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안 취했고, 심한 말싸움 없었다""취해서 기억 못 해..모욕 들은 건 기억"

2008. 9. 9.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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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이경태 기자]

9일 새벽 서울 조계사에서 '촛불시민'들을 흉기로 찌른 박아무개씨가 종로경찰서에서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권우성

[4신: 9일 오후 4시 30분]종로경찰서 오후 3시 브리핑 후 피의자 공개종로경찰서에서 피의자 박아무개(38)씨를 9일 오후 3시 공개했다. 9일 새벽 2시경 조계사 옆 우정국 공원 내에서 '안티 MB' 카페 회원 세 명에게 칼을 휘둘러 중상을 입힌 뒤 도주하다 검거된 피의자 박씨에겐 살인 미수로 영장이 신청된 상태다. 포승줄로 묶인 채 나타난 피의자 박씨는 170㎝가량 되는 키에 짧은 머리, 깔끔한 인상이었다. 서울 종로구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시민들과 논쟁이 벌어진 뒤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에 가서 주방에서 쓰던 칼 두 자루를 들고 나와 범행을 저질렀다. 피의자 박씨는 공무집행방해 등 4범 전력에, 2006년 충남 서산에서 2년간 정육점을 운영하다 2008년 1월부터 누나가 실소유주인 식당을 운영해왔다고 경찰은 밝혔다. 포승줄로 묶인 채 나타난 피의자 박씨는 덤덤한 표정으로 기자들이 묻는 질문에 아무런 동요 없이 또박또박 대답했다. 자신이 운영하던 식당에서 식칼을 갖고 나온 과정과 휘두른 상황에 대해 피의자 박씨는 계속 "취해서 기억이 안 난다"고 진술했지만, 칼을 휘두른 이유에 대해선 조계사 앞에 있던 시민들이 자신에게 "광우병 걸린 소를 니 에미 애비가 먹고 죽었으면 좋겠다고 그랬다"고 또렷이 기억했다. 경찰은 피의자 박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들고 나와 조계사 옆 시민들에게 휘둘렀던 칼 두 자루도 공개했다. 두 자루 다 일식용 회칼로, 핏자국이 채 가시지 않았지만 은색 칼날이 잘 다듬은 듯 반짝반짝 빛나는 두 자루 칼은 척 보기에도 섬뜩했다. 한 자루는 날이 있는 칼 부분만 넓이 5㎝ 가량에 길이 40㎝로, 10㎝ 가량 되는 나무 손잡이에 칼 제작자 로 보이는 이름이 선명하게 새겨진 칼이었다. 나머지 칼은 칼자루가 사라진 채 칼자루에서 빠져나온 칼만 있었다. 20㎝ 가량 되는 길이의 칼로 피의자 박씨는 이 칼로 피해자 문아무개씨 이마를 깊숙이 찔렀다. 경찰에 따르면 이 칼이 피해자 이마에 2㎝ 가량 박혔고, 이 칼은 수술실에서 제거돼 증거물로 경찰서로 운송됐다. 다음은 피의자 박아무개씨와 나눈 일문일답. "모욕 들었다... 취해서 그것밖에 기억 못해"- 왜 그랬나? 많이 싸웠나? "결단코 그런 건 아니다. 많이 술 취해서 모르겠다." - 어느 정도 취했나? 만취했나? "네." - 범행이 꽤 잔혹하던 걸로 기억한다. 모욕 받았나? " 그런 걸로 기억하고 있다. 광우병 걸린 소를 니 에미 애비가 먹고 죽었으면 좋겠다고 그랬다. 그것 밖에 기억나는 게 없다." - 평소 불만? "장사 하는 입장에서 불만은 있지만 그 정도까지 강하게 가진 적은 없다." - 촛불 집회에 참여한 적 있나? "네." - 촛불 집회에 동의해서인가? 구경하러 간 건가? "더 이상 말 못한다. 잘 못한 거니까." - 술을 마셨다던데 어떻게? "친구 만났다." - 다친 분들한테 미안한가? "당연히 미안하다. 취해서 기억 못하니까." - 원래 술 취하면 기억 못하나? "자주 그런다." - 절엔 왜 갔나? "절에 간 건 술 끊게 해달라고 갔다. 종종 간다." - 불교 신자인가? "네." - 칼이 크던데 그 두 개를 들고 달렸는데, 제지가 없었나? "그 상황은 모른다. 그 칼 들고 있었던 상황을 기억 못한다. 칼 보니까 제 주방에 있던 칼이다." - 평소 주량이? "소주 석 잔 먹고 취한다." - 그 때 얼마나 마셨나? "소주 10병 마셨다. 네 명이." - 주량보다 꽤 많이 마셨는데? "친구들 오랜만에 만나서 많이 마셨다." - 전에도 술 마시고 칼 휘두른 적이 있나? "없다." - 취해서 정확히 상황을 기억을 못하나? "다친 세 명이 누군지 모른다. 기억나는 건, 경찰 취조 때 경찰에게 다 진술했다." - 취해서 칼 휘두른 건 기억 못 한다고 했는데, 모욕 받은 내용은 다 기억하나? "……."

