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현수막' 없으면 마분지에라도..과천시민들이 지핀 불씨, 전국에 번지다

2008. 5. 16.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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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병기 기자]

과천시의 한 자치위원이 받았다는 문자메시지.

ⓒ 오마이뉴스

[기사 수정 : 16일 오후 4시40분]

"쇠고기수입반대 현수막 걸기 관련 가정집 아파트 베란다에 불법 현수막 게첨 행위는 법에 저촉될 수 있으니, 주민들의 자제를 홍보 및 계도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과천시의 한 동사무소가 16일 주민자치위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다. "과천시의 지시 없이 일개 동사무소가 이런 문자메시지를 보내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서형원 과천시의회 의원의 말이다.

이렇듯 행정관청이 과천 시민들이 벌이고 있는 쇠고기 수입반대 현수막 걸기 운동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그 파장을 막으려고 '단속'에 나섰지만, 전국 각지에서 현수막 걸기 문의가 쇄도하는 등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광우병에 뿔난' 과천 주부들의 행동에 동조하는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불붙는 양상이다.

"어제만 해도 500곳에 원본파일"

과천 지역의 저소득층 공부방 활동을 하고 있는 시민들과 함께 현수막 달기 운동을 시작한 서형원 과천시의원은 "어제 하루 동안 전국 각지에서 엄청나게 많은 전화를 받았고, 현수막원본 파일을 이메일을 통해 전달한 곳만도 500여 곳이 된다"고 말했다.

서 의원은 전화를 해 온 사람들은 "대부분 주부들이었다"면서 그들과의 통화 내용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먼저 시작해 줘서 고맙습니다." "우리 동네에서는 내가 총대를 메기로 했습니다. 원본 파일 보내주세요." "저는 5개월 된 엄마인데요, 촛불 행사에 나가지도 못해 안타까웠는데, 내가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생겼습니다."

서 의원은 "현수막을 우리가 만들어서 배포하면 특정 지역에 달랑 한 개만 붙을 수 있는 데 하기 원본 파일을 보내주면 지역 주민들 스스로 토론 등을 통해 배포처를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할 것 같아서 이런 방식으로 배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오늘 오전에 보내준 원본 파일도 200여곳이나 된다"면서 "처음 이 일을 시작한 동네 사람들도 이런 폭발적 반응에 당황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과천 주부들의 전화통만 불이 난 게 아니다. <오마이뉴스>의 '현수막 걸기 운동' 소개 기사 등의 댓글에는 원본파일을 구할 수 있는 방법 등을 문의하거나, 현수막 문구와 수입 쇠고기 반대 캠페인 방법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지고 있다.

광우병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의미로 과천 지역에 나붙고 있는 현수막

ⓒ 서형원

네티즌들, 다양한 방식의 캠페인 아이디어 쏟아내

한 네티즌은 댓글을 통해 어느 건물의 벽면에 붙어 있는 '기가 막힌 현수막'을 소개했다. 뺑소니 차를 찾는 현수막인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5월 3일 새벽에 코란도 주차되어 있는 차를 박고 도망간 미친소같은 00놈을 목격하신 분 연락 좀 주세요...후사하겠습니다.(잡히면 돈 필요 없고 디졌어!! 쥐박이같은 자식)"

또다른 네티즌은 "가정에는 현수막을, 각자는 가슴에 깃달기"를 제안하면서 "현수막에는 '조중동 정직해라'와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를, 가슴에는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 차량에도 '광우병 쇠고기 No!!'"라고 써 붙이자고 제안했다.

'새로운나라'라는 필명을 쓴 네티즌은 자신이 만든 문구를 차에 부착하고 다니고 있다면서 다음과 같이 상세하게 설명을 붙였습니다.

"'대한민국은 쇠고기 재협상을 원한다' 라는 문구를 차량 뒷유리창(물론 안쪽)에 부착할 것을 또다시 제안합니다. 저는 어제 저의 차에 부착하였습니다. 제 차 뒤에서 신호대기 중인 차량에 탄 시민들의 반응이 좋습니다. 참고로 '대한민국은'과 '쇠고기 재협상을 원한다'로 나누어 2줄로 썼으며 '쇠고기 재협상'은 굵은 글씨로 했습니다. 아래아한글에서 글자크기를 70pt로 하여 작성한 후 A4 용지를 이용하여 가로방향으로 출력하면 한 페이지에 상기 문구가 2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출력 후 가운데를 잘라서 이 중 한 개는 동감하는 주위의 분에게 나누어 주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아, 그리고 유리창에 부착하는 것은 투명테이프(일명 스카치테이프)를 네 모서리, 위쪽 가운데, 그리고 아래쪽 가운데에 붙여 주면 됩니다. 단, 테이프를 붙일 때 유리창의 열선이 있는 자리를 피해서 붙이는 것이 좋겠지요. 우리나라 모든 도시와 마을의 거리를 달리는 차량에서 상기 문구를 쉽게 보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또 네티즌들이 현수막 걸기 운동에 동참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하면서 "파주에 사는 사람인데 우리집에도 내걸고 싶은데 구할 곳을 알려주세요" 등의 댓글을 달자 한 네티즌은 다음과 같이 제안했다.

"우리집 대문 위에 커다란 마분지 위에 다음과 같은 문구로 내걸었습니다. '우리집은 광우병 쇠고기 수입에 반대합니다! 재협상하여 안전한 20개월 미만 쇠고기만 수입해 주세요! 우리 아이들의 안전과 미래를 위해!' 안전, 반대, 미래, 20개월 부분은 강조하는 의미로 글자 위에 강조표시 했습니다. 여러 색으로 보기 좋게 내겁시다. 당장 현수막 구할 수 없으면 마분지 위에 합시다."

여중고생들이 자발적으로 든 촛불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듯이, 과천 주부들이 시작한 자발적인 캠페인은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면서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젠 내 집 베란다에 빨래 거는 것도 불법?"

과천시, 통장들에게는 가가호호 방문해 '현수막 떼기' 종용

ⓒ 서형원

'광우병 소'에 대해 화가 난 과천 주부들이 이번에는 현수막 걸기 캠페인에 대한 과천시의 조직적인 제지 움직임에 뿔났다.

과천시의 한 동사무소가 자치위원들을 상대로 현수막 걸기 캠페인 제지에 나설 것을 종용하고, 통장들까지 나서서 가가호호를 방문해 현수막을 뗄 것을 요청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수막 걸기 운동을 하고 있는 이해정(40·맑은내 방과후 학교 대표)씨는 "오늘 정기 통장회의가 있었는데, 과천시의 한 동사무소가 통장들을 동원해 현수막을 단 가구를 가가호호 방문하면서 '불법'이기 때문에 (현수막을) 뗄 것을 종용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행정관청이 이런 시대착오적인 행동을 계속하면 '광우병에 대한 분노'의 촛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두 딸을 둔 가정주부'라는 그는 "이젠 내 집에 빨래를 너는 것도 불법으로 규정할지 모른다"면서 "청계천에 촛불을 들고 있는 아이들과 같은 의견을 표출한 것인데 관청에서 나서서 이런 식으로 통제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국 각지에서 너무 많은 주문이 쇄도하고 있지만, 우리는 현수막 원본 파일만을 전해주고 있다"면서 "오늘 200부를 추가 제작했는데, 그 현수막은 호프집이나 슈퍼 등 이런 캠페인에 대해 동의하는 지역의 가게에 나눠주고 원하는 주민들이 손쉽게 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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