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만 하면 '광화문 플랜' 청와대-정부-서울시 '엇박자'

2008. 8. 5. 20:2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종합청사·미대사관 재활용 등 장기계획 없어

청와대와 서울시, 문화재청이 저마다 광화문 일대에서 잇따라 역사·문화 사업을 벌이면서, 대한민국 제1의 거리인 광화문 일대가 마스터플랜 없는 '누더기'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청와대가 4일 발표한 국가 상징거리 계획에는 2012년 행정도시 조성으로 규모가 축소되는 정부중앙청사나 2013년에 용산으로 이전하는 주한미국 대사관의 활용 계획은 빠져 있어, 이번에 발표한 계획이 근시안적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지난 4일 청와대에서 열린 회의에서 '건국 60주년 기념사업위원회'는 '경복궁~세종로~태평로~숭례문'을 잇는 공간을 '국가 상징거리'로 조성한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번 사업에 대해 전문가와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히면서도, 현재 국군서울지구병원 자리에 복합문화시설을, 문화체육관광부 터에는 현대사박물관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총론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을 듣되, 각론은 확정한 이상한 모양새인 셈이다.

또 청와대가 발표한 '국가 상징거리'는 두 건물의 조성 계획만 빼고는 서울시가 지난해 6월 이미 발표한 '경복궁~세종로~숭례문~서울역~남산' 역사문화 축 조성 계획과 유사하다. 이 계획에 따라 세종로 중앙에 광화문 광장의 조성을 위한 공사는 지난 5월 시작됐다. 총론은 유사하지만, 사업의 진행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따로 추진하는 모양새다. 또 문화재청도 "광화문과 주변의 원형을 복구하겠다"며 2006년부터 경복궁 복원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정기용 성균관대 석좌교수(건축학)는 "정책들이 종합적인 그림 속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단편적으로 불쑥 내던져지고 집행된다는 인상을 받는다"며 "서울 도심의 역사성을 고려할 때, 경복궁을 중심으로 한 공공 공간을 어떻게 배치하고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 중앙·지방 정부가 함께 연구하고 마스터플랜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최준영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팀장도 "권력의 공간이었던 세종로 일대를 시민의 공간, 문화의 공간으로 돌리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그 공간을 어떻게 쓸 것이냐에 대해 처음부터 시민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문화연대는 주요 부처의 행정도시 이전에 맞춰 세종로 일대를 공공 공간으로 다시 꾸며야 한다는 의견을 밝혀왔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사회학)는 "기무사 건물과 문화부 건물뿐 아니라, 2012년 행정도시 건설과 2013년 미국 대사관 이전으로 비워지는 정부중앙청사, 미 대사관 등 건물을 제대로 보존하면서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현대사박물관의 성격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평우 문화재위원회 전문위원은 "한국의 현대사는 여전히 민감한 문제인데, 현대사박물관에 어떤 내용을 담을지 논의도 없이 건물부터 짓겠다는 것이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경복궁 옆의 복합문화시설이나 현대사박물관도 큰 틀만 짠 것이지,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시민들의 의견을 계속 수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의 국립극장은 장충동에, 국립미술관은 과천에, 국립도서관은 서초동에, 국립박물관은 용산동에, 예술의 전당은 반포로에 흩어져 있다.

김기태 임종업 기자 kkt@hani.co.kr

세상을 보는 정직한 눈 <한겨레> [ 한겨레신문 구독| 한겨레21 구독]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