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절 개칭 발의 한나라 의원 친일진상규명 반대

2008. 8. 13. 06: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CBS사회부 강인영 기자]

'광복 63주년'이 '건국 60주년'으로 슬그머니 바뀌고 이른바 '건국 60주년 기념사업'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광복절을 건국절로 개칭해야 한다는 움직임과 함께 이에 대한 시민사회단체, 학계 등의 반발도 거세게 일고 있다.CBS는 8.15 광복절을 즈음해 우리 사회에 일고 있는 '광복절·건국절 논란'을 짚어보고, 앞으로 나갈 대한민국 60년의 방향을 나흘에 걸쳐 모색해 본다. 13일은 그 첫 번째 순서로 건국절 개정 논란을 파헤쳐 본다.

지난 2003년 건국절로의 개칭법안을 발의했던 당시 한나라당 의원 13명 가운데 9명이 정작 친일진상규명법 발의에는 반대했었다는 사실이 CBS 취재결과 드러났다.

한나라당 정갑윤 의원 등이 광복절을 건국절로 개칭하자는 개정안을 17대 국회에 이어 18대 국회에서도 내놓으면서 시민사회 단체와 학계 등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근 이 같은 건국절 개정 발의가 일제강점기를 미화하는 보수 세력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지난 국회에서 이미 건국절 개정안에 대해서는 검토할 부분이 있다는 지적이 이미 나왔었다.

특히 지난 2003년 16대 국회에서 첫 건국절 개칭 법안이 발의됐을 때 이 발의에 참여했던 의원 당시 한나라당 의원 13명 중 9명이 정작 친일진상규명법 제정에는 반대했던 사실이 CBS 취재 결과 드러났다.

◈건국절 개칭 논란 "지난 국회에서 이미 개정안 검토 필요 지적"

지난해 9월 28일에는 한나라당 정갑윤 의원 등 10명은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꿔야 한다는 법안을 냈었다. 또 지난달 3일에는 역시 정갑윤 의원 등 13명의 의원이 '광복절'의 명칭을 '건국절'로 개칭하자는 '국경일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정갑윤 의원측은 "1945년 광복은 자력에 의한 광복이 아니라 불완전한 것으로 자칫 국제화 시대에 반감적 감정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을 초래해 국가정신과 정책 지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개정안 제안이유를 설명했다.

"선진 산업화와 민주화의 근원이 된 건국정신을 되살리고 헌법정신에 맞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국민 의식 속에 자리잡게 해 미래지향적이고 밝은 대한민국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정 의원 측은 이어 "2006년 한 전문여론조사 기관이 전국 성인 남녀 51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78.4%가 광복절에 대한민국의 건국을 기념하는 뜻을 더욱 부각시켜야 한다고 답변했다"며 "건국이 지닌 가치와 의미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정 의원 등의 건국절 개정안과 관련해 당시 행정자치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이 개정안에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는 보고서를 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의 진정한 사과와 반성이 없이 과거 청산이 아직 먼 시점에서 광복절을 건국절로 개칭할 경우 광복이 지니고 있는 역사적, 교육적 효과가 상당 부분 반감될 우려가 있으며, 대한민국 정부 수립 당시 김구 선생을 비롯한 민족지도자 일부가 단독 정부 수립에 반발해 남북 단일 정부 수립 노력을 전개했다는 점을 볼 때 과연 1948년 8월 15일이 우리 민족의 완전한 건국기념일이 될 수 있는 지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어 개정안에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우리 헌법은 3.1 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 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건국 기념일은 상해임시정부가 수립된 1919년 4월 13일이 더 적합하다는 의견이 있으며, 민족의 개국기념일인 개천절이 이미 국경일로 정해진 만큼 따로 건국기념일을 지정하는 것은 우려된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또한 지난 2006년 8월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실시한 광복절을 건국절로 변경하는 것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3천20명 가운데 반대가 61.7%로 나타났다며 건국절 변경에 대한 더 다양한 의견수렴이 필요하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이 같은 지적이 17대 국회 차원에서 이뤄졌는데도 불구하고 정갑윤 의원 등이 18대 국회 들어 다시 건국절 개정안을 발의한 데 대해 일각에선 '건국 60년 기념사업'을 벌이고 있는 정부 차원에서 개정안 발의가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정갑윤 의원 측은 "개정안 발의는 정부 측 건국 60주년 사업과 무관하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독립운동가 후손들로 이루어진 8.15 광복회 등은 광복절을 '건국기념일'로 바꾸고 이를 위해 예산을 지출하는 것은 헌법 위반이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출하는 등 각 시민사회단체와 학계의 건국절 개정에 대한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첫 건국절 개칭 발의 의원 10명 가운데 7명 '친일진상규명법 제정 반대'

