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엔 '민주주의'가 나오는데 우리가 왜 교복벗고 나와야 하나"

2008. 5. 14.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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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송주민 기자]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여학생들이 휴대폰 화상통화를 하며 즐거워 하고 있다.

ⓒ 권우성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을 반대하는 학생과 시민들이 14일 저녁 서울 시청앞 잔디광장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서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정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현장 취재 : 박상규 송주민 기자

사진 취재 : 권우성 유성호 기자

동영상 취재 : 김윤상 김호중 박정호 엄수용 기자

[최종신 : 14일 밤 11시 15분]

"나와 내 가족들도 좀 더 용기를 내겠다"... 내일도 촛불을 밝힌다

날씨는 5월답지 않게 쌀쌀했다. 찬바람도 괴로웠지만, 시청 앞 광장 주변에는 그동안의 촛불문화제에서 볼 수 없었던 전경들도 배치되기도 했다. 학생들을 감시하기 위해 나선 교육청 관계자들도 곳곳에서 보였다. 그러나 시민들과 학생들은 밤 10시 20분경, 가수 윤도현의 '광야에서'가 울려 퍼질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꿋꿋하게 자리를 지켰다. 건설회사에 다니고 있다고 밝힌 김성주(39)씨는 "날씨가 추웠지만 끝까지 있은 보람이 있다"며 "오늘 그동안 언론에서 봐온 것과 같은 흥겨움은 없었지만 이런 싸움이 항상 즐거울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정말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겠다'고 할 만큼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실천이 있어야 할 것 같다"며 "나와 내 가족들도 좀 더 용기를 내겠다"고 다짐했다. 직장인 장효연(32)씨는 "경찰이 어떻게 이 많은 사람들을 조사하고 처벌하겠다는 것인지 납득이 안 간다"며 미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문화제 주최 측을 사후 사법처리하겠다는 경찰을 강하게 비판했다. 장씨는 "정부와 경찰이 국민들의 지금 심정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더욱 커다란 반발을 불러 일으키기 전에 경찰은 지금이라도 촛불문화제 사법처리 방침을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고등학교 1학년이 된 이 아무개양은 "촛불문화제가 처음 시작될 때는 우리 학생들이 분위기를 이끌었는데 앞으로도 계속 잘 이끌어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오늘도 주변에 교육청 사람들이 나와 있는데 아무래도 우리 학생들은 위축될 수 밖에 없다"며 "무엇이 진정한 교육인지 한번쯤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떤 '액션'을 해야하나... 고민은 깊어진다

머리에 꽃을 꽂은 한 참가자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을 비교 풍자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 권우성

한편, 이날까지 총 8번의 촛불문화제를 이끈 인터넷 커뮤니티 운영자들과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의 고민은 깊어졌다. '미친소닷넷' 운영자 중 한 명인 백성균(30)씨는 "앞으로 어떻게 이끌어가야 할 지 고민이 된다"며 "되도록 더욱 활기차게 문화제를 이끌고 싶다"며 고민을 토로했다. 나머지 관계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현재 각 커뮤니티 내에서는 가두행진, 청와대 앞 촛불문화제 개최 등 여러 가지 제안들이 빗발치고 있다. 이제 확실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강력한 '액션'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관계자들은 이 같은 제안들을 어떻게 시민들의 자발성과 엮어 나갈 지 고민 중이다. 촛불문화제는 오는 15일에도 열린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오는 15일 저녁 7시 시청 앞 잔디광장에서 '광우병 안전법' 입법을 요구하는 촛불문화제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더욱이 아직 장소가 결정되지 않았지만 오는 17일 열리는 집중 촛불문화제에서는 신해철, 윤도현, 크라잉넛, 노브레인 등 가수들이 대거 참여, '중간결산 콘서트' 형식으로 열릴 예정이다.

"왜 우리가 교복을 벗고 나서야 하나? 갑갑하다"

"지금 중2인데 사회교과서에서 지금 막 민주주의에 대해 나오고 있습니다."

중학교 2학년 학생의 자유발언과 함께 이날 집회는 마무리됐다. 당찬 발언으로 환호를 받았던 이 학생은 교복차림이 아니라 사복을 입고 있었다.

이날 집회에는 앳된 얼굴의 청소년들은 많이 보였으나 대부분 사복 차림을 하고 있었다. 교복 입은 학생들로 가득했던 지난 주말 집회랑은 사뭇 다른 모습.

