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를 위한 싸움, 생중계할 수 있어 뿌듯하다"

입력 2008. 6. 15. 03:45 수정 2008. 6. 15. 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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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송주민 기자]

'디지털 게릴라'의 상징이 되어버린 대화명 '라쿤'

항상 촛불 현장에 노트북과 캠코더를 들고 나와 생생한 현장을 중계해 주는 시민이 있다. 14일 그는 자정이 넘는 시간까지 KBS 본관 앞에서 '공영방송 사수'를 외치는 시민들을 인터넷으로 실시간 생중계하고 있다.

누리꾼들에게는 '디지털 게릴라'의 상징이 되어버린 박동혁(24)씨는 올 2월 군대를 제대한 대학 휴학생이다. 박씨는 아프리카 TV와 '다음 아고라' 등에서 대화명 '라쿤'으로 유명하다.

박씨는 "4월 말부터 중계일을 시작했고, 촛불집회는 지난 5월 9일부터 생중계를 하고 있다"라며 "오늘은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고 있는 KBS 본관 앞 생중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정이 지난 깊은 새벽, KBS 본관 앞을 떠나지 않는 300여 '촛불 시민'들을 '날 것 그대로' 담고 있는 박씨 옆에 앉아 그와 심야 인터뷰를 했다.

대화명 '라쿤'으로 유명한 대학생 나동혁씨가 KBS 앞 상황을 인터넷으로 중계하고 있다.

ⓒ 송주민

"언론이 제대로 안 보여줘서 직접 생중계에 나섰다"

-직접 생중계를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전부터 시사방송을 해보고 싶었다. 시민들이 기존 언론에서 보지 못하는 뉴스가 많다. 건전한 대화의 장이 별로 없었는데 촛불 문화제가 벌어지면서 이런 공간이 마련되었다. 현장에서 어떤 일이 생기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모이는지 궁금했는데 이 광경을 제대로 보여주는 언론이 없어서 직접 생중계에 나서게 됐다."

-오늘 시청에서도 촛불집회가 있었는데 KBS쪽으로 나온 이유가 있나?

"기존 언론에서 현장을 제대로 못 다뤄 KBS쪽으로 나왔다. 시청에는 많은 카메라가 있지 않나. 굳이 내가 똑같은 장면을 촬영할 이유가 없다. 뒤에 안 밝혀지는 부분을 찾아다니기 위해 이곳에 왔다. 어제도 이곳에서 촬영했는데 만약 안 왔더라면 고엽제 분들이 폭행한 사건을 잘 모르고 넘어가지 않았겠느냐."

-왜 이렇게 시민들이 KBS 본관 앞에 많이 몰려든 것이라고 보나.

"항상 걱정되는 점이 시민 측 의견이 너무 한 곳에 쏠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방송 문제도 지금 엄청 심각하지 않나. 감사원 등 각종 정부기관을 통해 KBS를 흔들고, 정연주 사장을 끌어내리고 입맛에 맞는 인사를 기용해 언론 통제를 하는 상황이 지금 명확하지 않나. 지금도 언론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은데 그거마저 탄압을 한다면 우리는 더더욱 어려워 질 것이 아닌가. 국민들이 쇠고기 문제만으로도 이토록 들고 일어났는데, 방송장악 문제도 많은 사람들이 안다면 더 크게 촛불이 일어날 것 같다."

-방송 장비는 어떤 비용으로 충당하나.

"처음에는 사비로 하다가 나중에는 시민들이 더 좋은 방송을 부탁한다며 후원금을 주기 시작해 이 후원금으로 지금 쓰는 캠코더를 구입해 쓰고 있다."

-시청자들은 주로 누군가. 그리고 시청자 수는 어느 정도나 되나?

"아프리카TV와 아고라 회원들이 많다. 많이 볼 때는 동시 접속자가 25만 명 이상에 하루 누적 시청자가 140만 명에 이르기도 한다."

