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대학교재·베스트셀러도 "불온서적"

2008. 7. 3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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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국방장관 지시따라 책23권 차단·수거명령

'나쁜 사마리아인들' '삼성 왕국의…' 등 포함

국방부가 대중성 높은 인문교양서와 십수만권이 팔린 베스트셀러까지 '불온 서적' 딱지를 붙여 수거명령을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군 당국은 또 장병들의 개인 우편물 내용을 간부 입회 아래 확인하는 등 불온 서적 차단 대책도 전군에 지시했다.

30일 <한겨레>가 입수한 공군참모총장 명의의 공문을 보면, 공군본부는 지난 24일 각급 부대에 7월28일~8월8일 불온 서적 반입 여부를 일제 검검해 8월11일까지 상급부대에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 이 조처는 지난 19일 이상희 국방부 장관의 지시에 따라 국방부 보안정책과에서 육·해·공군 등 각군에 내린 '군내 불온서적 차단대책 강구(지시)'에 근거한 것으로 돼 있다.

공문은 "불온서적 무단 반입시 장병 정신전력 저해요소가 될 수 있어 수거 지시하니 적극 시행"하라며, '북한 찬양' '반정부·반미' '반자본주의' 등 세 분야로 나눈 23개 '불온서적 목록'을 제시했다. 군 당국이 분류한 불온서적 목록에는, 세계적인 석학의 저서와 대중적인 인문교양서, 일반적인 문학작품과 베스트셀러 등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영국 캠브리지대학 장하준 교수가 쓴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지난해 10만부 이상 팔리며 상당수 언론에 의해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책인데도 '반정부·반미'로 분류됐고, 대학 교양수업 교재로도 널리 읽히고 있는 <북한의 우리식 문화>(민속학자 주강현 지음)는 '북한 찬양' 딱지가 붙었다. 또 세계적인 석학 노엄 촘스키의 저서 <507년, 정복은 계속된다>는 '반정부·반미' 도서로, 삼성의 불법 비리 의혹과 맞서 싸워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삼성왕국의 게릴라들>은 '반자본주의' 책으로 각각 분류됐다.

공문은 또 '군내 불온서적 반입 차단대책'으로 △불온서적 취득시 즉시 기무부대 통보 △휴가 및 외출·외박 복귀자의 반입 물품 확인 △우편물 반입시 간부 입회 하 본인 개봉(확인) 등을 제시했다. 군은 지난해에도 문화관광부가 '우수학술도서'로 선정한 <국가의 역할>, <한국사회의 성찰>, <민주화, 세계화 '이후' 한국> 등의 책을 불온서적으로 지정해 모두 거둬들인 바 있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한 공군의 한 장교는 "기무사령부가 아니라 일반 지휘 계통을 통해 이런 지시가 내려진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서적이 발간되면 국가보안법 등에서 규정하고 있는 반국가적인 내용이 포함됐는지 등을 판단하고 있다"며 "군인복무규율에 의해 군인은 불온도서 등 표현물을 소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

노현웅 기자, 송지혜 인턴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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