9일 새벽 서울 조계사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촛불시민'들이 박모씨가 휘두른 흉기에 크게 다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머리를 다친 뒤 치료를 받고 나온 김모씨가 사건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오열하고 있다.

ⓒ 권우성

9일 새벽 서울 조계사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촛불시민'들이 박모씨가 휘두른 흉기에 크게 다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머리를 다친 뒤 치료를 받고 나온 김모씨와 목격자들이 사건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권우성

[3신: 9일 오후 3시]

생명 위독했던 시민, 수술 마치고 중환자실서 치료

흉기에 찔려 생명이 위태로운 촛불시민 문아무개(39)씨는 9일 오전 10시 30분경 서울대병원에서 수술을 끝내고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오후 1시 현재까지 문씨는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사경을 헤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씨는 이날 새벽 2시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중인 30대 남자 박아무개(38)씨가 휘두른 흉기에 맞았다. 서울대병원 의료진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상황을 지켜봐야 안다"며 "일단 위급한 고비는 넘겼다"고 전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환자 보호자 어머니가 환자 상태에 대해 일절 말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해서 더 이상은 언급하기 곤란하다"며 "수술이 끝난지 얼마 되지 않아, 정확한 상태는 오늘 저녁 정도는 돼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9일 오전 서울대병원엔 문씨 보호자와 문씨가 회원으로 활동한 '안티이명박' 카페 회원 5~6명이 중환자 보호자 대기실을 지키고 있었다. 대기실에서 만난 '안티이명박' 카페 회원들은 이번 사건은 결코 우발적인 게 아니라며 '뉴라이트 진영의 소행이 아닌가 의심된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안티이명박' 카페 회원으로 이날 새벽 조계사에서 다친 문씨를 응급처치한 뒤 구급차에 후송했다는 대화명 '낮은자'는 "다친 3명은 명동에서 '뉴라이트 바로알기, 이명박 반대' 집회를 5일째 했던 사람들"이라며 "그 시간대에 조계사 앞에는 6명이 있었는데 유독 그 3명만 범죄의 타깃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홧김에 일을 저질렀다면 주변에 있던 걸 쥐고 범행을 저질렀겠지, 직접 본인의 식당에서 흉기를 갖고와 의도적으로 사람들을 해쳤겠냐"며 "우연·우발이라고 하기엔 상당히 의문이 많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그는 "사건 당시 박씨는 문씨 등의 얼굴을 정확히 가격했고 흉기로 목을 베었다"며 "문씨의 뒷목 횡단면이 벌어진 게 보일 정도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또한 그는 "목이 베인 뒤 문씨가 한 손으로 목을 부여잡고 '어' 하는 사이에 박씨는 바로 문씨의 이마를 흉기로 찍어버렸다"고 말했다. 이날 '안티 이명박' 카페 회원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문씨가 깨어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카페 회원들은 "그나마 위급한 상황은 넘긴 듯 해 다행"이라면서도 끔찍한 사건에 비통한 표정이 역력했다.