-캠코더 촬영 기술은 어떻게 배웠나?

"내장 메모리를 가지고 있는 HD카메라를 쓰고 있다. 처음에는 노트북 내장캠을 사용하다가 그 후에는 웹캠을 썼다. 그러나 이것도 부족해서 캠코더와 영상을 공부하게 됐다."

-촛불 문화제에 계속해서 나오면서 어떤 생각을 하게 됐나?

"촛불문화제를 쭉 지켜보면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다 봤다. 처음의 조그마한 목소리부터, 가두시위가 일어나기까지 그리고 과잉진압이 일어나 시위가 격해지고, 그에 따라 인원이 늘어나고, 점점 자정능력이 생기는 광경까지 다 지켜봤다. 국민들이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아직까지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고, 이것을 바꾸려는 광경을 직접 지켜보며 생중계한다는 자체가 매우 뿌듯하다. 하루하루가 감동이다."

"직업기자 아닌 시민이라 취재에 제한이 많다"

-생중계를 하면서 위험한 순간은 없었나?

"전경하고 시민들이 대치하는 최전선에 자주 있었다. 자잘한 마찰은 물론이고 채증도 많이 당했다. 어느 경우에는 시민 분이 옆에서 사진을 찍어서 명함을 받았는데 급박해서 확인 안 했는데 나중에 전화를 해보니 없는 번호더라. 사복경찰의 미행이었던 것이다. 어제도 고엽제 분들이 많이 왔는데 여성 두 분이 그들에게 위협을 당하기에 그것을 촬영했다. 그러자 왜 촬영하냐며 부수려 하더라. 간신히 장비를 지켰다."

-기자 신분이 아니라서 취재하는데 애로사항도 많을 것 같다

"일반 시민이 취재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제가 많다. 경찰측에서도 나가라며 내쫓는 경우가 많다. 경찰에 아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닌데, 채증하고, 제지할 경우 솔직히 무섭다. 전경에 둘러싸이면 언제 과잉진압을 할지 모르지 않나. 시민이라고 말하며 연행당하면 사실 할 말이 없다. 하지만 국민들의 건강권과 행복권을 지키기 위해 이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연행되더라도 떳떳하게 내 얘기를 할 수 있다."

-일반 시민들이 인터넷으로 '디지털 게릴라전'을 벌이는 까닭이 무엇인 것 같나?

"정보와 언론에 대한 불신이 깊어서 그런 것 같다. 왜곡된 점이 점차 알려지다 보니 우리 눈으로 직접 살펴보자는 1인 미디어가 늘어나고, 자칭 말하는 시민기자단도 직접 참여하여 경찰의 채증에 맞서 '역채증'을 한다. 기존 언론에 대한 믿음이 많이 약해졌다. 아고라를 통해 실시간 문자 중계, 혹은 글과 사진을 바로 올리기도 하는데 이런 것을 이제는 기존 언론사에서 쫓아오고 있는 것 같다."

"정치인 돼서 약자 목소리 대변하고 싶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어떤가?

"'감사하다.', '몰랐는데 알게 된 점이 많다.', '현장 위험한데 조심하라'는 등의 말을 많이 해준다. 또 한편으로는 나도 일개 학생이고 시민인데 이제는 '촛불' 항쟁에 앞장서서 투쟁하는 용사가 되어버린 상황이라 부담도 크다. '라쿤'이 하나의 상징 존재가 되어 버려서 그 관심 때문이라도 현장에 나올 수밖에 없다."

-보통 몇시까지 생중계를 하나?

"보통 새벽 3~4시쯤 집에 들어간다. 큰 집회가 있으면 당연히 밤을 새고…."

-장래 희망은?

"정치인이 꿈이다. 사회 약자의 목소리를 정치인들이 제대로 안 들어주고 있지 않은가. 나중에 정치인이 되어서 정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위치가 된다면 더 많은 분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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