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막은 정부에 국민뜻 알리고 싶었을 뿐"

2008. 5. 26.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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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불법폭력' 몰린 촛불집회 연행자 육성

주말 동안 미국산 쇠고기 반대 거리행진으로 서울 곳곳에서 무더기 연행된 이들은 대부분 평범한 시민들이었다. 1차로 연행된 36명은 전원 불구속 입건돼 26일 밤 풀려났으나, 나머지 32명은 현재 서울 시내 경찰서 다섯 곳에 분산돼 이틀째 조사를 받고 있다.

이날 경찰서에서 만난 연행자들은 대부분 평범한 회사원, 자영업자, 대학생들이었다. 68명의 연행자 가운데 집회 시위 관련 전과가 있는 사람은 1명뿐이다. 과거 대학생이나 사회단체 회원들이 무더기로 연행된 것에 견주면, 연행된 이들의 나이나 직업도 매우 다양했다.

■ 누가, 어떻게 연행됐나?

25일 새벽 세종로에서 연행돼 서울 중부서에서 조사를 받은 전아무개(45)씨는 인근 가회동에 사는 자영업자다. 그는 "촛불집회에 잠깐 들렀다 집으로 왔는데, 인터넷으로 '살수차'가 등장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화가 나 다시 나왔다가 붙잡혔다"고 말했다. 신촌에서 연행돼 구로서에서 조사를 받은 오아무개(53)씨는 경기도 안산에서 공장을 운영한다. 오씨는 "대열에서 벗어나 앉아 있었는데, 경찰이 달려들어 팔을 꺾었다. 기가 막힌 일이다"고 한탄했다.

일본 유학을 앞둔 이혜진(20)씨는 어머니와 함께 참석했다가 혼자만 붙잡혔다. 어머니 황경옥(53)씨는 주변 일행들이 막아 겨우 연행을 면했다. 딸 이씨는 "다들 지쳐서 해산하려는 분위기였고 우리도 집에 가는 길이었는데, 갑자기 경찰이 방패를 들이밀어 여경에게 연행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씨는 또 "함께 조사를 받는 송아무개(42)씨는 네 살, 여섯 살 딸이 있는데 돌봐줄 사람이 없어 계속 울고 있다. 신랑이 일단 네 살짜리 딸을 데리고 출근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성북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프리랜서 음악평론가 김성민(33·필명 김작가)씨는 "같이 연행된 사람들 가운데 디자이너나 프리랜서 같은 사람들이 많다"며 "이들은 어떤 단체에 속한 사람들도 아니고, 96년 연세대 사태 이후 10여년 만에 처음 집회 나온 사람들도 있다"고 전했다.

40대 자영업자 / 신촌 도로가 앉아있는데 경찰이 달려들어 팔꺾어20대 여학생 / 해산 즈음 집에 가는길에 갑자기 방패 들이밀어30대 음악평론가 / 조직·단체에 소속안돼…첫 집회 나섰다 체포돼

[현장] 24~25일 촛불문화제 "고시철회·평화시위 보장" 밤샘 시위

■ 무슨 생각으로 나왔나?

중부서의 전아무개(45)씨는 "내가 무슨 의도가 있었겠냐, 단지 안전한 쇠고기를 먹으려 나온 것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구로서의 오아무개씨도 "어이없는 쇠고기 협상을 해 놓고 시민들의 반응에 대답 없는 정부가 답답했을 뿐"이라고 가슴을 쳤다. 음악평론가 김씨는 "집회가 새벽까지 이어진 점은 오히려 주동하는 세력이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게 아니냐"며 "평론가라는 직업 때문에 가급적 객관적으로 사실을 보려고 했지만, 나 같은 사람도 집회에 나오게 하는 걸 보면 그 배후가 정부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웃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다가 함께 집회에 나온 채아무개(44)씨는 '부끄러워서' 나온 경우다. 채씨를 면회하려고 기다리던 이웃 김병태(46)씨는 "어제 처음 집회에 나왔는데, 우리끼리 '애들만 나와서 그러고 있는데 안쓰러워 우리도 나가자'고 했던 것"이라고 전했다. 채씨의 이웃 김준영(40)씨도 "우리는 이런 집회 자체에 처음 나와 보는 사람들인데, 요즘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참여했다"며 "경찰이 여성을 심하게 연행하려고 하길래 형님이 그것 말리려고 옷을 붙들었다가 잡혔다"고 말했다. 이들과 함께 있던 유동구(39)씨도 "여고생들이 그러고 있는데 우리가 어떻게 가만히 있냐, 전두환 때로 돌아가는 거지 뭐"라며 씁쓸해했다.

김성환 노현웅 황춘화 기자 hwa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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