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꺼진 장안동'?..불만 끄고 영업중

2008. 9. 3.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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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업소 "안 걸린다"며 호객행위…버젓이 영업 계속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불만 꺼놨지 장사할 사람들은 다 해요. 들렀다 가세요."

2일 밤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일대 안마시술소들의 간판은 대부분 꺼져 있었다.

변종 성매매업소의 화려한 네온사인으로 불야성을 이루던 최근 수년간 이 지역의 모습과는 확연히 달랐다. 성매매를 근절하려는 경찰의 강력한 단속이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근처 편의점에서 일하는 이모(28)씨는 "예전에는 이곳저곳에 걸린 안마업소 간판들로 밤에도 마치 낮처럼 환했는데 요즘들어 간판 불빛이 하나 둘씩 꺼지기 시작했다"며 "지난 주 한 안마시술소 업주가 단속을 원망하며 자살한 사건 이후 급격히 문을 닫는 가게들이 많아진 것 같다"고 전했다.

하지만 뒷골목과 업소 내부의 상황은 전혀 달랐다.

상당수 업소는 경찰의 집중 단속을 교묘히 피해가며 버젓이 영업을 계속하고 있었다. 밖에서 보면 감쪽같이 영업을 중단한 것처럼 보였지만 안에 들어가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손님 받는 데 여념이 없었다. 예전처럼 노골적이지는 않지만 호객 행위도 여전했다.

장안동 사거리 부근의 한 안마시술소 앞에서는 한 20대 남자 호객꾼이 "혹시 안마 받고 갈 생각 없느냐"며 행인들에게 넌지시 말을 건네고 있었다.

그는 간판이 꺼진 안마시술소 건물을 가리키며 "단속때문에 불을 꺼 놓긴 했지만 안에서는 정상적으로 영업한다. 단속에 걸릴 염려 없으니 안으로 들어가라"고 손님들을 끌어 모았다.

자동잠금장치로 굳게 닫힌 업소 현관 문에는 '내부 수리중'이라는 팻말이 걸려 있었으나 이 호객꾼이 휴대전화로 연락을 취하자 `스르륵' 문이 열렸다.

건물 안 깊숙한 곳에 위치한 카운터로 들어갔더니 단속을 피하기 위한 또 다른 '안전장치'가 나왔다.

카운터를 지키던 남자 직원은 건물 밖 영상이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모니터를 보여주며 "업소 밖에 카메라를 설치해 두었기 때문에 단속에 미리 대비할수 있다"며 들어오는 손님들을 안심시켰다.

카운터 앞에서 순서를 기다리던 손님들은 안내에 따라 각자 업소 복도 안쪽으로 사라졌다.

장안동에서는 이 곳 말고도 많은 성매매 업소들이 단속을 피해 '불끄고 영업'을 하고 있다는 게 여기서 일하는 직원들의 얘기다.

다른 업소들이 영업을 중단하면서 몰래 영업하는 곳으로 손님들이 몰려 일부 업주들은 오히려 반사 이익을 얻기도 한다는 것이다.

성매매 장소를 원래 업소가 아닌 다른 곳으로 옮겨 윤락행위 알선을 계속하는 발빠른 업주들도 생겨났다.

한 30대 남성 호객꾼은 "우리 업소에서 일하던 여성들과 호텔에서 만나게 해 주겠다"며 장한평 전철역 근처에서 손님들을 물색하고 있었다.

그는 "이 곳에는 아직도 성매매를 위해 찾아오는 남성들이 많다"면서 "그들에게 '호텔에서 만나면 단속에 걸리지 않는다'고 설득한다"고 전했다.

성매매업소 업주들이 이런 편법 영업을 계속하는 것은 최근 진행되고 있는 집중 단속이 끝날 때까지 시간을 벌겠다는 의도다. 이번 단속이 영원히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니 `소나기'가 지나갈 때까지 숨을 돌리자는 것이다.

이 지역을 관할하는 동대문경찰서는 올해 7월 이중구 서장이 부임한 뒤부터 단속된 업소의 욕조와 침대까지 압수하는 강수를 두어 가며 성매매 근절에 나섰다.

동대문구청도 올해 11월까지 이 일대 거리에 폐쇄회로TV를 설치키로 했다.

지난달 29일 성매매 업주가 경찰서장 앞으로 항의하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하는 일도 있었지만 강도 높은 단속은 매일 밤 계속되고 있다.

한 성매매 업소 관계자는 "생계가 걸린 일을 갑자기 그만둘 수도 없는 상황이다 보니 여러가지 편법으로 단속을 피해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털어놓으며 "조금만 버티고 나면 단속도 잠잠해 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주들의 기대와는 달리 경찰은 이번 기회에 장안동 일대에서 성매매를 완전히 몰아내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고 인근 주민들 역시 경찰의 강력한 단속을 지지하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동대문서는 이날 밤도 성매매업소를 단속해 욕조와 침대 등을 압수했다.

이중구 동대문서장은 "부임해 와서 여러 주민들 만나뵙고 인사드리니까 만나는 사람마다 `동대문하면 장안동 떠올리고 장안동하면 성매매 떠올린다. 지역 이미지를 위해 성매매를 근절해 달라'는 얘기를 하더라"고 단속배경을 설명했다.

성매매업소 업자들은 홍준표 의원이 18대 국회의원 선거운동 당시 동대문을 지역구로 출마해 장안동 일대 성매매업소 근절을 핵심 공약으로 내거는 바람에 경찰 단속이 대폭 강화됐다며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서장은 "그런 건 아니다"라며 "주민 숙원 사업이니까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홍 의원도 그런 공약 내걸었던 모양인데 나는 그 사실을 나중에(주민 의견 수렴 후에) 알았다"고 밝혔다.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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