사복 차림으로 무대 앞쪽에 앉아 있던 배아무개(19)학생은 "일부러 사복으로 갈아입고 왔다"며 "학교에서 '교복을 입으면 곤란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 이렇게 바꿔입고 왔다"고 설명했다.

옆에 앉아 있던 황아무개(19)양도 "학교에서 눈치가 보여서 교복을 입고 오기는 부담스럽다, 불편하긴 해도 여기 오려면 어쩔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처럼 교육부의 지도 지침 등이 내려옴에 따라 집회에 참석하는 학생들은 주위 눈치를 볼게 많다. 복장도 편히 하기가 어렵고, 언론사 인터뷰를 함부로 할 수도 없다.

집회에 참석한 이아무개(18)양은 "선생님께 전화해서 방송 인터뷰를 해도 되냐고 물으니 '곤란하다'고 답변했다"며 "선생님 때문은 아니지만 이렇게 말도 못하는 현실이 답답하다"고 밝혔다.

서울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는 민아무개(18)양도 "우리가 왜 학교 비표를 가리고, 교복을 벗고, 언론사에 이름도 함부로 밝히지 못하는지 모르겠다"며 "우리는 당당하게 나왔는데 어른들은 그렇게 보지 않는 것 같다"며 씁쓸해 했다.

[6신 : 14일 밤 10시 20분]

미주 한인 주부들이 만든 3분짜리 '염원'

2년전까지 미국에서 지냈다는 이수연씨가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에 반대하는 리본을 달고 나왔다.

ⓒ 권우성

지난 주 MBC 100분 토론회에 참여했던 미주 한인주부 이선영씨와 같은 인터넷사이트에서 활동한다는 한 주부도 자유발언대에 올라 목소리를 높였다. 2년전까지 미국에서 지냈다는 이수연씨는 "미국에 사는 한인 주부들의 목소리를 전하러 올라왔다"고 말했다. 이씨는 "바보같은 대통령 때문에 우리나라가 국제적인 바보가 되어버렸다"며 "촛불문화제에 참여했던 후기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리니 정말 많은 미주 한인들이 환영의 댓글을 올렸다"고 전했다. 이어 이씨는 "미주 한인들도 정말 많이 걱정하고 있다"며 "일부 몰지각한 한인 대표들이 우리의 목소리를 폄훼하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미국의 동포들도 나라를 사랑하기 때문에 쇠고기 문제에 대해 너무나 안타까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을 마친 뒤에 미주 한인 주부들이 만든 3분짜리 짧은 영상이 1만여명의 시민들 앞에 펼쳐졌다. 미주 한인 주부들이 '리본달기 캠페인'을 통해 촛불 문화제에 참석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는 모습이었다(아래 박스 기사 참조). 빨간 리본과 하얀리본을 교차해서 묶은 뒤 자동차 번호판과 집안 곳곳에 옮겨단 사진이 영상을 통해 전해지자 1만여 시민들은 순간 숙연해졌다. 미주한인 주부들은 "하나의 촛불을 더하는 심정으로 우리도 리본을 달고 여러분과 함께한다"며 "고국을 생각하는 마음은 우리도 여러분과 같다"고 밝혔다. 이 영상을 소개한 이수연씨는 "영상 속 리본달기 캠페인을 한국사람들도 함께할 것을 요구한다"며 "화면 속의 빨간 색 리본은 광우병의 위협을 상징하고 하얀색 리본은 쇠고기 재협상을 상징한다, 이 뜻을 모아 우리도 함께 리본달기에 나서자"고 요청했다. [5신 : 14일 밤 10시 5분]30대 퀵서비스 아저씨, "콜 받을 때까지 현장 지킨다"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여학생들이 미국산 쇠고기 협상의 문제점을 알리는 유인물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있다.

