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집회자제' 문자 보내

2008. 5. 1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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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공무원은 물론 산하 공기업 직원에까지…

지경부·노동부 단체발송…교육청·학교도 '공문'

일부 정부 부처가 산하 공기업 직원들한테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 참여 자제를 요청하는 문자를 보내 물의를 빚고 있다. 몇몇 시도 교육청은 일선 학교에 학생들의 집회 참여를 막아 달라는 가정통신문 발송을 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청계광장 등에서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린 지난 9일 저녁 6시56분께, 지식경제부 산하의 한 공기업 직원들은 '지경부 공지'라는 제목의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메시지 내용은 '금일 19시 청계천광장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참여 자제 요청'이라고 돼 있다. 이 문자를 받은 한 직원은 "우리 당직실에서 전 직원에게 뿌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노동부 산하기관인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직원들도 10일 오전 '총리실 지시사항'이라는 제목의 문자를 받았다. 문자는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참여 자제'라는 내용으로, 공단의 전화번호가 발신지로 찍혀 있었다. 노동부 관계자는 "공직자들이 촛불집회에 나가는 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돼, 몇몇 산하기관들에 자제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며 "국무총리실 지시사항은 아니고, 문자 발송을 지시하지도 않았다"고 해명했다. 지난 9·10일 서울 청계광장 등에서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렸다. 문자를 받은 지경부 산하의 한 공기업 노조 쪽은 "헌법에 보장된 집회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막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고 반발했다.

앞서 인천시 동부교육청은 지난 8일 '학생들이 촛불집회에 참여하지 않도록 사전지도에 만전을 기해주길 바란다. (집회 참여를 독려하는) 문자수신 내용과 지도대책을 양식에 의거해 13일 오후 1시까지 팩스로 제출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일선 학교에 보냈다. 이 공문에는 일선 학교 학생부장을 중심으로 한 '연합 교외 생활지도' 계획도 첨부돼 있다. 서울시교육청도 '심야 촛불행사와 관련해 학부모에게 드리는 당부 말씀'이라는 제목의 가정통신문 예시문을 8일 일선 학교에 일제히 하달했다. 서울 ㅁ중학교, ㅎ여자고등학교 등은 이 예시문 끝에 해당 학교장 서명을 달아 다음날 학생들한테 배포했다. 가정통신문은 '일부 초·중·고등학생들이 참여하는 심야 촛불행사에서 학생들의 안전 문제가 가장 우려되고 있다. 도심 집회에 참석하지 않고 일찍 귀가하도록 가정에서 확인하고 지도하여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는 내용이다. 지난 주말 촛불집회에 참가한 중·고생들은 "집회에 나가면 벌점을 주거나 퇴학시키겠다는 교내 방송을 한 학교도 있다"고 전했다. 이영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 지부장은 "학생들의 자발적인 행동을 일방적으로 막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교사모임·학부모회 등과 협의해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송경화 황예랑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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