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보다 싼 우유 vs 우유값 '거품' 심하다?

2008. 6. 18.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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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시판중인 우유값은 적당할까.

시중 생수 가격이 500㎖당 500원을 넘기면서 '물'보다 '우유'가 더 싸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현재 원유 기본가격은 584원/ℓ로 2004년도 이후 동결된 상태다.

그러나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남양유업, 매일유업, 빙그레 등 유업체들은 우유가격을 인상했다. 대략 5.3~5.7% 우유가격이 인상됐는데 일부 업체는 15~20%나 가격인상이 단행됐다.

이에 따라 시판 우유값이 적절하게 인상됐는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낙농가에서 원유 공급가격이 4년째 동결될 상태에서 시판 우유값은 인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름값 인상으로 유통비가 급등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시판 우유값이 적정 수준인지 주목되고 있다.

◇ 낙농가 적자경영 우려 "줄도산하게 생겼네"

지난 17일 오후 1시. 서울 여의도 문화광장에서 난데 없이 곡소리가 울려퍼졌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낙농인 7000여명이 원유값 인상을 위해 총궐기대회에 나선 것이다. 낙농인들은 장례를 치르듯 곡소리를 내며 낙농가 현황을 토로했다.

경상남도 함안에서 젖소 100마리를 키우는 오모씨는 "전량 수입사료에 의지하는 상황에서 원유값 동결, 사료값 고공행진으로 적자 경영상태인 농가가 10%정도"라며 "다단계식 하청업체 등으로 화물연대, 건설노조 등이 파업을 진행중인데 남의 일이 아니다"라고 털어놨다.

낙농인 총궐기대회에 참여하던 한 낙농인은 "어찌보면 1차 산업을 내팽겨치고 조사료, 건초 등을 전량 수입하게 되면서 낙농가의 경영악화는 예상됐던 일"이라며 "또 사료값이 오른다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지난해 대비 80%나 급등하는 셈이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낙농육우협회는 17일 총궐기대회를 진행한 뒤 국회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협회는 원유가격이 현실화될 때까지 단식투쟁 등 농성을 계속할 방침이다.

협회에 따르면 2008년 5월 현재까지 사료비 등 제반 경비를 산출했을 때 2004년보다 34.4%가량 원유가를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 경제여건을 감안했을 때 5% 낮춘 29.4%는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 협회 측 입장이다.

원유가 현실화가 늦어질 경우 추후 원유가 인상폭이 더 커질 수밖에 없고, 우유 성수기에 조정돼야 이에 따른 소비둔화 등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승호 낙농육우협회장은 "소비자에게 고품질의 원유를 제공함에 있어서 '이익'을 내지는 못할망정 적어도 '적자'는 면해야 하지 않겠냐"라면서 "4년째 원유가가 동결된 상태인데 앞으로 원유가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유업체에 원유공급을 중단할 수도 있다"고 표명했다.

이렇게 되면 남양유업, 매일유업 등 유업체 뿐 아니라 조합 형식으로 운영되는 서울우유까지 원유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 생산자-유업체 입장 팽팽...원유가 협상 '난항'

실제로 농후사료, 조사료, TMR 사료 등 원유 생산비에서 사료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55%로 높다. 그럼에도 2004년에 비해 조사료 주요품목이 평균 53%나 인상됐다.

지난 5월 기준으로 배합사료가격도 2004년 대비 평균40% 인상됐고 오는 7월, 9월 사료값 인상이 이어질 전망이다. 게다가 우유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소농구(70%), 수도광열(29%), 대농구(21%) 등 제반경비도 최대 70%까지 올라간 상태다.

낙농가들은 낙농진흥회 이사회가 지난 4월25일 소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 16일까지 생산자와 유업체 사이에 원유가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17일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유업체들은 원유가 인상 필요성은 공감하나 인상폭에 있어서 7.6%이상 인상할 경우 수요가 더 떨어져 낙농가 요구사항을 무조건 받아들이기 힘든 입장이다. 백색시유 가격이 5% 인상되면 소비량이 전년에 비해 7~10%나 뚝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낙농진흥회 관계자는 "이사회가 소위원회를 구성해 원유 생산비 변동을 검토하는 중"이라며 "원유가격을 올린다고 하면 수요자, 유가공업체와 연관되는데 생산자와 유업체 사이에서 중재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번주말에 원유가 협상이 또 있을 예정인데 아직까지 서로간 입장이 팽팽해 전혀 접근되지 않은 상태"라며 양측간 접점을 찾기 힘들 것이라고 시사했다.

한편 낙농가들은 1999년부터 납유하는 원유에 대해 1원~2원/l의 자조금을 모아 우유소비 홍보를 위한 낙농자조금사업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정작 수혜자인 유업체는 자조금사업에 참여하지 않고 경쟁사를 이기기 위한 자사제품 홍보에만 치중하고 있어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윤주애 기자 yjua@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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