ⓒ 권우성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을 반대하는 학생과 시민들이 14일 저녁 서울 시청앞 잔디광장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서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정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김동현(45)씨는 초등학교 4학년과 2학년인 두 딸의 손을 잡고 서울광장에 나와 촛불을 들었다. 두 딸이 춥다고 하자 그는 어디선가 이불을 갖고 와서 감싸주었다. 딸들에게 끝까지 '민주주의의 현장'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듯 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시종일관 흐뭇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정부고시 연기로 한 고비를 넘었다. 엄청난 성과다. 여기서 촛불을 끄지 말고 좀 더 끈질기게 달려갔으면 좋겠다. 촛불을 끄지 않고 뒷심을 발휘하면 87년 이후에 두 번째 승리를 일굴 수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광장으로 나왔으면 좋겠다. 집에서 사교육을 시키느라 등골 휘고 있는 나와 같은 386세대가 다시 광장에 나왔으면 좋겠다.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집권하고 총선을 한나라당이 압승하면서 386에 대한 비판이 쏟아져 마음이 좋지 않았는데 다시 이런 큰 판이 생기니 저절로 힘이 난다. 역시 우리들은 '거리의 피'가 흐르는 것 같다. 모두들 다시 손잡고 나왔으면 좋겠다. 옛 동지들이 그립다. 자식들 손잡고 나왔으면 좋겠다." 한쪽 귀에 전화기 이어폰을 꽂은 채 행사를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다. 퀵서비스업에 종사한다는 문향진(35)씨. 그는 매번 촛불의 현장을 지켰다고 한다. '콜'을 받아 본업으로 돌아갈때까지는. "촛불문화제가 열릴 때마다 청계천에 나왔다. 물론 중간에 '콜'을 받아 나가서 아쉬웠지만, 상당히 재미있었다. 오늘도 콜을 받을 때까지 현장을 지킬 생각이다. 난 솔직히 한미 FTA는 찬성한다. 그런데 음식 가지고 장난을 치는 정부를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바쁜 와중에도 촛불을 들고 있다. 난 87년도에 17살이었는데 그 때는 무서워서 세상에 아무런 말도 못했다. 그런데 요즘 애들은 신기하게도 자기 할 말 다하고 최고 권력자들까지 욕한다. 멋지게 생각하는데 온 국민이 그런 당당함을 배웠으면 좋겠다. 내가 출동해도 이 자리에서 수천 수만개의 촛불이 계속 밝혀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면 나도 출동했다가 꼭 돌아오겠다." 직장인 김희정(37)·고은영(35)씨는 퇴근할 때마다 청계천 쪽으로 지나치면서 매번 촛불의 현장에 있었다고 한다. 그들은 촛불문화제에 대한 경찰의 사법처리 방침에 대해 분노했다. "그동안 촛불집회에 오면 학생들 때문에 즐거웠는데, 경찰이 집회 주최측 처벌을 이야기하니 황당하다. 어느 시절인데 아직도 그런 방식으로 시민을 대하는 지 모르겠다. 만약 경찰의 엄포대로 학생들과 집회 주최자들이 처벌되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경찰이 국민을 무시하는 것 같아 불쾌하다."

"국민 식탁 위로 오르는 미국 쇠고기, 촛불이 밀어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

ⓒ 권우성

"강기갑! 강기갑! 강기갑!" 광우병 쇠고기 정국의 스타,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이 무대 위로 올라오자 시청 앞 광장에 모인 1만여개의 촛불이 출렁였다. 강 의원이 도포 자락을 휘날리며 끓는 목소리로 "여기 모인 여러분들의 수많은 촛불이 미국산 쇠고기가 국민의 식탁으로 올라오는 것을 뒤로 밀어냈다"고 외치자 사람들은 또 다시 강 의원의 이름을 외치며 환호했다. 강 의원은 "정부가 배를 산으로 몰고 가면 국회가 바로잡아야 하는데 국회가 하지 못했고 이 촛불들이 해냈다"며 "촛불들의 노력으로 정부가 새로운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장관 고시를 늦췄다"고 말했다. 또 "국회의원들을 적극적으로 나서게 한 것도 전국을 밝힌 촛불의 힘"이라며 시민들에게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강 의원은 "정부가 장관 고시를 연기한 것이 재협상이 아니라고 밝히지 않은 만큼 아직 안심할 수 없다"며 "재협상을 통해 모든 가공제품·화장품·라면 스프 등에 미국산 쇠고기가 안 들어가게 하는 등 우리가 찾아와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온 국민의 80%가 반대하는 이야기를 못 듣는 청와대와 정부의 잘못을 국민의 힘으로 바로잡자"고 외쳤다. 강 의원은 1시간 정도 늦게 촛불문화제에 도착한 뒤 자리를 뜨지 않고 학생들과 더불어 이야기를 나누는 등 촛불문화제에 참가하고 있다.

