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역 매표자동화에 장애인들만 '골탕'

2008. 8. 8. 10:1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일부 복지카드 `먹통'..시각장애인 발매기 찾으려 `진땀'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수도권 광역전철역들이 매표소를 아예 없애고 자동발매기를 설치하면서 장애인들의 불편만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8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분당선과 경원선, 일산선 등 47개 광역전철 역내의 매표소가 지난 4월까지 역무자동화사업에 따라 폐쇄돼 장애인들은 복지카드를 이용해 무임승차권 자동발매기에서 표를 끊어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자동발매기가 특정 종류의 복지카드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데다 시각장애인들을 발매기까지 인도하는 장치가 완비되지 않은 바람에 장애인들이 불편이 가중됐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무용지물이 된 복지카드는 신용카드를 겸해 2004년까지 발행됐던 구형 LG카드로 소지자는 2천500여명(전체 복지카드의 10% 가량)인 것으로 코레일은 파악하고 있다.

카드를 무인발매기가 인식하도록 프로그램을 바꾸지 못해 장애인들이 역무원과 자주 승강이를 벌이거나 돈을 내고 승차해야 한다는 것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카드의 샘플을 확보해 입력해야 발매기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지만 한국조폐공사와 은행에서 해당 카드의 샘플이 없다고 한다"며 "구형 LG카드는 1년이 지나면 모두 유효기간이 만료되니 그때는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시각장애인들은 발매기를 찾을 수 있게 사전에 준비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교통수단의 이용을 제한ㆍ거부하는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과거에는 매표소 역무원의 도움도 즉각 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무임승차권 자동발매기로 인도하는 시설이 없는 역사가 대다수여서 자주 가는 전철역이 아니면 도움을 받기는커녕 무임권을 구하는 것조차 힘들다는 것이다.

시각장애인 임종혁씨는 "매표소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곳에서는 동전으로 유리를 똑똑 두드리거나 `여보세요'하고 부르면 역무원이 나와서 도움을 줬다"며 "하지만 역무원이 어디 있는지 모르고 자동발매기까지 유도하는 시설도 거의 없어서 매우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이에 대해 "매표소 역무원들이 시각장애인이 찾아오면 바로 알아보고 무임권을 내주고 안내를 했는데 그게 더 이상 이뤄지지 않으니까 불평이 나오고 있다"며 "자동발매기는 (구)매표소 가까이에 있고 근처에 직원 호출기도 있다고 홍보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아직은 과도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 시각보조시설 중앙지원센터는 지난 6월 음성 유도기와 점자유도블럭, 센서가 있어 접근 때 위치를 알려주는 자동발매기를 설치해달라고 코레일에 공문을 보냈으며 코레일 측은 이달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작업을 마칠 계획임을 통보한 상태다.

서울과 수도권의 다른 지하철들도 내년 5월까지 매표소를 없앨 방침인 만큼 수도권 광역전철역에서 일부 드러난 불편이 결국 다른 지역에서 반복될 소지가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원교 소장은 "준비 없이 시설을 바꾸는 건 사회공공서비스의 목적을 외면한 것"이라며 "시험을 보는 시각장애인한테 점자 시험지를 주는 게 당연하듯이 공공시설을 이용하려는 장애인들에게 당연히 편의시설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jangje@yna.co.kr

<※마음대로 퍼가고 무료로 즐기는 "연합뉴스 올림픽 매거진">

<연합뉴스 긴급속보를 SMS로! SKT 사용자는 무료 체험!>

<실시간 올림픽뉴스는 LGT M-Sports와 함께 **7070+Ez-i>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