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국방부, 서울 을지로 '땅 싸움' 점입가경

2008. 8. 19.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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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울대학교가 서울 을지로 일대 옛 서울사대부속초등학교 부지를 놓고 국방부와 벌이고 있는 소유권 분쟁이 최근 다시 표면화하고 있다. 지난 4일자로 받은 법제처 답변이 새로운 계기가 됐다.

논란이 되고 있는 땅은 서울 중구 을지로 5가 40번지, 총 4만2614㎡(약 1만2890평) 규모의 부지다. 현재 미군 극동사령부 공병단이 주둔해 있으며 옛 서울대부속초교 건물은 피엑스 입주 건물로 사용되고 있다.

주변에 청계천과 국립의료원 등이 있으며 서울대병원, 서울대 연건캠퍼스(의·치대 및 간호대)와도 가깝다. 이 부지의 공시지가는 약 3400억 원 정도이지만 국방부와 대한주택공사 계획대로 대규모 주상복합단지로 개발될 경우 시가 1조 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양측의 땅 싸움이 많은 이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배경이다.

국방부는 원래 "미군 사용 기간이 종료되면 해당 부지를 서울대에 반환하겠다"고 여러 차례 약속해왔으나 이후 입장을 바꿔 "토지를 임의 처분해 미군기지 이전 비용 중 일부를 해결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서울대는 "국방부가 한국전쟁 당시 근거도 없이 불법적으로 이 땅을 징발했다"며 "미군이 땅을 반환하는 대로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는 것이 마땅하다"는 입장이다.

◇법제처 SOFA 법안 근거 국방부 손 들어

이 문제에 대한 법적 해석을 법제처에 먼저 요청한 것은 국방부. 국방부는 지난해 12월 법제처에 "한국전쟁 당시 징발했던 국유재산을 현재까지 국방부가 쓰고 있다면 이는 누구의 재산인가"라고 물었다. 법제처는 법령해석심의위원회를 열어 "주한미군주둔군지위협정(SOFA) 하위 법안으로 1967년 제정된 '국가 및 지자체 재산의 관리처분법'에 따라 해당 부지가 국방부 소유로 보는 것이 맞다"는 해석을 그달 28일자로 발표했다. 을지로 부지는 관리처분법 부칙 제2항에 규정된 국유재산이며, 이는 주한미군기지 이전 평택지원특별법 제8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국방장관으로 관리환원 된 국유재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서울대는 이에 불복, 지난 6월26일 법제처의 법령해석에 대한 재심을 요청했다. 법제처 심의 결과가 '평택지원특별법에 따라 국방장관이 을지로 부지를 처분할 수 있다고 해석한 것이 맞는지' 여부를 물은 것이다.

법제처는 지난 4일자로 낸 회신에서 "그 사항은 법제처의 해석 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법제처의 법령해석은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법령의 의미를 밝히는 것이지 개별적인 분쟁을 해결하거나 구체적인 처분의 위법, 부당 여부를 밝히는 것은 아니다"는 답변이다.

'국방부가 을지로 부지를 임의 처분한다면 학문의 자유 및 대학의 자치에 관한 서울대의 기본권을 침해하거나 헌법 정신에 위배되는 것'이라는 서울대측 판단에 대해서는 "위헌법률심사권은 헌법재판소에 부여돼 있으므로 별도의 절차를 밟아 확인해야 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또 '국방부가 당초 재산 반환을 약속했다가 말을 바꾸는 등 신뢰보호원칙, 비례의 원칙 등을 위반했다고 볼 때 이를 재량권의 일탈 또는 남용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법제처의 법령해석은 구체적인 분쟁해결절차가 아니며 법제처는 토지 관련 사실관계를 확정하거나 일반 법원칙 적용에 대한 구체적인 비교형량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 설명이 돌아왔다.

서울대는 이를 놓고 "그간 국방부가 법제처 법령해석을 근거로 소유권을 주장해왔으나 이번 답변은 법제처가 국방장관에게 토지처분권이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백히 확인해주었다"고 주장했다. 즉 '법제처의 법령해석은 문제의 토지에 대한 소유권이 어느 쪽에 있는지 확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 않으며 법제처에 그럴 권한도 없으므로 국방부가 법제처 해석을 근거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논리이다.

서울대 법률자문실장을 맡고 있는 김재형 법대 교수는 "서울대 명의로 등기부등본 상 등록이 돼 있는 재산을 국방부 장관이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대학의 자율성과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 행위"라고 말했다.

서울대는 이번 법제처 회신을 계기로 지난 4월 이 땅에 조성하겠다고 발표한 '서울대 의대 인간생명과학연구단지 조성계획'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 "서울대가 법제처 답변을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고 있다"며 깎아내렸다. 우선 "법제처가 법령해석을 통해 일반적인 사항을 규정할 뿐 특정재산에 대해 판단하지 않는다고 한 것은 일반적 해석을 이번 사건에 적용할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는 것이 국방부 입장이다. 서울대가 을지로 부지 처분이 교육의 자주성과 대학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정부법무공단에 자문한 결과 국유재산 관리업무는 공권력의 주체가 행정업무의 일환으로 처리하는 것이므로 서울대의 기본권 침해가 발생할 여지가 없다는 의견을 받았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서울대가 관련법 상 소유권을 주장할 근거가 미약하자 무리한 주장을 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서울대 "대학 자치권 침해" 주장

국방부는 또 "법제처는 서울대의 재심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민원 회신 차원에서 문서로 답변을 한 것뿐인데, 서울대가 이를 유리하게 해석해 언론에 배포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국방부는 "을지로 부지를 활용하지 않으면 미군기지 이전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그만큼 정부 재원을 더 사용할 수밖에 없다"며 "국민 세금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서라도 이 땅이 반드시 국방부로 관리환원되도록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서울대 대신 당초 이 땅의 관리청으로 원소유주인 교육과학기술부와 협의를 진행할 방침이었다. 국방부는 교과부에 관리환원 요청을 수차례 했으나 성과가 없자, 지난 5월15일 국유재산 총괄청인 기획재정부에 이 땅에 대한 '재정신청'을 한 상태다. 재정신청이란 당사자 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 강제조정을 요청하는 것이다.

나경수 기자 ksna@newsis.com

※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96호(8월25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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