[4신 : 14일 밤 9시 5분]

'중고딩'에게 감동먹은 30대...'자수한다'고 외친 '10대'

14일 저녁 서울시청앞에서 중고등학생, 대학생,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광우병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 권우성

14일 밤 8시 40분 촛불문화제가 열리고 있는 시청광장에는 예전과 다르게 교복을 입은 학생들보다는 정장 차림의 직장인들의 모습이 더 눈에 띈다. 이들은 지금 이 시각에도 시청 앞 광장으로 모여들고 있다. 커플들끼리 촛불을 들고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보인다. 금융업에 종사하는 이 아무개(33)씨는 이날 처음으로 미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문화제에 참석했다. 그는 "그동안 뉴스로만 봐왔는데 정부의 주장과 시민단체의 주장이 너무 달라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씨는 "나는 혼란스러워하고 있는데도 자신들의 생각을 명확하게 말하고 알아서 광우병에 대한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이 감동스러워 오늘 한 번 즐겨보려고 촛불문화제에 참가하기 위해 나왔다"고 전했다. "학생들에게 많이 놀랐다, 고마웠다"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에서 일하고 있다는 임선화씨는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소통하며 자신들의 견해를 나누는 지금의 10대는 우리와 분명히 다른, 과거에서 찾아볼 수 없는 세대"라며 "학생들이 자유롭게 나와서 자신들의 의견을 말하고 자신의 삶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사안에 대해 분명히 문제제기를 하는 것을 보고 많이 놀라면서도 고마웠다"고 말했다. 임씨는"이제 그 윗 세대들이 그들과 적극적인 대화를 나눠 학생들이 앞으로도 계속 자신들의 생각과 문제제기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촛불문화제를 계기로 10대와 그 윗 세대들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장이 마련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대학교 지리교육학과에 재학 중인 배대영씨는 "지금 학교에서 축제가 진행되고 있지만 자체적으로 학내에서 촛불문화제를 열고 있다"며 이날 시청 앞 광장에 모인 이들 말고도 많은 이들이 미 쇠고기 수입반대를 위한 촛불을 올리고 있음을 전했다. 배씨는 "중고등학생들만큼 대학생들은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하지 못한다"며 "아마도 다들 먹고 살기 힘든 문제에 부딪혀서 비판적인 이야기들을 못 나누는 것 같다"고 걱정했다. 배씨는 "중고등학생들의 발언을 보면서 자극을 받아 오늘 처음으로 촛불문화제에 참석했다"며 "앞으로 대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여러가지 활동을 하고 싶다"고 의지를 밝혔다. 촛불을 든 10대 "경찰청장님, 저부터 좀 잡아가세요""어청수 경찰청장님, 저는 헌법 제21조 1항 '모든 국민은 집회 결사의 자유를 갖는다', 이에 따라 여기에 온 것입니다. 헌법을 존중하고 '위헌'인 집시법을 어긴 죄가 있으니, 저라도 잡아가세요. 저부터 좀 잡아가세요. 저는 이명박 탄핵서명, 촛불집회 총 3번 참가하고 광우병을 너무 염려하고 정부가 회피하는 사실을 말한 죄가 있습니다." 서울에서 고등학교에 다닌다는 김 아무개(17)군이 든 팻말에 적힌 내용이다. 그는 '자수합니다'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서 행사장 무대 주위에 서 있다. 김 군은 "경찰청의 '21명 사법처리 신원조회 사건'이 정말 통탄스럽다"며 "옳은 것을 옳다고 말하는 사람의 입을 막는 게 우리가 사회책에서 배운 정부의 역할인가"라고 반문했다. 김 군은 이어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소송이나 할 준비를 하고 있는 정부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며 "전교조니 좌파니 하며 배후 세력을 운운하면서 국민의 입을 막는 정부야말로 무슨 의도가 있는지 먼저 반성하고 행동해야 할 것"이라고 성토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을 반대하는 학생과 시민들이 14일 저녁 서울 시청앞 잔디광장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서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정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3신 : 14일 밤 8시 30분]

"국민들 얘기가 괴담? 그런 미친 정부 어디 있나"

한국농업대학, 촛불집회 저지 위해 '정문봉쇄'

이날 행사장의 무대에 올라 즉석 발언을 한 숭실대학교 용리부가 학생은 "한국 농업대학 학생들이 촛불집회에 나오려고 하는데 학교 측에서 정문을 닫고 학생들의 출입을 막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농업진흥청 산하의 학교여서 학생들의 참여를 막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오마이뉴스>는 곧바로 한국농업대학측에 확인전화를 했다.