9일 새벽 서울 조계사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촛불시민'들이 박모씨가 휘두른 흉기에 크게 다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사건현장에 피 묻은 깔개와 신문지, 수건 등이 남아 있다.

ⓒ 권우성

9일 새벽 서울 조계사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촛불시민'들이 박모씨가 휘두른 흉기에 크게 다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머리를 다친 뒤 치료를 받고 나온 김모씨와 목격자들이 사건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권우성

[2신: 9일 오후 1시 30분]

피해자·목격자 기자회견... "테러라고 소리쳤는데 경찰 안 움직였다"

"쓰러지면서 우정국 공원 계단 위에 앉아있는 사복 경찰들을 향해 '테러 당한다'고 소리쳤지만 문아무개씨가 흉기에 맞아 사경을 헤매게 될 때까지 움직이지 않았다. 가해자는 우정국 계단을 뛰어내려가 안국동 사거리까지 도주했다." 9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인근 우정국 공원 앞. 이날 새벽 박아무개(38)씨가 휘두른 흉기에 맞아 국립의료원에 입원했던 김아무개(38)씨는 경찰을 향해 분노를 쏟아냈다. 흉기에 뒤통수를 맞고 무려 30바늘이나 꿰맨 김씨는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 퇴원한 뒤 곧장 조계사로 왔다. 그는 기자회견 내내 가쁜 숨을 몰아쉬는 등 새벽에 벌어진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듯한 표정이었다. 무엇보다 피습 과정을 설명할 때는 목소리가 심하게 흔들리기도 했다.

의혹 제기... "뉴라이트 바로알기 운동한 이들만 피습"

김씨는 "오늘 오전 언론은 경찰의 말만 듣고 '가해자가 심한 말싸움 끝에 우발적으로 흉기를 휘둘렀다'고 썼지만, 가해자는 술에 취한 상태도 아니었고 심한 말다툼을 한 것도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대화하지 않겠다, 가시라'고 몇 차례나 권했고 배웅까지 했다"며 "그런데 가해자가 불과 2~3분 만에 흉기를 들고 우정국 공원 정문으로 들어왔다"고 전했다.

이날 새벽 함께 있었던 이주형(20)씨는 "가해자가 흉기를 챙겨 몇 분 만에 돌아온 것에 의구심이 든다"며 "평소 조계사 뒷길과 안국동 사거리, 조계사 입구 쪽에 각각 2~3명의 사복 경찰들이 배치돼 있는데 한손에 흉기를 2개나 든 사람을 보지 못했다는 것은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목격자 김홍일(53)씨도 의혹을 제기했다. 김씨는 "도주하는 가해자를 쫓아갔다 돌아올 즈음에도 경찰은 피해자들이 쓰러진 쪽으로 오지 않고 입구 쪽에서 웅성거리기만 했다"며 "감식반에게 현장 보존을 강력히 요청했는데도 강제로 현장을 치웠다"고 비판했다. 김씨는 이어 "당시 현장에 나를 비롯 다른 시민들이 2명 더 있었는데 그 동안 명동거리에서 뉴라이트 바로알기 운동을 했던 이들만 피습한 것도 이상하다"며 가해자에 대한 경찰의 확실한 조사를 촉구했다. 경찰서 가기 전에 기자회견부터 연 까닭한편, 기자회견 사회를 맡은 안티MB카페 회원 '너럭바우' 배성곤(46)씨는 "종로경찰서에서 피해자진술을 받기 전 김씨에게 '기자가 많으니 피해서 와라, 조용히 조사받고 가도록 하자'고 전화했다"며 "경찰의 이런 태도를 믿을 수 없어 피해자 진술조사 이전에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회견 이유를 설명했다. 경찰이 피습현장을 보존하지 않고 치워버린 것과 조계사 앞에 전경버스와 전경들을 동원해 현장 접근을 막았던 것도 경찰에 대한 불신을 제공한 이유 중 하나. 배씨는 이 과정을 설명하며 "경찰은 백색테러에 대해 조사를 철저히 해 명백한 진실을 밝혀야 한다"며 "피해자 진술조사도 이 우정국 공원에서 받겠다"고 말했다.

