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건국축제 준비".. 혼란스러운 광복절

2008. 8. 12.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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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예산 지원도 없이 지자체에 일방 지시"臨政 부정하고 새 왕조 개창하나" 반발

2008년의 광복절이 혼란스럽다. '광복'보다 '건국'을 앞세워 행사를 치르려는 정부 의도 때문인데,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나서서 일제 침략을 합리화하려는 것인가"라고 반발하고 있다. 지자체들도 광복과 건국이 뒤섞인 행사를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다. 대다수 기초자치단체들은 '범국민 건국 60주년 축제'라는 정부 홍보에도 불구,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 주도 '건국절' 행사에 시민단체 반발=행정안전부는 "매년 8월15일은 광복절 국가 경축행사지만 올해는 대한민국이 '건국'되어 60년을 맞이하는 해로서 특별히 건국 60년을 경축하는 내용과 함께 식을 거행한다"고 12일 밝혔다.

그러나 정부 주도의 '건국 60주년 행사'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한 목소리로 비난했다. 참여자치21 오미덕 사무처장은 "어줍잖은 이벤트 하나로 모든 국민들의 맘을 한 군데로 묶어보려는 것은 '국민동원시대'에 대한 향수를 잊지 못하는 복고주의자들의 정치놀음으로 볼 수 있다"면서 "마치 새로운 '왕조' 하나를 개창하려는, 시대착오적 음모가 작동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고 비난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기념사업회 관계자는 "정부가 건국의미를 높이려는 것은 임시정부의 법통을 부정하려는 의도"라며 "1948년 이전을 건국 이전의 역사로 끊어버림으로써 일제 침략을 합리화하려는 친일파들의 음모"라고 주장했다. 국회 '아시아 평화와 번영' 포럼 준비모임(공동대표 이종걸·강창일 의원)도 최근 가진 정책간담회에서 "1948년의 정부수립을 건국일로 지정한다면 반만년 동안 이어져온 한민족의 역사가 순식간에 60년 신생국 역사로 전락하고 1910~1948년 사이 38년에 걸친 민족의 역사가 단절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혼란스러운 광복절 행사=지자체별로 올해 치러지는 광복절 행사에는 전에 없던 전야제 행사가 생겼다. 건국 60년 경축 분위기 확산을 통해 국민이 하나되는 축제의 장을 마련하라는 행정안전부와 건국기념사업회의 공문에 의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전국 광역지자체들은 14일 일제히 전야제를 치르고 15일 평년처럼 광복절 기념식을 갖기 위해 준비 중이다. 전북도 관계자는 "14일 밤 열리는 희망콘서트는 대한민국 60년의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해 전국 동시다발적 축제로 열리는 것이나 행사 내용을 두고 정부가 오락가락하는 바람에 애로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광역지자체와 달리 기초지자체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추진 의지와 달리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곳이 대다수다. 전북지역 14개 시·군 가운데 건국 60주년을 기념하는 전야제를 치르는 곳은 고창군과 순창군뿐이다. '건국 6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를 구성하거나 자체 기념사업을 계획한 곳은 한 군데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도 절반 이상의 지자체가 추진위를 구성하지 못했다.

정부 지시에 의해 치러지는 행사임에도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비용을 전액 지방으로 떠넘겨 볼멘소리도 쏟아지고 있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은 "중앙정부가 예산 지원도 없이 지방정부를 상대로 행사의 내용 등을 주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이는 지방자치를 역행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박용근·배명재·정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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