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1만여명 합창 "광우병 소 수입 반대!"

입력 2008. 5. 2. 20:31 수정 2008. 5. 3.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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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현장 3신] 광우병 수입반대 청계천 촛불 문화제

'2MB탄핵투쟁연대'주최…시민·학생 자발적 참여

집회 마친 시민들 "내일 6시 여기서 다시 만나자"

저녁 10시. 청계광장 주변 시민들은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갔다. 저녁 9시께 촛불 문화제가 모두 끝났지만 시민들은 오랫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너나 먹어 미친소", "생존권을 쟁취하자", "이명박은 미친소", "탄핵 탄핵"등의 구호와 함성이 청계천 물소리와 섞여 청계광장에 메아리 쳤다.

문화제 중간에 민주노동당의 강기갑 의원과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가 집회장을 찾아 시민들의 환영을 받았다. 분홍색 한복을 입은 강기갑 의원은 "미국에 갖다 바친 시민 건강권을 국민에 되돌려주어야 한다"며 "민주노동당이 민족의 자존심을 찾아 오는 데 앞장서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장] 광우병 소 수입 반대 촛불 문화제

청계천 광장에 관광을 나온 외국인도 이번 시위에 놀란 듯 오랫동안 지켜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독일에서 출장을 온 베르트 베쉬(36)씨는 "미국에서 광우병에 걸릴 수 있는 소를 수입하도록 압력을 넣는데 한국인들이 이것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며 "시위가 참 아름다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촛불 집회가 단순히 광우병 소 수입에 대한 시민들의 반대 행동인지 이명박 정부 자체를 반대하는 것인지 궁금하다"며 시민에게 질문하는 열의를 보였다.

문화제를 마친 몇몇 시민들은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 "조중동 물러가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박유청(수유동·19)씨는 "언론에서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며 "조중동 신문의 사설들을 보고 너무 화가나 이런 피켓을 써왔다"고 말했다. 문화제 후 동아일보 사옥 근처의 동아일보 신문 게시판은 시민들이 남기고간 비판 낙서로 몸살을 앓았다.

문화제를 마친 시민들은 내일을 기약했다. 김학영(20·도곡동)씨는 "인터넷에서만 의견을 반영하면 정부에서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지 않는다"며 "더 압력을 넣기 위해 내일 집회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내일 오후 6시에 이곳에 다시 모이자"고 제안하며 집으로 향했다. 3일 열릴 촛불 문화제는 인터넷 모임 <미친소닷넷>과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등 시민단체들이 주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2신] 오후 9시이명박 지지자도 "국민 건강 내팽개친 대통령에 화가 난다"

저녁 9시, 청계광장에 1만여 명 이상 모인 시민들은 "이명박 반대", "광우병 소 수입 반대" 등을 외치며 질서있게 촛불 문화제를 벌이고 있다. 예상보다 집회 참여자 수가 불어나면서 주최 쪽은 애초 파이낸셜 빌딩 앞 광장에서 집회를 열려던 계획을 바꿔 청계광장까지 집회 장소를 넓혔다. 1만여 명의 시민들은 청계광장을 시작으로 모전교 앞까지 빽빽하게 둘러 앉아 청계천을 '촛불천'으로 물들여 놓았다.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을 지지했던 시민들도 오늘 집회에 참석했다. 이석주(31·상계동)씨는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이 경제를 살려줄 것으로 믿고 지지했는데 그러지 못해 실망했다"며 "일본도 안 먹는다는 광우병 위험 소를 수입해 국민의 건강을 내팽개친 대통령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집회에 참석한 일부 시민들은 '광우병 위험소' 뿐 아니라 "이명박 정부의 정책 기조가 전반적으로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보화(23·일산시)씨는 "광우병도 문제고 대운하, 의료보험 민영화 등 국민의 뜻과 반대 되는 정책만 추진하고 있다"며 "차라리 대통령에서 물러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광우병 쇠고기 수입에 대한 불만을 제대로 전달해 주지 않는다"며 언론을 비판하기도 했다. <안티이명박카페 회원> 이병두(33)씨는 행사 무대에 올라 "언론사가 나서서 시민들의 불만을 얘기해줘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 화가 난다"며 "언론은 시민들의 분노를 제대로 전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온라인카페인 '미친소닷넷' 소속의 백여명의 학생들은 이색적인 가면을 얼굴에 쓰고 집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박성현(18·구로동) 학생은 얼굴에 표정없는 백색 가면을 쓰고 집회에 참석해 "미친 소를 먹이려 하는 대통령 때문에 좀비처럼 얼굴이 변해버린 것을 상징하려고 가면을 쓰고 집회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집회 주최 쪽은 2.5톤의 트럭을 빌려 무대로 삼아 집회를 진행하고 있지만, 1만명이 넘는 참석자에게 목소리를 전달하기엔 역부족이다. 그래서 집회는 여느 집회처럼 중앙집중식이 아니라 곳곳에서 시민들의 자유발언이 이어지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한편, 일부 시민들은 집회 주최 쪽이 너무 평화적으로만 집회를 진행한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그러나 주최 쪽은 문화제 형식으로 허가를 받은 집회여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2MB탄핵투쟁연대' 운영진 최호씨는 "종로경찰서 쪽에서 깃발과 피켓을 들게 해선 안 된다고 해 이것을 조건으로 문화제 개최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을 만드는데 1등 공신이었던 청계천이 미국산 수입 쇠고기 파동을 계기로 "이명박 반대"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현장1신] 오후 7시30분"사람 목숨이 달린 문제…우리가 나서겠다"