[1신: 9일 오전 10시]

촛불시민 3명 조계사서 '테러' 당해... 1명은 생명 위독

9일 새벽 2시 조계사 인근에서 30대 남성의 흉기에 다친 안티MB카페 회원 윤아무개(31)씨

ⓒ 이경태

"'두고 보자'고 뛰쳐나간 지 1분도 안 돼서 흉기를 들고 쫓아왔다. 발로 찬 뒤 도망치려 했는데 흉기가 번뜩였다."

9일 오전 8시 40분 서울 을지로 백병원 응급실. 이날 새벽 2시 조계사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30대 남성 박아무개(38)씨가 휘두른 흉기에 맞은 안티이명박카페 회원 3명 가운데 하나인 윤아무개(31)씨가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당시 끔찍한 상황을 증명하듯, 윤씨의 양말과 바지 곳곳에는 피가 튀어 있었다. 얼굴도 반 이상 붕대로 감겨 있었다.

흉기는 윤씨의 왼쪽 눈썹 1㎝를 긋고 지나갔다. 조금만 아래로 흉기가 향했다면 윤씨는 다시 빛을 볼 수 없었을지도 모를 아찔한 상황이었다. 윤씨는 사건 당시 긴급히 병원으로 후송됐고, 진단 결과 안면근육을 움직이는 신경 2개가 끊어져 곧 수술에 들어가야 한다.

윤씨는 "새벽 1시가 좀 넘어 조계사 인근 공원에서 카페 회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가해자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고 말했다, 가해자에게선 술 냄새가 조금 났다.

윤씨에 따르면 가해자는 이들에게 "나는 미국산 쇠고기를 먹는다, 한우가 검역체계 미비로 더 안전하지 못하다"며 "30년 이상 된 미국산 쇠고기도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윤씨는 "가해자와 언쟁이 심하게 붙으면서 자리를 먼저 피했다"며 "언성이 높아지고 욕설도 간간히 나왔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윤씨를 비롯한 카페 회원들은 더는 가해자와 언쟁을 원하지 않았다. 윤씨는 "내가 먼저 '당신과 대화 나누기 싫다'며 일어섰다, 그런데 가해자가 '두고 보자'고 말한 지 1분도 안 돼서 흉기를 들고 쫓아와 우리에게 휘둘렀다"고 말했다.

이날 병원에는 윤씨 곁에는 윤씨의 가족과 함께 소식을 듣고 달려온 카페 회원 4명이 함께 있었다.

카페 회원들은 입을 모아 "가해자가 우발적으로 일을 저질렀다는데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카페 회원 유아무개(45)씨는 "흉기에 맞은 사람들은 지난 8월 30일부터 '뉴라이트 바로 알리기' 캠페인을 진행했던 이들"이라며 "그 전에도 시비를 걸던 이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수배자 검거를 위해 조계사 정문과 후문에 배치된 사복경찰이 100명에 가깝다, 평소엔 차량번호 조회까지 철저히 하는 이들인데 흉기를 2개나 챙겨가지고 피해자들을 쫓아가는 이를 제지하지 못했다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가해자 박씨는 윤씨뿐만 아니라 문아무개(39)씨와 김아무개(38)씨 등에게도 흉기를 휘둘렀다. 이 과정에서 박씨가 휘두른 흉기에 이마를 찔린 문씨는 현재 생명이 위독한 상태로 알려졌다. 이마에 꽂힌 흉기가 5㎝ 정도 깊게 박혀 이를 빼내면 뇌수까지 터지는 등 상당히 심각한 상태를 초래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씨는 국립의료원에 입원했다 현재는 퇴원한 상태다.

가해자 박씨는 이날 시민 세 명을 찌르고 도망치다 조계사 인근을 순찰하던 종로서 경찰들에게 붙잡혔다. 종로경찰서는 현재 박씨의 범행동기 등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이르면 오늘 살인 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9일 새벽 2시경 조계사 인근에서 30대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다친 안티MB카페 회원 윤씨의 양말과 바지에는 곳곳에 피가 튀어있었다.

ⓒ 이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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