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피랍 1년> ①가시지 않은 후유증

2008. 7. 15.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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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들 일상 복귀, 차분한 생활…부부도 탄생

정기모임 통해 유족 위로…배형규.심성민씨 추모사업 계획

<※편집자주 =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 23명이 탈레반 무장세력에 납치돼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지 오는 19일로 1년이 된다. 일반 국민은 당시의 충격을 딛고 일상으로 돌아갔지만 생존자들이나 유가족들은 아직도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피랍사건 발생 1년을 맞아 생존자들의 근황과 기독교단의 변화 움직임, 아프간 정세, 그리고 현지 교민·외교관들의 생활 등을 돌아본다.>

(성남=연합뉴스) 이우성 심언철 기자 = 지난해 7월19일 한국인 23명이 아프가니스탄 무장세력에 납치돼 2명이 살해되면서 전 국민을 충격 속에 몰아넣었던 '아프간 피랍 사태'가 어느덧 1년을 맞는다.

피랍 42일만에 풀려난 생존자들은 지금 대부분 충격을 딛고 일상으로 돌아갔다.

생존자들은 정기적으로 유가족을 찾아 위로하는 등 서로를 돕고 있고 교회도 고(故) 배형규, 심성민씨를 추모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들과 유가족의 가슴에 깊이 새겨진 당시의 충격과 슬픔은 쉽게 가시지 않은 모습이다.

◇ 생존자들 '차분한 일상생활'..부부도 탄생 = 생존자 21명은 석방 이후 병원과 요양시설 등에서 공동생활하며 피랍에 따른 신체적·정신적 충격을 치료했다.

이들은 한달여만에 통원치료할 정도로 빠르게 회복하며 하나 둘, 직장·학교 등 피랍 전 일상으로 복귀해 대부분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올해 초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뒤 샘물교회 강도사로 활동하고 있는 피랍자 대표 유경식(56)씨는 최근 정기간행물에 '아프간을 사랑했던 사람들의 아픔'이라는 제목으로 피랍 경위와 희생자들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을 기고했다. 피랍 당사자가 서술한 글로는 처음으로, 당시 상황을 상세하게 외부에 알렸다.

유씨는 "어렵고 민감한 일이라 그동안 밝히지 못했던 얘기를 1년이 지난 지금은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기도 했고 배형규, 심성민씨의 죽음 등에 대해 하고 싶은 말도 있었다"고 말했다.

김경자(38·여), 김지나(33·여)씨에게 석방을 양보해 감동을 줬던 이지영(37·여)씨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올해초 모 대학교 기독교교육학과 3학년에 편입했다.

웹디자이너로 활동을 하다 아프간 선교활동을 떠났던 이씨는 해외 봉사활동을 통해 보람을 느껴 전직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함께 납치됐다 풀려난 송병우(34), 임현주(33·여)씨는 지난 1월12일 샘물교회 예배당에서 결혼식을 올려 부부의 연을 맺었다.

이들은 아프가니스탄 선교활동을 하며 처음 만나 피랍 생활과 석방 후 치료 과정을 함께 하며 서로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키워왔다.

또 피랍자들 중 김경자씨와 함께 먼저 석방됐던 김지나씨도 샘물교회 신도인 현재의 남편을 만나 지난해말 화촉을 밝힌 뒤 피랍 전 다니던 직장으로 복귀했다.

퇴원 이후 재입원하며 좀처럼 건강을 회복하지 못해 주변의 걱정을 샀던 이성은(25.여)씨도 치료를 마치고 다니던 학교에 복학했고 막내 이영경(23·여)씨는 다음 학기에 복학해 취업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생존자들은 퇴원 이후 전화번호를 변경한 채 외부와의 연락을 끊거나 신상이 노출되는 것을 꺼리며 조심스런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 생존자 정기 모임…서로 도우며 '유족 위로' = 생존자들은 현재 모두 샘물교회에 다니며 신앙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이들은 피랍일인 매달 19일을 전후해 모임을 갖고 있다.

지난달 모임에는 생존자 10여 명이 나와 심성민씨의 유가족을 찾아가는 등 모임을 매개로 배형규, 심성민씨의 유족을 정기적으로 방문, 위로하고 있다.

이들은 모임을 통해 서로를 돕거나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할 것인지를 논의하고 교회가 계획 중인 추모사업에도 동참하고 있다.

유경식 대표는 "(모임에서)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목숨, 정말 잘 살아야겠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며 "많은 이들의 도움과 관심에 보답할 수 있도록 열심히 살겠다"고 말했다.

또 피랍 이후 40여일간 샘물교회에 모여 '가족들의 안전한 귀환을 기도하며' 함께 생활했던 가족들 역시 모임을 유지하고 있다.

대부분 피랍자의 어머니로 구성된 이들은 2-3개월에 1차례씩 모여 석방된 가족들의 안위와 회복 과정은 어떠했고, 현재 생활에 어려움이 없는지 등을 공유하며 서로에게 격려와 힘을 보태고 있다.

차성민(31) 가족모임 대표를 비롯해 제창희(39), 이지영, 김경자, 안혜진(32·여)씨의 어머니 등 상당수 가족들은 피랍 사태 이후 샘물교회에 다니며 신앙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희생자 유족 중 일부는 지금까지 충격과 슬픔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심성민씨의 아버지 심진표(63)씨는 "여기저기서 성민이를 잊지 않고 찾아와 위로하는데 그럴 때마다 아픈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라 괴롭다"며 "6월27일이 성민이 생일이었는데 집사람과 함께 밥 한 그릇 떠놓고 마음 편히 가라고 기원했다"고 말했다.

심씨는 "아들의 죽음은 정부와 교회의 책임이 크다"며 "교회측에 보상을 요구하고 있으나 교회와의 의견차가 커 적절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배형규 목사의 유가족은 외부와의 연락을 끊은 채 신앙생활에 전념하고 있다.

◇ 샘물교회 '희생자 추모사업' = 피랍 사태 이후 위험지역 선교활동에 대한 국민적 비난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공식행사를 꺼리던 분당 샘물교회는 1주년을 맞아 추모사업에 나섰다.

샘물교회는 피랍 기간에 맞춰 13일부터 다음달 23일까지 42일간 특별 새벽기도회를 시작하고 기도회가 끝난 다음달 25일에는 '순교1주년 감사예배'도 계획하고 있다.

대신 매년 여름 청년부 신도들을 아프가니스탄에 파견해 벌였던 의료·교육 봉사 및 선교활동을 올해는 하지 않기로 했다.

피랍 사태 이후 한 때 교회를 떠났던 박은조 담임목사는 지난 6일 예배에서 "배형규, 심성민씨가 아프가니스탄에서 피를 흘린 지 1년이 지나면서 당시 우리가 이 자리에 모여 하나님 앞에 열심히 기도했던 마음을 놓치고 살고 있다"며 "42일 기도회를 통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왜 그런 일을 겪게 했는지 되새겨보는 기회를 갖겠다"고 말했다.

교회는 또 아프간에서 숨진 배형규, 심성민씨에 대한 추모사업팀을 꾸려 곧 추모활동도 시작할 예정이다.

교회는 두 희생자의 이름으로 장애아동을 돕는 활동 등을 구상하고 있다.

그러나 당초 생존자들이 계획했던 피랍 관련 일지와 영상물 등은 제작하지 않기로 했다.

이 교회 이희영 목사는 "장애우들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심성민씨를 추모하는 사업을 기획하는 단계에 있다"며 "하지만 유족의 아픔을 고려해 조심스럽게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press1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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