한 관계자는 '정문 봉쇄' 사실 여부를 확인하려 하자 "그것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농업대학 행정실의 또다른 관계자는 "잠시 그런 조치가 있었다"고 인정한 뒤 "하지만 곧 풀렸다"고 말했다.

"너무나 화가 나고 한이 맺혀서 소리지르고 싶어서 나왔다!" 자유발언대에 오른 대화명 '매국노 저격수'는 시청 광장이 떠나갈 듯한 목소리로 이렇게 외쳤다. 이날 촛불 문화제는 저녁 7시30분경 시민들의 자유발언으로 시작됐다. 그는 "어제 방송을 보면서 울분을 넘어 광분이 일었다"며 "정부가 말하는 OIE(국제수역사무국) 기준도 그냥 참고사항임이 다 밝혀진 상황에서 국민들의 얘기가 '괴담'이라고 치부하는 미친 정부가 어디 있냐"고 일갈했다. 'X'자가 써진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나온 한 시민은 "경찰의 체포가 무서워서 가린 게 아니라 부모님이 걱정할까봐 이러고 왔다"고 말하면서 "다함께 10초간 묵념할 것"을 요청했다. 묵념이 끝난 뒤 그는 "지금의 묵념은 정의가 죽은 대한민국과 정신이 나간 대한민국 정치인과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하는 것"이라며 "이 많은 불빛을 보고 아무런 반응이 없다는 것이 정신이 나간 것이 아니고 뭔가"라고 말했다. 전국농민회 한도숙 의장은 "안녕하삼"이라고 인사를 한 뒤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요즘 TV를 보니 중고생들이 많다는 소리를 듣고 이렇게 인사했다"면서 "젊은 학생들을 보니 새 시대가 열리는 것같다"고 흐뭇해했다. 저녁 8시 20분 현재 시청 앞 광장에는 1만여명의 참가자들이 모여있다. 시민들은 계속해서 주변 역에서 나와 행사장을 찾고 있다.

"미국에서 리본달고 촛불문화제 응원합니다"

"우리도 함께 합니다! 몸은 멀리 조국을 떠나 있으나, 고국을 생각하는 그 마음은 똑같습니다. 하나의 촛불을 더하는 정성으로 우리도 리본을 달고 여러분과 함께 합니다."

미국에서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문화제를 응원하고 있다.

미주 한인 주부들의 모임이 14일 동영상 커뮤니티 <유투브>에 'Ribbons against Mad Cow(미친 소를 반대하는 리본들)'이라는 3분 22초 분량의 동영상을 올렸다.

이 동영상에는 아리랑이 배경음악으로 흐르는 가운데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촛불문화제 모습과 미주 한인 주부들이 지난 8일부터 진행 중인 '리본달기 운동'의 모습이 담겨있다. 미주 한인 주부들의 모임은 그동안 수많은 교민들이 인터넷 게시판에 올리거나 직접 보내 준 총 93장의 사진으로 구성돼 있다.

사진 한장 한장마다 타국에서 고국을 생각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자동차 번호판과 대문, 옷, 차, 우편함 등에 달려있는 리본은 빨간색과 흰색으로 엮여 있다. 자동차번호판에 등장하는 지역도 워싱턴 D.C·캘리포니아·라스베가스·텍사스·애리조나·캔자스·코네티컷·퀘백 등 다양하다.

미주 한인 주부들의 모임은 "리본의 흰색은 ▲협상의 백지화 ▲불공정 거래의 부당성 ▲육골분 사료 등 자연을 거스르는 행위의 부당성을 의미하며 빨간색은 ▲쇠고기의 색 ▲광우병의 위험 ▲우리의 결연한 의지를 상징한다"며 "리본을 엇갈려 만든 것은 무제한적인 쇠고기 수입 반대를 상징한다"고 밝혔다.

사진에 등장하는 교포들은 모두 손수 만든 피켓, 현수막 등을 들고 촛불문화제에 모인 국민들을 응원하고 있다.

피켓과 현수막에는 "내 조국 대한민국의 아무 제한 없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합니다" "우리 사료로도 거부한 소고기 정말 한국에서 수입합니까? 사람은 사람다운 음식을 먹어야 합니다" "재협상만이 건강한 한국을 지키는 길입니다" "최소한 내 조국의 친구들에게 내가 먹는 것과 같은 쇠고기를 먹게 해주세요" 등등의 메시지가 적혀있다.

