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청수 사과편지? 불심의 답장은 "이명박 사과"

2008. 8. 21.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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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윤서한 기자]

▲ 조계사의 모습

불교계는 '헌법파괴 종교차별 이명박 정부 규탄 범불교대회'에 모든 역량을 집중 중이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어청수 경찰청장이 지난 14일 조계종의 주요 중진스님들 앞으로 '사과편지'를 보냈다는 소식이 전해진지 하루가 지난 오늘(22일), 직접 조계사를 찾아가 신도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기로 했다. 특히, 일부 언론은 신도들이 "조계사 안에 피신 중인 수배자들에게 '이제 그만 나가달라'고 요구한다"고 보도해 그 진위에 대해 의문이 들기도 하던 참이었다.

지난 광복절 직전 광우병대책회의의 기자회견 취재 후 열흘 만에 찾은 조계사. 여전히 일주문 앞에선 총무원 스님 두 분이 11일째 단식을 진행 중이었고, 이명박 정부를 규탄하는 현수막들도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사퇴할 사람이 사과하는 건 어불성설"

8월 3일부터 매일 낮 12시 40분에 열리고 있는 종무원 원우회 조합원들의 '어청수 경찰청장 퇴진 및 조계사 배치병력 철수 촉구 법회'도 평소와 같이 일주문 앞에서 진행되었다. 조합원들은 '불자들은 조계사로, 경찰들은 경찰서로'라는 구호를 외치며 조계사에 대한 경찰의 감시를 규탄했다. 또한, 27일로 예정된 '이명박 정부 규탄 범불교도대회'의 개최를 알리며 시민들의 참여를 촉구하기도 하였다.

규탄 법회가 끝나고 만난 조계종 종무원 장영욱 조합장은 어청수 경찰청장의 사과편지에 대해, "이미 사퇴를 했어야 할 사람이 이제 와서 사과하는 건 어불성설이다"고 하였다. 또한, "27일 범불교대회를 앞두고 그런 편지를 보냈다는 건 대회 저지를 위한 정치적인 의도"라면서 "이명박정부가 진심을 보여주지 않는 이상, 예정대로 27일까지는 법회를 계속해 나갈 것이다"고 하였다.

진심을 보여주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의미하는 것이냐고 묻자, "대통령의 공식적인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 두 가지"라면서 "재발 방지 약속은' 종교차별금지법 제정'이란 방법이 있다"고 하였다.

일주문에서 대웅전 앞까지는 이명박 정부의 종교편향을 비판하는 언론보도와 만평 등을 전시하고 있었다.

'불교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읽고 있던 최아무개씨(51)는 "아무 철학도 없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서 국민 전체가 고생하고 있다"며 "특히 종교 편향적 자세는 자신은 아무 생각도 없이 저지르는 것이겠지만 그로 인해 나라가 분열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씨는 어청수 경찰청장 퇴진과 관련 "그 사람은 공무원이다, 윗사람이 시키는대로 하고 있는 것뿐이니 제일 꼭대기에 있는 대통령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계종 종무원 원우회 조합원들의 21일 '어청수 경찰청장 퇴진 및 조계사 배치경력 철수 촉구 법회' 모습

ⓒ 윤서한

"수배자들 나가라고 주장하는 신도는 극히 일부"

이명박 정부의 종교편향을 꼬집는 <경향신문>의 만평을 유심히 보고 있던 조한곤(40)씨는 "정부의 종교차별이 너무 심하다"며 말문을 열고, 어 청장의 사과편지에 대해선 "범불교도대회를 막기 위한 임시방편일 뿐이다"라고 간단하게 정의했다.

'일부 언론에서 신도들이 촛불집회 수배자들을 향해 이제 나가라고 소리치기도 한다는데 이게 사실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는 "일부 보수적인 분들이 그렇게 말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극히 일부이다, 대부분의 신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농성중인 촛불집회 수배자들에 대한 신도들의 여론이 좋지 않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 이날 만난 신도들이 밝힌 실상은 다음과 같다.

수배자들의 천막이 바라보이는 곳에서 대화 중이던 김 아무개씨(48)와 정 아무개씨(51)는 "인도주의 차원에서 보호해주는 것이 옳다"고 강조한 뒤 "수배자들을 내보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그들이 싫어서가 아니라 일부 잘못된 사람들이 사찰 봉헌함에 '예수천국 불신지옥' 도장이 찍힌 지폐를 넣는 등 몰상식한 행위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오늘 오전에도 일부 과격 기독교도들이 사찰 안으로 들어와 스님들에게 항의를 하는 등의 소란이 있었다"면서 수배자를 보호해주어야 하지만, 그것 때문에 조계사에 안 좋은 일이 생길까봐 걱정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대웅전 앞에는 '종교차별금지법 입법화 속성취'라는 현수막을 단 천막에 신도들이 모여 있었다. 종교 차별을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에는 처벌 조항까지 둔 법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종교편향을 바라보는 불교신도들의 속마음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갔다. 천막에서 신자들의 청원서 작성을 돕고 있던 자원봉사자 조초자(68)씨는 "각 신도들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전달될 청원서"라면서 "지금까지 1만명 이상이 작성했고 반응이 매우 뜨겁다"고 하였다.

청원서를 작성하려고 기다리고 있던 신도들은 기자가 취재를 시작하자 할 말이 많았다는 듯 현 상황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박수임(53)씨는 "대통령은 말을 똑바로 해야 한다, 어디 가서 이명박 장로라고 소개하고 다니지 말라"고 하였다. 일부 기독교세력에 대해선 "모든 종교가 착하고 똑바로 살아야 한다는 걸 가르치는데 유독 기독교만이 '죽어서 지옥 간다'고 부각시킨다"면서 "가만히 있는 불교도들을 건드리지 말라"고 하였다.

대웅전 앞에서 '종교차별금지법 입법화'를 위한 청원서 작성이 이루어지고 있다.

ⓒ 윤서한

"27일은 범불교도대회, 우리 의지는 변함없다"

청원서를 작성하고 있던 권 아무개(45)씨는 "부처님을 모욕하는 이명박 세력을 규탄하기 위해 27일에 열리는 범불교도대회에 많은 국민들이 호응을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내 지역구 국회의원이 한나라당 소속인데 종교차별금지법에 찬성하는지 안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는 늙은이'라고만 소개해달라고 한 인사는 "지관 총무원장은 옛날로 치면 한 나라의 대법사인데 경찰로부터 검문을 당한 건 크게 잘못된 것"이라면서 "이는 나라에서 종교적인 차별을 공식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노했다. 어청수 경찰청장을 향해서는 "사과편지 가지고는 안되고 더 대대적으로 사과해야 한다"면서 "불교신자의 마음을 잃으면 국가 전체적으로도 손해다, 나라의 앞날이 답답하다"고 가슴을 두들기며 말했다.

기자는 처음에 조계사에 가면서 신도들이 답변을 잘 해주지 않을까봐 걱정을 했다. 그러나 걱정과는 달리 신도들은 취재를 기다렸다는 듯이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들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한 신자는 정부를 규탄하는 수많은 현수막들을 가리키며 "여기에 적혀 있는 것들 그대로가 우리의 심정이다"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조계사 곳곳에 뿌려진 <범불교도대회 소식>이라는 타블로이드 신문에는 '2천만 불자 종교 차별 바로잡는다'라는 헤드라인이 걸려 있었다.

과연, 불교 신자들은 27일 서울시청 앞 집회를 통해 '어청수 경찰청장 퇴진' '종교편향방지 입법화' '이명박 정부 공개 참회'라는 목표를 성취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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