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위서 내리꽂는 '살수' 물대포 '살인적'

입력 2008. 6. 3. 08:21 수정 2008. 6. 10.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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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일부 경찰도 '위험했다는' 강경진압

'15도·20m' 규정 무시…고막 파열 등 부상 속출

'치명적' 소화기 얼굴 뿌려…군화 머리 짓밟기도

지난 1~2일 수십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청와대 앞 시위 과정에서 경찰의 무리한 불법·강경진압 행태가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경찰은 내부 장비관리규칙을 어기고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근접 발사하는가 하면, 인체에 치명적인 분사형 소화기까지 무차별적으로 사용했다. 시위대를 강제연행하면서 방패와 곤봉을 마구 휘둘러 다친 피해자도 속출하고 있다.

■ 물대포·소화기 인체에 치명적일 수도

경찰은 시위대와 불과 4~5m밖에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서 무차별적으로 물대포를 쐈다. 경찰 저지선에 근접하며 시위 참가자들은 머리 바로 위에서 물벼락을 맞았다. 이런 '근접·수직 발사'는 모두 규정 위반이다. 현행 경찰 장비관리규칙 91조에는 "살수차는 사람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는 장비로, 경찰관서장의 책임하에 특별관리를 요한다"고 돼 있다. 세부 규칙을 보면, 살수차를 사용할 때 발사각은 15도 이상을 유지해야 하고, 20m 이내의 근거리에선 쏘지 말도록 규정돼 있다. 한 시위 진압 경찰관은 "살수차는 그 위력 때문에 전도(넘어짐) 등 2차 부상의 위험이 있을 뿐만 아니라, 세밀한 세기 조절이 사실상 어려워 함부로 사용하지 않는다"며 "당시 시위대 바로 위에서 내리꽂는 직접 살수를 한 건 경찰들이 보기에도 위험했다"고 말했다.

실제 청와대 앞 대치 과정에서 물대포를 맞고 수십명이 실려 나갔고, 이 가운데 10여명은 크게 다쳤다. 1일 새벽 물대포를 정면으로 얼굴에 맞은 홍기돈(32)씨는 고막 파열 진단을 받고 수술을 앞두고 있고, 정아무개(23)씨는 물대포에 얼굴을 맞아 고막의 3분의 2가 파열됐다. 이에 대해 명영수 서울지방경찰청 경비과장은 "수포(물대포)는 방망이보다도 안전하다. 부상했다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몸싸움 과정에서 경찰이 시위대의 얼굴을 향해 뿌린 소화기 역시 근접 분사 때 인체에 치명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소화기는 가정용 분말소화기와 달리 오존파괴 물질로 국제적으로 사용이 금지된 할론이라는 물질을 액화시킨 것이다. 박종한 경민대학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할론 소화기를 인체에 직접 뿌리면 호흡곤란을 유발할 수 있어 치명적"이라며 "액체가 급속하게 기화되면서 동상의 위험도 있어 사람한테는 절대 쓰지 못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 인터넷 통해 폭력 증거 드러나

시위대가 직접 채증한 현장 동영상·사진 등을 통해 경찰의 과잉진압 증거들도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2일 오전 다음 아고라 등에 얼굴에 피를 흘리는 사진이 실린 김아무개씨는 실제로 이날 새벽 1시50분께 광화문 근처에서 경찰의 방패에 얼굴을 찍혀 코뼈가 주저앉고 이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 서울백병원에 입원 중이다.

지난 1일 인터넷을 통해 급속도로 퍼진 '여대생 폭력 동영상'의 피해자는 서울대에 재학 중인 이아무개(21)씨로 밝혀졌다. 이씨는 "1일 새벽 3시께 경복궁 근처에서 한 전경이 머리채를 붙잡아 바닥에 내팽개치더니 군홧발로 머리를 짓밟았다"며 "버스 밑으로 피했다가 빠져나오는데 또 머리를 대여섯 차례 짓밟히다 한 시민한테 구출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머리에 통증이 심해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고 있으며, 경찰청장 등에 대한 고발을 검토 중이다.

대책회의 관계자는 "경찰의 무차별 폭력 진압에 대해 당사자 고소·고발은 물론 손해배상 청구, 경찰청장 퇴진 촉구 등 총체적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어영 김성환 송경화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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