그러나 건국절 개정안을 발의한 것은 정갑윤 의원이 처음이 아니다.

CBS 취재 결과 지난 2003년 당시 한나라당 김용학 의원 등 13명의 의원들이 건국절 개칭을 제안하는 국경일에 관한 법률중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민국의 국가발전을 위해서는 광복절보다는 건국기념일을 강조해 국민통합과 국가발전 의식을 고취시키겠다는 취지로 제안된 개정안은 지난 2004년 5월 임기가 만료돼 폐기되긴 했지만 정갑윤 의원 등에 의해 계승됐다. 실제로 정갑윤 의원 측은 "김용학 전 의원의 건국절 개정안 발의안과 내용에서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최근 이 같은 건국절 개정 발의가 대한민국 임시 정부의 법통을 부정하고 일제에 맞서 싸웠던 독립운동 세력을 부정하려는 이념적 의도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03년 건국절 개정 발의를 한 의원들 절반 이상이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이하 친일진상규명법)'에 반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03년 6월 4일 건국절 개정 발의를 한 의원 13명 가운데 9명, 약 70%의 의원이 친일진상규명법에 반대한 것이다.

대표 발의를 한 김용학 전 의원을 비롯해, 김동욱, 박시균, 박재욱, 엄호성, 이방호, 이연숙, 임인배, 주진우 전 의원이 해당된다.

이에 대해 단국대 한시준 교수(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 연구소 소장)는 "8.15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자는 주장을 제기하는 쪽은 일제가 한국을 식민지 지배한 것이 한국이 근대화 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보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하는 뉴라이트계열 측이 주최가 되고 있다"며 "건국의 역사를 왜곡시키는 것은 결과적으로 우리 민족의 역사에서 보면 대단한 범죄행위"라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이어 "정부가 270억 예산을 들여 건국 60년 사업을 하고 있지만 국가적으로 큰 행사를 하고 국경일 이름을 바꾸는데 있어 근거와 논리가 없다"며 "대한민국 건국 60년 기념사업 가운데 어떤 학술회의에서도 근본적으로 대한민국의 국호가 언제 정해졌는 지 등에 대해 논의를 하는 부분은 없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또 "임시정부 역사를 인정하지 않고 대한민국의 건국 역사를 60년이라고 하면 북한의 정통성을 높여주고 북한의 역사 논리에 휘말리고 동조하는 것이다. 건국 60년을 주장하는 세력들은 결국 큰 함정을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며 역사를 제대로 세워야 함을 강조했다.

안동대 김희곤 교수는 "1919년에 근대 국가의 출발인 최초 민주공화정인 임시정부가 세워졌다"며 "48년 건국을 주장하는 세력들은 신식민지 근대화론을 통해 60, 70년대의 산업화 성공을 일본의 식민지화에서 찾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어 "대부분의 국가들은 한 국가의 주체성을 국호와 연호를 통해 표출하고 있고 우리의 경우 연호가 없이 그냥 서기 2008년으로 가고 있다"며 "진정한 국가의 정체성을 생각한다면 '민국'을 국호로 사용해 올해를 민국 90년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Kangin@cbs.co.kr

(대한민국 중심언론 CBS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412)<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 www.nocut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