해 자살을 부추기는 요인이 된다"면서 "연예인들도 사생활을 존중받아야 할 하나의 인격체라는 인식과 익명성의 그늘 아래 악플이 난무하는 인터넷 문화의 정화, 정신과 치료에 대한 사회 전반의 편견해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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