미주 한인 주부들의 모임은 "집회에 함께 할 수 없는 미주 한인 주부들이 사이버상에서 쇠고기 재협상을 촉구하는 마음을 고국의 여러분들과 함께 더하고자 시작됐다"며 "앞으로도 이 사이버 집회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더불어 마지막에는 "우리는 우리의 조국을 사랑합니다"라며 고국에 대한 마음을 전했다. 14일 저녁 7시 50분 현재 이 동영상은 총 21143번 조회됐다.

한편, 미주 한인 주부들의 모임은 지난 7일 홈페이지를 통해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또 지난 7일부터 사흘 간 쇠고기 재협상을 위한 1차 서명운동을 벌여 약 1100여 명의 서명을 받기도 했다.

'Ribbons against Mad Cow(미친 소를 반대하는 리본들)'동영상 바로보기

[2신 : 14일 저녁 7시 30분]

"고시 연기? 워낙 고집센 분이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을 반대하는 학생과 시민들이 14일 저녁 서울 시청앞 잔디광장에서 열린 촛불문화제 시작전 종이컵에 양초를 끼우며 준비를 하고 있다.

ⓒ 유성호

저녁 7시 현재, 서울시청 앞 광장에는 600여명의 시민들이 운집해 있다. 수업을 끝내고 나왔다는 대학생과 넥타이를 맨 직장인들이 계속해서 몰려들고 있다. 행사장 무대 왼편에는 종이컵에 양초를 끼우며 시민들을 맞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이 눈에 띈다.

이날도 가장 먼저 도착한 사람들은 10대 청소년들이다. 무대 맨 앞에는 사복 차림의 여고생들이 몰려 있다.

안산에서 왔다는 한아무개(19)양은 "고3인데 쇠고기 문제 때문에 공부가 안된다"며 "장관 고시를 연기한다고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워낙 고집이 센 분이라 불안하다"고 밝혔다. 함께 행사장을 찾은 배아무개(19)양도 "미국산 쇠고기를 먹기 싫어서 왔다"며 "학교 눈치 때문에 교복은 벗고 왔다"고 밝혔다.

이들과 함께 맨 앞줄에 자리를 잡은 고등학교 3년 이아무개(19)양은 "정부의 공공부문 민영화 정책이 우려돼서 왔다"며 "수도 민영화 얘기도 있고, 몇년 뒤 내가 비싼 공공요금을 낼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의 친구인 김아무개(19)양은 "학생들이 나오는 것을 좌파들의 선동이라고 여기는 것에 너무 화가 난다"며 "민주주의 국가에서 자신의 의견과 다르다고 그런 식으로 몰아붙이는 게 말이 되냐"며 강하게 성토했다.

현재 시민들은 촛불을 하나둘씩 나눠가지며 시청 앞 잔디광장을 차곡차곡 메우고 있다.

'조중동'에게 할 말 한 언론인들

'조중동에게 할 말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전국 언론노조 등이 14일 오후 6시 <동아일보사> 정문 앞에서 벌인 행사 제목이다. 이날 행사는 최근 촛불문화제 행사처럼 특별한 형식 없이 '조중동에 할 말 있는' 사람들이 자유발언을 하듯 진행했다.

언론노조 MBC지부 박성재 본부장은 "최근 조중동이 칼럼과 사설을 통해 '괴담 유포자'로 MBC를 지목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그들의 사악한 마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MBC의 기자와 PD는 모두 누구의 지시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취재한다"면서 "조중동 논설위원들이 최근 MBC의 인기 때문에 질투와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우리는 계속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일갈했다.

언론노조 SBS 지부 심석태 본부장도 "내가 기자로만 18년동안 일했기 때문에 무엇을 쓰고 쓰지 말아야 하는지, 기본은 알고 있다"면서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할 수는 있겠지만, 협상 문제까지 외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조중동이 KBS·MBC를 중고생들의 배후로 지목하고 폭탄으로 비유하는 것은 기본이 안된 자세"라면서 "같은 동료로서 조중동 기자들에게 기본을 지켜달라는 말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학수 <경남신문> 노조지부장은 "조중동이 불법 경품으로 세력을 확장했는 데 그 힘이 언제까지 갈 지 참 암담했다"면서 "하지만 요즘 중고생들의 촛불문화제를 보니 너희들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는 희망을 갖게된다"고 말했다.

