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만든다고 내 땅을 강제수용?"

입력 2008. 9. 1. 08:51 수정 2008. 9. 1. 16: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공익시설에만 가능한 '강제수용' 골프장에 적용

안성시 "법적하자 없다"…주민들 '위헌심판제청'

"안성시가 지난해 12월 공익사업에 따른 것이라며 토지보상 계획공고를 보내왔어요."

경기 안성시 보개면 동평리에서 11년 동안 작업실을 운영해온 김지원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황당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에는 이 일대를 골프장으로 만들기 위해 자신의 작업실을 강제 수용하겠다는 안성시(시장 이동희)의 공문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합법이었다. 김 교수는 "공공 도로나 주택지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면 몰라도, 어떻게 개인 사업자가 골프장을 만드는데 강제수용권을 주느냐"고 분개했다.

안성시는 골프장 업자의 제안을 받아 지난해 5월 동평리 산11-1 일대 136만여㎡에 27홀 규모의 스테이트월셔골프장(동평골프장)을 짓겠다는 내용의 사업계획을 승인해 줬다. 그러나 골프장 예정 터 안에 있는 480여건의 토지와 건축물을 소유한 40여명의 주민들은 매매를 거부했다. 골프장 사업자는 현재 이들 토지에 대한 강제수용 절차를 밟고 있다.

어이없는 이야기 같지만, 이런 골프장 사업자의 강제수용권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국토계획법)로 뒷받침되고 있다. 이 법을 보면, 기초자치단체장인 시장·군수는 도시계획 시설인 '학교·운동장·공공청사·문화시설·체육시설 등 공공·문화체육시설' 사업자의 사업계획을 승인할 수 있으며, 사업자는 예정 터의 80% 이상을 사들이면 반대하는 주민들의 토지와 건축물까지 강제로 수용할 수 있다.

기존에는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광역 시·도 지사가 골프장 사업계획 승인권을 갖고 있었고, 사업자는 소유자와 협의해 해당 터를 100% 사들여야 했다. 2003년 국토계획법이 개정되면서 시장·군수의 승인권과 사업자의 토지수용권을 인정하도록 바뀌었다. 그러나 골프장 사업에는 이를 적용한 사례가 이제껏 없었는데, 경기도에서 처음으로 안성시가 골프장 사업자의 토지수용권을 부여한 것이다. 현재 6곳의 골프장이 있는 안성시에서는 10개 골프장이 건설 중이며, 7개 사업자가 스테이트월셔골프장처럼 안성시장의 승인과 강제수용권을 요청한 상태다.

심아무개씨 등 동평리 주민 23명은 지난 29일 수원지법에 "골프장처럼 이윤 추구가 목적인 사업 시행자에게 강제수용권을 부여하는 국토계획법 95조1항 등은 재산권의 수용·보상 시 공공 필요라는 헌법 23조3항을 위배함으로써 개인 재산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며 위헌법률 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녹색연합 환경소송센터 최재홍 변호사는 "개인사업자나 사기업에 강제수용권을 주려면 해당 사업의 공익성이 명확해야 하는데, 국토계획법이 도시계획 시설을 '학교·운동장·공공청사·문화시설·체육시설 등 공공·문화체육시설'이라고 포괄적으로 규정함으로써 명확성을 결여했다"고 위헌성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영웅 안성시 도시과장은 "국토계획법상 골프장은 도시계획 시설에 포함돼 있어 법적 하자가 없고 골프장이 들어서면 세금수입 증대와 고용 창출 등의 공익성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수원/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한겨레 관련기사] ▶ 골프장이 지역경제에 도움? "글쎄…"▶ "사과 하랬더니 목사들과 청와대 만찬"▶ 홍정욱 '하버드대 3관왕 허위' 판결▶ 장안동 성매매업소 단속 한달…업주들 자살·대치 거센 반발

세상을 보는 정직한 눈 <한겨레> [ 한겨레신문 구독| 한겨레21 구독]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