"우리가 주인이니까 우리가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민 여러분 우리가 나섭시다."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으로 광우병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시민들의 반발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2일 오후 7시 현재 서울시 종로구 청계광장에 시민 1만여명이 '광우병 수입반대 촛불 문화제'를 열고 있다. 주최 쪽인 '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온라인 카페 '2MB탄핵투쟁연대')밝힌 이 문화제의 별칭은 '미친 소! 너나 처먹어라!'다.

 청계광장 앞에는 '성공한 거짓말 부도덕한 부패정권!!' 이라고 쓰인 펼침천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고, 시민들은 주최 쪽이 나눠준 촛불을 들고 청계광장으로 속속 모여들고 있다.

 집회 참석자들은 광우병 위험에 노출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시민 박주연(30·청파동)씨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사람의 목숨이 달린 문제"라며 "광우병의 위험을 알리고자 참가했다"고 말했다.

오늘 집회에는 퇴근 길 시민들 뿐 아니라 중고등학생들의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친구와 함께 촛불을 들고 집회에 참여한 한상학(한수중·15)군은 "인터넷에서 광우병 기사를 보고 심각한 상황인 것 같아 집회에 참여하게 됐다"며 "대통령이 광우병 위험 소를 수입하지 않는 일에 앞장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촛불문화제를 주최한 운동본부 김아무개(22.명일동)씨는 "우리가 주인이니까 우리가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민 여러분 우리가 나섭시다" 라고 외치며 시민들에게 종이컵 촛불을 나눠주었다.

주최 쪽은 예상보다 많은 시민들이 참여해 집회공간 확보에 분주한 모습이다. 청계광장을 중심으로 약 1만 여명이 모여 있고, 청계광장 옆 파이낸셜 빌딩 앞 광장에서 약 500 여명의 시민이 따로 모여 있다. 김은주 '2MB탄핵투쟁연대' 카페지기는 "오늘 집회는 오후 7시부터 시작해 밤 10시에 끝날 예정"이라며 "광우병 소 수입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매주 토요일 집회를 열 예정으로 자세한 일정은 추후 카페를 통해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촛불 문화제가 한창 진행중인 7시30분 현재 집회 참여자가 계속 늘어나면서 현장의 열기는 뜨거워지고 있다.

한편, 인터넷 사이트 '다음 아고라'의 '이슈청원' 서비스에는 지난달 6일 "국회에 이명박 대통령 탄핵을 요구합니다"라는 제목(http://agora.media.daum.net/petition/view?id=40221)으로 누리꾼들의 서명을 모으는 글이 올라온 뒤 2일 현재 서명 인원이 63만4천여명을 넘어서고 있다. 이 서명운동은 1천만명이 목표다.

글/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영상/박수진 피디 <ahref"mailto:jjinpd@hani.co.kr">jjin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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