김유진 민언련 사무처장도 다음과 같이 한마디 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조중동도 출범 2개월 만에 이렇게 지지율이 폭락할 줄 몰랐을 것이다. 우리도 전혀 몰랐다. 이게 다 똑똑한 국민들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함부로 이명박 퇴진을 이야기하지 않았고, 민언련 역사상 조중동 폐간을 얘기한 적이 없다. 하지만 시민들은 더 똑똑해졌고 더 과격해졌다. 이게 다 조중동 때문이고 조중동은 참여정부 때 그렇게 떠들었던 것처럼 정부 비판 신문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들을 더 이상 좌절시키지 않는 길이다."

이날 행사는 50여명의 시민들이 관심있게 지켜봤다.

광우병위험 미국산쇠고기 전면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 민주언론시민연합, 전국언론노동조합은 14일 오후 서울 세종로 동아일보사앞에서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개방'과 관련한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의 보도를 비판하는 자유발언 형식의 기자회견 <조·중·동에 할 말 있다>행사를 열었다.

ⓒ 권우성

[1신 : 14일 오후 1시]

사법처리 '으름장'에도 촛불은 타오른다

어청수 경찰청장이 미국 쇠고기 반대 촛불 문화제 집회 주최자를 사법 처리하겠다고 밝혔지만 오늘(14일) 서울 시청 앞 광장은 시민들이 든 촛불로 뜨겁게 달아오를 예정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 장관고시를 하루 앞둔 14일, 1700여개 시민사회단체와 인터넷 모임으로 구성된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이하 '대책회의')', '이명박 탄핵 투쟁연대'등은 이날 저녁 7시부터 시청 앞 잔디광장에서 촛불 문화제를 개최한다. 이 문화제는 전국 24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다.

'대책회의' 등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단체는 이날 열릴 문화제에 총력을 기울여 10만 이상의 시민과 함께 촛불을 들겠다는 계획이다. 이들 단체 회원들은 '지인 5명에게 문자메시지 돌리기', '인터넷 메신저 홍보' 등 모든 수단을 총 동원하여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광우병 집회' 사상 최대의 인원이 한 곳에 응집하여 정부의 움직임을 압박한다는 것이다.

"협상도 제대로 않고, 심지어 번역조차도..."

'대책회의'는 촛불문화제 개최를 알리는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는 변명과 궤변을 멈추고 미국과의 재협상에 나서야한다"며 "15일 장관고시 철회와 쇠고기 협상무효를 위해 14일 시청 앞 서울광장으로 총력 집중하자"고 호소했다.

이어 '대책회의'는 "이명박 정부는 촛불로 담은 국민의 목소리는 무시한 채 미국과의 협상에서도 구체적인 협의도 하지 않고 급기야는 번역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15일 장관고시가 발효되면 이미 들어 와있는 4000~5000톤의 미국산 쇠고기가 풀리게 된다, 오만한 이명박 정부의 미친 질주를 멈추게 하자"고 밝혔다.

15만 3천여명의 누리꾼들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도 "이제는 마지막 경고"라며 "15만 회원이 양손에 지인의 손을 잡으면 45만이 된다, 그 45만이 100만이 되고 1000만이 될 수 있다"며 회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하고 나섰다.

뿐만 아니라 전국 38개 대학, 22개 단체가 참여한 '전국 대학생 대책위원회'도 각 대학별로 참석자를 조직해 이날 촛불문화제에 대거 합류한다. 민주노총도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광우병 쇠고기'에 대해 총력대응방침을 선포하고 이날 촛불 문화제에 산하 조합원들의 대대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예정이다.

또한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등의 교수 단체도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산 쇠고기 협정 파기'를 외치며 시민사회단체와의 적극적인 연대활동에 돌입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참여연대 안진걸 민생희망팀장은 "'대책회의', 그리고 모든 시민사회단체들이 비상연락망을 가동하여 최대한의 시민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해 총력을 집중하고 있다"며 "누리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많기 때문에 정확한 인원은 알 수가 없으나 많은 시민들이 함께 모여 정부의 잘못됨을 바로잡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장관고시를 하루 앞둔 14일 저녁 촛불 문화제의 구호는 '하나의 힘! 모두가 한자리!, 10만개의 촛불로 죽음의 협상을 백지화 하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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